중부캠퍼스만의 색다른 공간인「50+의 서재」는
책과 사람이 편안하게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두 번째 인생을 책방으로 시작한
최인아 대표의 특강이 열렸다.

 

 

 

 

# 반달특강의 첫 번째 호스트 ‘최인아’ 대표

 

반달특강이 뭘까? 보름달도 아니고 반달이라니 . . .
50+의 서재에서는 반달(2주)에 한번 특강을 한다. 9월 25일부터 5회에 걸쳐 각계각층의 명사들을 초청하여, 전환의 시기를 맞은 50+세대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첫 번째 반달특강의 호스트는 바로 ‘최인아 책방’으로 잘 알려진 최인아 대표다. 최 대표는 제일기획 시절 ‘프로는 아름답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등의 광고문구(copy)를 만들어낸 국내 최고의 카피라이터(copywriter)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이다.

 

삼성그룹 최초로 여성 부사장까지 역임한 그녀가 갑작스레 아날로그적인 책방을 내면서 삶을 전환한 이야기는 듣기 전부터 흥미진진하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되었는데, 50+세대뿐 아니라 젊은이들도 참여하여 최 대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 광고회사 신입사원 시절부터 책방주인이 되기까지

 

고선주 관장의 소개로 최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단아하지만 뭔가 임팩트가 느껴지는 모습. 그러나 그녀도 50+세대이기에 특강의 분위기는 금세 편안한 만남과 소통의 장으로 변하였다.

 

 

100세 시대에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사는 내내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물음에 최 대표는 광고회사 시절부터 책방주인으로 살게 된 과정을 ‘길을 찾아간 이야기’에 비유하면서 특강을 시작하였다.

 

 

# 첫 번째 넘어야 할 봉우리, ‘여자’

 

“살다보면 몇 차례 결정적인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처음 만난 그 순간은 ‘여자’라는 봉우리를 넘는 것이었어요. 대학 졸업 후 남자는 3급, 여자는 4급부터 시작하였고 여자는 진급도 시켜주지 않았어요. 이러다보니 저 자신이 미국 내의 히스패닉이나 흑인과 같은 소수민족으로 느껴졌지요. 이런 잘못된 시스템 아래에서 개인이 시스템을 넘기 위해서는 저 자신이 선례(先例)가 되어야만 했어요. 즉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샘플(sample)이요.”

 

 

그 당시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 스포츠계의 샘플은 박세리와 박찬호였다. 특히 박세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LPGA 우승을 따내면서 ‘박세리 키즈’의 탄생을 알렸다. 즉 골프계의 길을 새로 만든 샘플인 것이다. 이 때 최 대표에게 프로젝트 하나가 던져졌는데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라는 카피를 만들어 대박을 터트렸다. 그녀가 광고계의 여성 샘플이 된 것이다.

 

 

# 두 번째 넘어야 할 봉우리, ‘늙는구나!’

 

“첫 번째 봉우리를 넘고 40대 중반이 되니 ‘나 늙는구나!, 중심에 서 있다가 드디어 밀려 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불안해 지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앗! 시간이 줄고 있구나. 나는 시간을 중요한데 쓰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최 대표는 2005년 줄어드는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고 1년 휴직을 하였다. 일단 일을 멈추었다. 그 무렵 읽은 책이 프랑스의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쓴 ‘나는 걷는다(전 3권)’이다. 이 책은 저자가 은퇴한 후 터키의 이스탄불부터 중국의 시안까지 12,000km를 4년 동안 걸어서 답사한 이야기다. 최 대표는 이 책에서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접하고 바로 실행에 옮겨 2006년 5월 말부터 걷기 시작하여 7월 초 산타아고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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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오로지 혼자 걷고 생각만 하는
심플 라이프(simple life)로 살았어요.
옛날 철학자들은 산책을 즐겼다는데,
생각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집중적으로 걷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계속해서 집중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지요.

"

 

 

최 대표는 두 번째 인생(second stage)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집중적으로 혼자 걸어보길 권한다. 혼자 걷다보면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례 길을 걷기 시작한지 25일이 지나니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 일에 대한 미련이 있고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어요. 그동안 직장 선후배와 동료의 도움이 컸고, 제가 받은 많은 것들을 되돌려 주고 퇴사 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 내려가는 길! 은퇴 후엔?

