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65세 이상 남성의 75%, 여성의 51%가 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일할 곳이 없는 것이 시니어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니어 스스로 일할 장을 만드는 시니어 벤처가 부상하고 있다.

시니어 벤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흔히 벤처라고 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20대 초반에 하이테크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을 우선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벤처 대국인 미국에서 실제로 창업한 사람의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것은 55~64세로 30~40%, 20대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에서도 50세 이상의 창업가의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다.

또, 벤처라 하면, 첨단기술을 활용한 하이테크만을 연상하기 쉬운데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기존의 범용 기술에 아이디어를 추가해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사업을 일으키는 것도 벤처이다.

‘복지미용’으로 시니어 벤처

 


<후지타 씨>


일본 요코하마 시에 있는 복지미용실 ‘커트 크리에이트 21’은 브라질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고 영업 일선에서 일해온 후지타 이와오 씨(76세)가 60세에 개업한 점포다. 후지타 씨가 정년 후의 인생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40대 후반이 되었을 쯤이었다. 그는 계열회사에 재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인생2막은 돈벌이가 주목적이 아니라 뭔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하고, 업계 신문에서 정보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그 시점에서는 아직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가 의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저절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노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92세 여성의 에피소드가 후지타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기에게 맞는 뭔가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신문 기사에서 특별한 메시지를 발견한 것이다.

신문 속 92세의 여성은 신체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 주로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미용사가 머리를 깨끗이 다듬어주자 기쁜 듯이 시설 안을 돌아다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후지타 씨의 눈길을 끌었다.

잔병이 많은 후지타 씨의 84세 어머니도 항상 머리카락이 부스스한 상태였다. 의식이 눈뜨며 잘 살펴보게 되면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광경이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눈에 들어왔다. 후지타 씨는 어머니에 대한 은혜를 갚는다는 생각과 함께 미용사라는 직업에 뜻을 두게 되었다.

그는 미용전문학교에 등록하여 통신 교육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평일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개인 연습을 하고,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시험 대비 공부 모임에 참가하고, 주말은 인턴으로 미용실에 다니는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필수였던 10일간의 출석 수업은 근속 30년의 특별 장기휴가를 사용하여 참석했다.

미용 공부와 아울러, 암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요양조무사의 자격을 취득하려고, 요양시설에서 실습을 하다가 어떤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요양시설에 온 이발사가 여성의 머리를 놀랍게도 머리 깎는 기계로 깎는 것이었다. 후지타 씨는 “머리는 여성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인데,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이 요양 상 편리하다는 것만으로 아무렇게나 여성의 머리를 깎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생각을 하는 가운데 미용과 복지를 융합시켜 ‘복지미용’이란 새로운 개념을 생각해냈다.
이런 것이 바로 기존의 기술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창업하는 벤처이며,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인생2막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복지미용사로

 

 


<커트 크리에이트 21에서 직원들과 함께>


그는 58세에 정년퇴직하고 영국의 헤어 커트 전문학교에서 2개월간 유학을 했다. 그리고 요코하마의 미용실에서 1년 반 근무한 후, 자신의 60세 생일날 복지미용실 ‘커트 크리에이트 21’을 개업했다. 거동이 불편하여 점포에 올 수 없는 사람을 위해 출장 미용을 가거나, 고객을 직접 데려오고 데려다 주는 ‘복지미용’의 출발이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2~3년이 지나자 개인뿐 아니라 요양시설로부터의 의뢰가 늘어났다. 후지타 씨는 노인 요양시설의 욕실 옆에 있는 탈의실에 도구를 갖고 가서 임시 미용실을 만들고, 고령 입소자들에게 파마, 염색, 커트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요양시설에 대한 방문 서비스를 하기 위해 방문미용 전문회사도 설립했다.

개업한지 17년, 지금은 연간 약 10억원의 매출, 직원 50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또 방문미용을 보급하기 위해 ‘전국방문미용협회’를 설립해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은 인건비로 나가고 자신의 수입은 현역 시절보다 더 적지만 “인생2막은 돈벌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후지타 씨는 창업 이후 일하는 기쁨을 실감할 수 있는 나날이라고 말한다. 60세부터 재출발을 하였지만 인생100세 시대임을 고려하면, 17년의 경력을 쌓은 지금부터 앞으로 20여년의 세월이 더 남아 있다. 또 다른 벤처를 창업해 인생3막을 살아간다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시대이다.

 

참고 사이트: http://cutcreate21.com/hou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