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무현 펫티켓 대표

은퇴 후 사회적 가치 실현위해 펫티켓 설립

서울시50플러스재단 통해 창업 도움 받아

폐지 줍는 어르신들 고용해 봉투 제작

 

조무현 펫티켓 대표/사진=정혜선 

 

 

 

 

“세상을 바꾸고 싶다”

누구나 어릴 적엔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조무현 펫티켓 대표도 그랬다. 실제로 그는 성인이 돼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나라를 바꾸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대학교 졸업 후 결혼해 가정을 꾸리면서 이상은 사라지고 현실만 남았다. 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 속에 매일 열심히 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엔 이상을 실현하지 못했다는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조무현 대표는 젊어서 실현하지 못했던 이상을 은퇴 후 해 보기로 했다. 나이가 들어 좋은 점은 꼭 정치를 해야지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사회적경제 창업하기’ 수업을 통해 사회적 경제에 눈을 뜬 그는 작은 변화가 세상의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리고 ‘개똥’을 제대로 치우기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펫티켓이 바로 그것이다.

‘개똥’이라고 하면 별거 아니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배변 처리 봉투를 이용해 개똥을 치우면 비닐봉지 사용을 줄일 수 있고 그만큼 환경을 지키게 된다. 게다가 조 대표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고용해 배변 처리 봉투를 붙이는 작업을 한다. 비용을 줄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수작업을 통해 배변 처리 봉투를 만드는 이유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돈을 벌도록 돕고 싶어서다. 조무현 대표가 인생 2막에 배변 처리 봉투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 나가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요즘엔 나를 개똥 치우는 남자 조무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웃음).”

- 재치 있는 자기소개다. 현재 반려견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데 원래 개를 좋아했나.

“어릴 때 집에서 강아지 2마리, 고양이 10마리 정도를 키웠다. 아버지가 목사였는데, 집 없이 길에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를 보면 집에 데려왔다. 그렇다 보니 내 유년 시절엔 항상 그들이 함께였다. 그래서 개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개념을 떠나 그냥 늘 함께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마치 가족처럼 말이다.”

- 다양한 창업 아이템이 있는데, 반려견 관련 사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사실 은퇴할 당시에는 내가 이런 사업을 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 은퇴 전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후 몇 년간은 정말 열심히 놀았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바둑도 두고 술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몇 년을 더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 노는 것도 길어지니까 심심하고 무료해졌다. 무엇보다 인생 2막을 이렇게 살아도 되는 가란 고민을 하게 됐다.”

-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건가.

“아니다. 처음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뜻깊은 일을 하기로 의기투합해 이런저런 봉사활동을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유기견보호소에 봉사활동을 갔다. 갈 때마다 유난히 잘 따르고 예쁜 강아지가 꼭 있는데, 다시 봉사활동을 가면 없더라. 당시엔 입양 갔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안락사를 시켰다고 하더라. 충격이 꽤 컸다. 그때 내가 유기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던 것 같다.”

- 유기견을 도울 방법은 어떻게 찾아냈나.

“마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대며 찾아다녔지만 ‘이거다’라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그때 아내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라는 곳이 있으니 거기에 가서 수업을 들어보라고 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가 은인이다(웃음).”

-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수업을 들으며 해법을 찾은건가.

“맞다. 여기서 ‘사회적경제 창업하기’라는 수업을 들으며 사회적경제에 대해 배웠다. 그러면서 내가 고민하는 부분을 사회적경제로 풀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에 다닐 때 나라를 바꿔보고 싶어 애쓴 사람이었다. 그러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 일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 그런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수익을 내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스템에 대해 배우게 된거다.”

- 시니어들이 비용 때문에 은퇴 후 창업을 주저한다. 그래서 펫티켓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은퇴한 친구들의 사무실에 가보면 벽에 ‘절대 사업하지 말자’고 크게 써 붙여져 있다(웃음). 그만큼 은퇴 후 창업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다행히 나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돈 들이지 않고 창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사회적경제진흥원에서 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이었다. 여기에 도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이 지원한다고 다 되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 첫 도전에 성공했나.