 

“50년쯤 숙제를 하듯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살았는데, 앞으로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잘 내려가지? 내려갈 때는 잘 넘어지고 상처도 큰데... 그리고 은퇴 후 늘어난 시간은 어떻게 보내지?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겁지?
이런 질문을 계속 던지다가 결론을 내렸어요. 은퇴 후에는 더 이상 일 하지 말자. 공부 하자. 학생으로 살아야겠다. 젊을 때 공부는 직업을 얻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만 나이 들어서 하는 공부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

 

2012년 12월, 최 대표는 퇴사를 하였다. 이제 그만할 때라고 온 몸에서 신호가 왔기 때문이다. 그 후 2년 동안 자유인으로 살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는데, 자신도 ‘관계’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동물이고 아직도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아! 맞아. 책방이야!”

 

 

 

# 새로운 시작, ‘최인아책방’

 

지난해 8월, 최 대표는 서울 강남의 선릉역 부근에 ‘최인아책방’을 열었다. 서점이 아니고 책방이다. 서점이 책을 팔고 사는 곳이라면, 책방은 책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이 모이고 교류되는 곳이다.

 

 

 

“우리 책방은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이 아니니 책을 선별해야 해요. 동네 책방은 주인의 생각과 취향이 중요하기에 책방 앞에 제 이름을 붙였지요.”

 


출처 : 최인아책방 Facebook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책방으로 사람을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책을 살까?” 이런 고민을 통해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 공연, 이벤트가 만들어졌다.
“저희 책방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추천 사유가 적힌 북 카드가 꽂힌 1600여 권의 책이 있습니다. 책방 주인이 즐겨 읽었던 책으로 이루어진 주인장 서가도 있고요. 고객이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별로 책을 진열하고 그랜드 피아노 위에 시집을 올려놓기도 합니다. 일반인에게 독립출판의 기회를 주는 ‘북 메이킹 클럽’도 운영하고 있지요.”

 

 

 

최 대표는 책방에 있는 시간만이라도 ‘우아하고 지적이며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공간의 매력을 한껏 활용한다. 책과 음악이 어우러진 ‘최인아책방 콘서트’가 열리고, 밤에 건물 옥상에서 맥주와 함께 생음악 연주를 감상하는 ‘루프탑 콘서트’도 한다. 명절 연휴가 지겨운 사람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도 있다니 참 매력적인 책방이다.

 

 

아는 것이 힘이던 시대로부터
생각의 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가치들은
‘생각하는 힘’으로부터 나오고
일터에서의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입니다.

 

 

최 대표가 책방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책방의 슬로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생각의 힘이 나무처럼 자라게 되고, 이런 책 읽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생각의 숲’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품고 계십니까?

 

 

최 대표의 진솔하고 진지한 인생 이야기에 특강 내내 메모를 하거나 ppt를 사진에 담는 분들이 많았다. 인생의 후반전을 멋지게 살고 있는 최 대표에게 뜨거운 박수와 함께 부러움도 표시하였다.
이제는 질문의 시간이다. 질문하는 분에게는 최진석 교수의 ‘경계에 흐르다’ 책이 기다리고 있다.

 

 

 

- 최근 산티아고로 트래킹을 가는 분들이 많은데요?
“산티아고에 많은 사람이 갑니다. 그런데 특별한 목표가 없이 가는 분들도 있어요. 왜 그 먼 길을 힘들게 가는지가 분명해야 하는데. 여러분도 해결해야 할 중대한 질문이 있을 때는 혼자 생각할 시간을 집중적으로 가지면 좋겠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어디든지”

 

- 광고 분야와 무관한 책방을 내셨는데요?
“광고 일을 하다가 책방 주인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광고나 책방이나 ‘기획’이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지요. 사회에서 구분하는 업(業)의 기준으로 보면 어색하지만, 저에게는 기획력을 발휘하는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던진 질문의 수준이 솔루션(solution)의 수준을 결정”한다면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세요. 질문이 인간을 성장시킵니다.”라고 강조하였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은 산책이나 여행하기에 좋지만 책을 읽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중부캠퍼스의 50+서재에서 차 한 잔과 더불어 나만의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동네 책방을 찾아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어도 좋다. 책을 읽다보면 ‘생각의 힘’이 길러지고 새롭게 도전할 용기와 아이디어도 생길 것이다.

 

 

요즘 ‘휘게 라이프(hygge life)’에 관심이 많다. ‘휘게’는 덴마크어로 ‘따뜻함’, ‘안락함’이란 뜻으로 힐링(healing)과 유사한 말이다.
일상 속의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덴마크 식 라이프 스타일인데, 책 읽기도 이런 휘게 라이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