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 불광동 서부캠퍼스에서는 ‘생활 속 공유경제’ 라는 제목으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의 강연이 열렸다. 2018년 하반기 명사특강의 주제는 “사회적 우정”이다. 점점 서로 단절되어 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세심한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기 위해, 서로 더 이해하고 다시 함께 하기 위해 기획된 강의들이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같은 서비스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공유경제’라는 말이 사실은 셰어링 이코노미(Sharing Economy)와 커먼스(Commons)로 나뉜다는 다소 전문적인 이야기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앞서 말한 두가지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바로 플랫폼을 이용한 경제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셰어링 이코노미는 결국 수익창출이 목적이고, 커먼스는 좋은 삶이 목적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가진 공유경제라 하더라도 두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중국산 굴비와 영광굴비, 이태리산 명품가방과 동대문 짝퉁가방. 맛도 생긴 것도 전문가가 구분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럼 된 거 아냐?) 뭐가 문제일까? ‘교환가치와 사용가치가 다르다’는 아담 스미스의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을 이용한 센스 만점 설명에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물은 쓰임새로 보면 사용가치는 크지만, 교환가치는 거의 공짜일 정도로 작다. 반면 값비싼 다이아몬드는 교환 가치는 크지만, 사용가치는 작다. 즉, 수익창출은 교환가치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이고, 살림살이는 사용가치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헷갈리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 둘을 왜 헷갈렸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살림살이에 필요한 것들이 상품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서는 돈부터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이 진리가 되는 것이다. 상품화의 예를 들어보자. 예전엔 엄마들이 육아를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했다. 이웃집 엄마나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불과 30-40년 사이에 우리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지금은 모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낸다. 장년층의 노후는 어떠한가? 예전엔 자식 농사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노후라는 말을 하면 자연스럽게 연금이나 보험이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우리 살림살이의 대부분이 돈벌이, 즉 수익창출의 영역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요즘 세상에서는 그 둘을 헷갈릴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드는 다음 질문.

 

 

 

'셰어링 이코노미'와 '커먼스'는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나 좋은 삶에 필요한 것을 돈으로 다 조달할 수 없다. 좋은 삶을 위한 좋은 배우자의 경우를 보자. 결혼 시장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좋은 배우자란(경험해 보셨겠지만), 맞춰가면서 또 싸워가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 시장에는 원래 없는 것이다. 좋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열정적인 교육자, 학생, 학부모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것들은 원래 시장에는 없었다. 미리 만들어져 있지 않았으니 상품화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나의 좋은 삶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그것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자신이 어떤 라이프 스타일로 살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강연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첫째, 배우자와의 관계 회복이다. 한국 남성의 죄악상에 대해 시시각각 마눌님께 신앙고백을 해서 황혼이혼을 막아야 한다는 농담에 다들 웃으며 동감하는 눈치였다. (ㅎㅎ) 더불어 한 달에 두 번쯤 모일 수 있는 친구 그룹을 3개 정도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둘째, 운동을 비롯해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셋째, 부수입을 올릴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 큰 돈이 안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옛날에 할머니들이 하셨던 삯바느질이나 봉투 붙이기를 보면서 그게 무슨 돈이 되겠냐 했지만 할머니들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생각을 완전히 바꿔보면 한 달에 20만원 벌려면 은행에 1억을 넣어도 20만원이 안 나온다. 월 20만원의 부수입 일거리는 1, 2억을 벌어 놓은 것과 같은 가치가 있다. 적더라도 지속적인 수입의 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살림살이 경제 관점에서 보면 이런 것이 노후준비다. 경제의 원래 목적은 나의 좋은 삶이다. 그리고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는 행위다. 이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다. 

 

 

 

다음은 플랫폼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원천적 의미는 ‘발판’이라는 의미인데 플랫폼에 연결된 내용들이 자원이 되느냐 마느냐는 관계의 맥락에 따른다. 다시 말하면 내가 우리 집 소파를 판다고 내놓으면 아무도 안 가져가지만 (교환가치는 없지만) 시골에서 올라온 처제에게 하룻밤 잠자리를 편하게 제공할 수 있는 사용가치는 있다. 어떤 사물이나 대상이 가지는 가치의 원천은 사물 그 자체라기 보다는 맥락인 것이다. 플랫폼을 통해 자원들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나에게 필요 없는 20년 된 자전거의 가치가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발견될 수도 있는 것이다. 거래가 활발해지면 플랫폼이 거대해 지는데 이것이 돈벌이 경제, 셰어링 이코노미로 가는 길이 된다. 돈내기 당구를 새벽 세 시까지 치면 돈을 버는 사람은 당구장 주인이듯이 플랫폼 운영자는 바로 당구장 아저씨와 같은 존재다. (^^)

플랫폼은 특성상 큰 것 하나로 쏠림이 심하기 때문에 크기를 키우려고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막대한 자본이 투자된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시장과 결합하면서 커지기 시작해 내가 가진 유휴자본의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전환된다. 앞서 말한 ‘에어비앤비’나 ‘우버’가 그 예이다. 

 
 
 

 

커먼스의 경우 ‘공유지’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땅뿐 아니라 공동 사용, 관리하는 자산을 말한다. 조기 축구회가 사용하는 중학교 운동장은 우리 마을의 공유 자산이다. 플랫폼을 상품으로만 보지 말고 좋은 삶을 위한 관점에서 보면 공유 자산이 여럿 생겨 난다. 잘 찾아보면, 리스크도 적고 크고 작은 규모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커먼스는 피어투피어(Peer to Peer) 방식으로 실행되는데, 여기서 Peer는 동료라는 뜻으로 나랑 비슷한 사람이다. 나와 좋은 삶에 대해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이 바로 ‘피어’이다. 신뢰가 없는 관계의 플랫폼에는 상품가치로 전환할 물건이 많지 않고 까다롭지만 함께 ‘피어’라고 하는 신뢰의 관계에 들어가면 사용가치를 갖는 물건의 폭이 늘어난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 커뮤니티에서 각 집의 서재를 사진으로 찍어서 공유하고 책을 서로 빌려주고 받는 시스템을 운영한다거나, 차 공유 앱을 통해 단지 내의 세컨드카를 사용하는 것. 전국 생협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숙박 비앤비를 시도해 보는 것. 이 경우에는 생활 방식이나 사고 방식이 비슷한 조합원들끼리 숙박과 현지 가이드, 맛 집까지 공유할 수 있다. 큰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이다. 사용가치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폭넓게 받아들여진다.
(▲관련기사 : 동아일보 _ “소유보다 경험”…주택·서재·주방 ‘공유’ 트렌드 확산)

 

 
 

 

시간이 빠듯해서 모두 충분한 질의응답을 하진 못했지만, ‘생활 속 공유경제’에 대한 명쾌하고도 유쾌한 해석과 우리가 놓치고 보지 못했던 부분을 경제학적 원리를 근거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인 강의였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달할 수 있는 공유경제. 우리에게 무엇이 가능할지, 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그래서 커먼스로 일컬어지는 공유경제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 살림살이 경제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눈을 돌려야 할 부분이다. 나의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 주변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고민해 보시기 바란다.


글=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