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위해 브래지어를 사는 할머니

성조숙증, 잘 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냐!

 

 

“애가 잘 먹고 잘 크면 좋은 거 아니야?” 손주들의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는 할머님들의 반응은 으레 비슷하다. 통통한 볼은 그저 귀엽고, 또래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오히려 또래보다 성장이 느린 경우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래 친구들보다 말랐어.”, “키가 안 자라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 손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염려이겠지만 또래보다 지나치게 크거나 성숙한 것은 정상적인 성장이 아닐 수도 있다.

 


▲하우연한의원 윤정선 원장

 

 

10년 새 12배 늘어난 ‘성조숙증’이 뭐길래

우리나라에서만 7만5000명이 넘는 아이 들이 진료를 받은 성조숙증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 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을 앓는 아이들은 2006년 6400명에서 2015년 7만5000명으 로 눈에 띄게 늘었다. 10년 만에 12배가 늘 어난 셈이다. 성조숙증이란 쉽게 말해 신체가 너무 빨리 성장해 문제가 되는 질환을 말 한다. 여아는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며 사춘기 가 시작되는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성조숙 증은 주로 여아들에게 자주 발생하며 발생 후 호르몬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여아 는 10세 무렵에 월경을 시작할 수도 있다. 월경은 여자의 몸이 출산할 준비 과정을 알 리는 신호탄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시작해 선 안 된다. 남아의 경우 키가 다 크기 전에 2차 성징이 시작돼 성장이 멈추기도 해서 남자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 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 식습관과 위생 수 준, 소아비만 증가, 스트레스 등이 조기 발 육에 영향을 끼친다고만 알려져 있다.

 

허약한 뚱뚱이 체질은 위험군!

평소 체질이 약해 잦은 배앓이를 하는 아이 들의 경우,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겪는 단 체생활로 인해 장염 등에 노출되기 쉽다. 설사, 복통 등을 반복하고 면역력과 소화 능력이 저하되면 식욕부진이 일어나고 이는 영양 섭취 미달로 인한 성장부진으로 이 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장내 기능 이 약해지거나 식욕부진이 지속되면 전체 ‘면역력’이 약해져 성조숙증 외에도 다른 질병 발생률도 높아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의 단체생활로 아무래 도 감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소에 면역력을 키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면역력을 보강한다고 전 문가와의 상담 없이 이런저런 영양제나 보 양식을 마구 먹이는 것은 더 위험할 수 있 다. 아이들은 아직 성인만큼의 소화력이나 흡수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보다 면 밀한 일대일 처방이 중요하다. 또 무분별 한 항생제 복용 역시 장내 유익균을 감소시 켜 오히려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유의 해야한다.

반면 아이가 너무 잘 먹어도 문제가 된다. 요즘에는 체력은 부실하고 덩치만 큰 아이 들이 많아졌는데 이는 운동도 하지 않으면 서 정크푸드나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해 진 때문이다. 과다한 영양으로 오장육부 는 허약하고 몸집만 큰 ‘허약한 뚱뚱이’ 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처럼 허약한 체 질에 비만이 겹치면 성호르몬 분비에 문제 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성장호르몬 대신 나이에 맞지 않는 성호르몬이 과다 분 비돼 성조숙증을 앓게 되고, 몸은 이미 2차 성징이 일어났다고 착각해 조기에 키 성장 이 멈춰버리기도 한다.

 

 

 

 

만약 우리 손주가 성조숙증이라면

손주가 또래보다 빨리 자라는 것 같다면 먼 저 정확한 검사와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 문가에게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 또는 인터넷에 나와 있는 정보 로 혼자 섣불리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시기 를 놓치면 병을 키우는 상황이 된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발병시기, 진행속 도, 약물투여 등에 대해 병력 청취를 한다. 이후 신장, 체중, 2차 성징 발생 정도, 색소 침착 등에 대한 진찰을 한다. 골연령(骨年齡) 검사는 주로 왼쪽 손목 X선 검사 또는 호르몬 자극검사 등의 임상적 방법으로 진 단한다.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양방과 한방의 치료 방법 은 차이가 있다. 일반 병원에서는 호르몬 치료를 한다. 대개 4주마다 한 번씩 근육 주사로 성선자극호르몬(여성의 난소와 남 성의 고환에 작용해 발육과 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 등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 비를 억제한다. 호르몬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성호르몬을 억제해 성장 속도를 늦 추고 골 성숙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2차 성징의 쇠퇴가 일어나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보다 근원원적인 치료에 집중 한다. 아이만의 체질적 특성과 성장 속도 에 맞는 일대일 맞춤보약을 지어 복용하도 록 하거나 약침시술 및 생활관리 처방을 한 다. 이는 신체 성장의 정상 속도를 찾아 제 대로 맞추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조숙증을 받아들이는 보호자의 태도다. 한창 성장 하는 아이들은 또래와 자신의 몸이 다르다 는 사실에 매우 민감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말로 차분하게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치료하지 않으면 빨리 월경을 시작해서 큰일이 난다거나 약을 먹지 않으면 키 성장이 멈춰버린다는 등의 겁주는 말은 위험하다. 그보다는 “보다 멋진 어른이 되 기 위해 지금 속도를 맞추는 과정”이라고 설명을 해주는 건 어떨까. 조숙한 신체를 갖게 된 아이들은 또래 집단의 시선에 예민 해질 수도 있으니 “달리기 해봤지? 친구들 보다 한 걸음 앞섰을 뿐이야, 곧 친구들도 따라올 거야”라는 설명으로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성조숙증 자가테스트
□ 8세 이전에 여아의 가슴에 멍울이 만져진다.
□ 9세 이전에 남아의 고환이 호두알 크기만큼 커진다.
□ 머리에 기름기가 많아지거나 여드름이 난다. 1년에 7~8cm 이상 갑자기 키가 자란다.
□ 저체중(2.5kg 이하)으로 출생한 아이가 어릴 적부터 신체 발달이 빠르다.

 

 

윤정선 하우연한의원 원장

사진 하우연한의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