“잘생긴 얼굴에 떨어질 수가 없지 않나. 하하하. 운이 좋게 됐다(웃음).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에 되면서 막연했던 아이디어가 아이템화됐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펫티켓의 첫 제품인 배변 처리 봉투다.”

- 배변 처리 봉투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배변 처리 봉투는 내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유기견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해서라고 봤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가 욕심이 아니라 사랑이라면, 그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내가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그 책임감이라는 게 아기 똥 기저귀를 갈면서 생기더라. 개똥 역시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이 사소한 게 쌓이다 보면 책임감이 생길 수 있겠단 생각에 배변 처리 봉투를 만들었다.”

- 요즘 반려견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으니, 수익성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일단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고 봤다. 잘 먹는 만큼 잘 싸고 잘 치우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배변 처리 봉투를 레드오션으로 판단해 시작했다.”

-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대체로 반응은 좋다. 내가 2018년 12월에 창업해 2019년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이 됐다. 이때 지원받아 캠페인을 많이 해 제법 많이 팔렸다. 2020년엔 1억원, 2021년엔 두 배가량 뛴 2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1억원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내게는 다른 의미로 아주 큰 금액이다.”

- 다른 의미란 어떤건가.

“배변 처리 봉투가 한 장에 500원이다. 이 봉투가 50만장이 팔려야 1억원이다. 이 말은 50만장의 비닐봉지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는 이 배변 처리 봉투가 조금이나마 환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 점이 너무 좋다.” 

 



- 이 배변 처리 봉투를 정기 구매하는 분들이 1,000명이 넘는다고.

“맞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배변 처리 봉투는 한 장에 500원이다. 비닐봉지가 한 장에 몇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싼 거다. 이 배변 처리 봉투는 일회용이다. 그런데도 정기구매하는 분들이 1,000명이 넘는다는 것은 생각을 넓게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변 처리 봉투 판매 단가가 500원인 이유가 있더라.

“이 봉투를 만드는 방법을 기계화한다면 단가는 더 낮아질 거다. 하지만 기계화할 생각이 없다. 인쇄 후 풀로 붙여 봉투로 만드는 과정을 폐지줍는 어르신들에게 맡기고 있다. 어르신들이 온종일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주워 하루에 3,000원을 번다. 덥거나 추운 날에는 이 3,000원을 벌려고 너무 많은 고생을 하는 거다. 그런데 배변 봉투 한 장 붙이면 50원을 드린다. 할머니 대여섯명이 하면 한 달에 70~8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 월급을 드리려면 단가를 내리기 어렵다.”

- 너무 멋진 일을 하고 있다. 영업도 직접 한다고 들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나는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을 정도로 아주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이었다. 책만 있으면 일주일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을 정도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내가 영업을 하려니 더 힘들었다. 영업하려고 잘 차려입고 동물병원에 갔는데, 문이 다 닫히기도 전에 얼굴도 안보고 됐다고 말하는 이들을 뒤로 하고 나오며 많이 울었다. 몇 번 그런 일을 겪으면 다음 날은 밖에 나오기 싫어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일이 나 좋자고 하는 일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위하는 일이고, 모두를 위한 일인데 당당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자연스럽게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 직장 생활과 창업 모두 해봤는데, 창업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

“창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거잘할 권리가 나한테 있다는 거다. 조직 생활에선 시키는 일은 무조건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은 아니다. 500원짜리 배변 처리 봉투를 200원에 달라고 하면 거절할 수 있다. 이 말은 내가 내 의지대로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있는지, 수익 발생은 얼마나 하는 지 등을 떠나서 내 마음 챙기기, 자존감 이런 게 얼마나 충만해지는지 모른다.”

- 인생 2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첫 단추가 중요하단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도 인생 2막, 은퇴 준비 이런거 못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찾았을 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나 첫 단추를 잘 꼈다. 우리가 첫 직장이 어니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뀌듯 인생 2막도 똑같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