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폭염에 시달렸던 올해 여름은 평균기온,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우리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전기세 걱정할 새도 없이 에어컨을 끼고 여름을 지냈다. 그땐 올 것 같지 않은 가을이 시원한 바람과 청명한 하늘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열심히 살았느냐고, 삶이 아름다웠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라는 시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인생도 어느덧 가을에 와있는 우리들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 한 페이지를 만들면 어떨까. 나도 이 가을을 보내면 추운 겨울을 맞이하겠지만, 한 장 두 장 쌓인 추억들은 나를 따듯하게 할 것이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을을 흠뻑 느끼기에 좋은 이 계절,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 억새꽃 속으로 떠나보자제일 가까운 전철역은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다. 가을날 걷기를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이곳에서부터 걸어서 하늘공원까지 가도 좋다. 걷는 것이 불편하다면 난지주차장에서 하늘공원까지 운행하는 맹꽁이 열차(편도2,000, 왕복3,000)를 이용하여 하늘공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 맹꽁이 전기차 (사진 출처: 월드컵 공원 홈페이지)

 

도보로 가는 경우 월드컵공원으로 빙글빙글 돌아서 하늘공원까지 올라가는 길과 270여개의 계단을 통해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올라가며 아래를 둘러보는 경치도 좋다월드컵공원은 쓰레기섬에서 생태공원으로 복원된 곳으로, 야간에는 생물 종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10월에는 오후 830, 11월에는 오후 730분 이후 통제한다예전의 월드컵공원은 한강변에 위치한 난지도라는 섬이었다. 난초와 지초가 풍요로운 난지도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러나 난지도는 1978년부터 15년간 1천만 서울시민들의 쓰레기매립지 역할을 해오면서 8.5t 트럭 1,300만대 분의 세계 최고(해발98m)의 쓰레기 산으로 바뀌었으며 환경오염의 주범인 메탄가스와 침출수 등이 흐르는 불모의 땅이 되었다이런 난지도에 1996년부터 안정화 사업을 추진한 결과, 다양한 동식물이 살 수 있는 생명의 땅으로 복원되었다.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자연과 사람이 일구어낸 월드컵공원이다.

 

 

하늘공원에서는 매년 억새축제를 한다. 축제기간(10/12~10/18)에는 밤 10시까지 오픈하기 때문에 야경을 보는 것도 멋지다. 하지만 축제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평소 자주 다니는 사람으로서는 축제기간을 피해 찾아보길 추천한다. 11월 초까지는 한적한 가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도심의 경치를 구경하며 270여 개의 계단을 올라 벤치에 앉아 물 한잔을 마시고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억새축제기간에 임시로 설치해놓은 매점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맹꽁이 열차 정류장이 있고, 곧 하늘공원을 만나게 된다. 오른편 계단위에 상설매점과 벤치가 있는데, 이곳에서 공원경치를 한눈에 보기 좋다. 억새꽃 만발한 장관이 펼쳐져 있다.

 

 

하늘공원을 찾을 경우 일몰이 아름다우므로 일몰시간을 맞추면 아름다운 일몰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억새축제기간 외에 평상시 하늘공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오기도 한다.

 

 

억새꽃이 만발한 10월은 아름다운 일몰과 함께 서울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일상에 지친 나를 데리고, 또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찾아서 은빛 억새물결 사이를 걷다보면 아름답다. 좋다를 외치며 걷게 된다.

 

 

하늘공원의 광활한 억새 물결 속에서 일상의 여유와 아름다운 가을을 흠뻑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