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주변 속 넘치는 인삼, 알고 드시나요?

 

 

광고 속 회사원은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과장 때문에 상한 속을 인삼으로 달랜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 연기자들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 지치자 인삼을 찾는다. 또 인삼 관련 매장은 이제 공항 면세점 한쪽을 차지하게 돼, 과거와는 위상이 달라졌다. 이렇듯 인삼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건강식품이 됐다. 뿐만 아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음료나 초콜릿 등에도 인삼은 단골 첨가물이 됐다. 피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넘쳐나는 인삼을 우리는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일까?

 

 

먼저 인삼의 종류부터 알아보자. 인삼은 크게 생육 환경과 가공 방식에 따라 구분한다. 생육 환경에 따라서는 밭에서 인공적으로 키워낸 재배삼(栽培蔘), 산삼의 씨를 산림에 인공적으로 뿌려 키운 산양삼(山養蔘)과 장뇌삼(長腦蔘), 자연적으로 자라난 산삼(山蔘)이 있다. 가공 방식에 따라서는 가공하지 않은 생삼(生蔘)과 수삼(水蔘)이 있고, 껍질을 살짝 벗겨 햇볕에 건조한 백삼(白蔘), 생삼을 수증기에 쪄서 익힌 다음 건조시킨 홍삼(紅蔘)이 있다. 이밖에 찌는 대신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건조시킨 태극삼(太極蔘)도 있다.

 

인삼은 생으로 먹는 게 좋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일부 의사들 중 “인삼은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가공 과정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쉽게 확인도 어려운 상태에서는 차라리 날것 그대로 먹는 게 낫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saponin)이 고열에 증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삼의 모든 효능이 사포닌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것. 단지 화학적 성분만으로 가치를 평가한다면 100년 묵은 산삼 대신 5년 묵은 인삼 여러 뿌리를 먹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인삼을 쪄서 홍삼이 되면 성분이 변화하는 것도 이들이 주장하는 이유다.

최철한 원장은 “실제로 수삼에는 20여 가지의 사포닌이 있지만, 이것을 찐 홍삼은 30여 가지의 사포닌이 있습니다. 찌는 과정 중에 새로운 사포닌이 만들어지는 것이죠”라고 설명한다.

그는 가장 보편적인 인삼의 섭취 방법으로 홍삼을 권했다. “홍삼이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먹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면서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섭취 방법은 가루나 고()의 형태를 입에 오래 머물고 있다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차로 먹을 때도 입에 오래 머금었다 드세요. 즉 입에 물고 있다가 침이 많이 나오면 그때 삼키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인삼 제품 모두 좋을까?

최근 인삼이나 홍삼 성분이 포함된 여러 종류의 제품이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 농축액은 캡슐 제품에서부터 스틱 형태까지 가공 가능한 종류는 거의 다 나와 있다. 그 대상도 갱년기 여성에서부터 성장기 청소년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홍삼 성분이 포함된 기능성 화장품과 애완동물용 사료도 있다.

일각에선 이러한 다양한 상품화가 결국 세대를 막론한 홍삼의 과용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인삼을 과다 복용할 때 인삼오남용증후군(ginseng abuse syndrome)과 같은 질환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이 증후군은 고혈압, 불면, 피부발진, 설사 등을 유발한다.

최 원장은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해야 하지만 약재에 있어 선악론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효과가 없는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장되지 않겠냐는 것. 그는 “효과 없는 것은 없습니다. 효과가 적다면 양이나 복용 횟수를 늘리면 됩니다. 병든 그 사람에게 필요한 약재를 먹게 하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물도 중요한 치료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뇌삼은 전부 가짜다?

몇 년 전까지는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였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장뇌삼 등으로 불리던 것을 산림청에서 용어를 재정립하여 산양삼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제2조 제1호의 정의에 따르면, 산양삼은 산지에서 차광막 등 인공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생산되는 삼(건조된 것을 포함)을 말한다. 산양삼은 임산물로 임업 및 산촌진흥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자연성·청정성이 보장되도록 관리되고 있다.

실제로 2007년 경상남도 함양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산양삼 생산이력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이 제도를 따르기 위해서는 재배 전 토양이 농약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인증받아야 하고, 판매 전까지 주기적으로 농약 성분이나 중금속 검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산림청등 관계 부처에서도 산양삼이 고부가가치 임산업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산양삼을 무조건 색안경 쓰고 볼 필요는 없다.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도움 본디올대치한의원 최철한(崔哲漢)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