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특강 취재기 공정성의 시대: 공정하다는 착각,

지금 우리에게 공정의 의미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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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는 위드 코로나라는 변화 속에서 성숙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우리 공통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주제로 잊지 말아야 할 가치, 「공정성」,「다양성에 대해 명사에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중 1회차 강의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번역자인 서울교대 윤리교육학과 함규진 교수의 온라인 강좌를 함께 했다.

  

제목이 위드 코로나라서 대면 강의를 기대했는데 비대면 강의라서 좀 아쉽다고 말문을 연 함규진 교수는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재 대한민국의 주요 논쟁이슈로서 지금의 우리에게 공정의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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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정치 철학계에서는 일관성 있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그는 여러 저서를 통해 개인의 자유 권리 이런 거를 챙기는 것은 좋지만 서구 정치철학은 너무 자유주의 위주로만 가고 있다고 말한다. 또 혼자서는 살 수 없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인데 공동체라는 것을 너무 잊고 살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와 시민적 덕목을 강조하는 공동체주의와 공화주의적인 것들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에 대해 적대적인 사상이 능력주의인데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그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능력주의란 개인의 타고난 신분과 같은 귀속적인 특성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에 따라 얻어진 업적을 더욱 중요한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 원리를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명제는 당연하고 합리적이고 희망적이며 진취적인 것 같은데 마이클 샌델은 왜 능력주의는 공정하지 않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라는 것도 결국은 타고난 배경에 따라 좌우되고 또 어떤 능력이 얼마나 대우를 받는 것인가도 각자 어느 시대 어떤 나라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마이클 샐덴은 얘기한다. 결국 배경과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전혀 공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이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승자에게는 오만함을 패자에게는 분노와 절망을 부추기며 결국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는 신분제 사회가 심리적으로는 더 좋을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왕과 귀족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자신이 잘나거나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가문에 태어나 영향력을 미치며 사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못살거나 사회적인 성공을 못 한 사람들은 자기 능력이 부족하거나 노력을 안 해서가 아니라 사회구조 때문이라고 여길 것이고 자기 자신의 무능을 탓하는 울분이나 절망감은 덜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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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는 비민주적이며 반민주적이며 불평등하고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고 하면서 분배적 정의에서 기여적 정의, 또 운이 주는 능력 이상의 과실을 인정하고 겸손한 마인드로 연대하며 일 자체의 존엄성을 더 가치 있게 바라보는 것을 능력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함규진 교수는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이란 책을 쓴 것은 서로서로 협동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회복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공동체에서 개인이 성공하고 잘난 것도 기쁨이겠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더불어 가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이며, 그런 면에서 자기반성을 통한 겸손함을 갖는 것, 그 겸손이 봉사와 노블리스오블리제를 낳는 것, 그것은 상당히 중요한 변화를 우리 사회에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마이클 샐덴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주요 내용이라고 함규진 교수는 강의 시간의 3분의 2 이상의 시간 동안 예를 들어가며 책에 관한 얘기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강의를 듣는 청취자들의 댓글들도 뜨거웠는데 공동체의 회복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책으로 읽을 때도 좋았는데 교수님이 정리해주니 더 쏙쏙 들어온다.」, 등등의 호응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경우는 어떤가?

함규진 교수는 우리의 문제로 한번 생각해보자면서 우리나라는 능력주의를 종교로 삼고 있는 나라라면서 사회는 크든 작든 계속 경쟁하고 돈을 많이 벌어야 하며 시간을 아껴 쓰고 점수와 실적을 내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미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 공부에 대해서 굉장히 가치를 부여한 나라였고 일제강점기 때는 총독부가 조선인들을 위해서는 대학을 안 지어주니까 우리가 직접 돈을 모아 민립대학을 설립하고 농촌계몽운동도 했다. 그렇게 36년 동안 교육에 목말랐다가 해방이 되고 농지개혁과 6.25가 일어나면서 지주와 소작인이 사라진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되자. 이제는 모두가 동일선상에서 남보다 앞서가려면 공부만 열심히 하면 개천에서 용 나올 수 있다고 하면서 나는 못 배웠지만, 자식들이라도 가르쳐 잘 살게 하기 위해 부모는 소 팔고 논 팔아 등록금 대며 뒷바라지했었다. 모든 사람이 경쟁의 라이벌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언제든지 내 등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존재들이라 여기며 믿지 못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고 총만 안 들었지,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그 속에서 사는 것이 대한민국에서의 삶의 길이라고 함규진 교수는 말한다항상 상대방을 꺾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이 전쟁에는 항상 낙오자가 있고 전사자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 청소년 자살률 1위인 것은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이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 갈수록 점점 더 빈익빈 부익부 격차가 벌어지고 고착화되어가는 상황은 코로나19 이후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이런 현실을 마이클 샌델이 보았다면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랄 것이며, 김구 선생이 보았다면 진정한 세계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하고 말해줄 것이라면서 우리 모두 학벌과 능력주의와 산업화 시대의 논리를 극복하고 창조적이고 더 인간적인 세상이 되도록 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 말을 끝으로 함규진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의를 들으며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의 우리의 현실은 또 다른 계급사회이며, 신분제 사회나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나 출발선이 같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환경이 다르고 세상을 경험하는 내용이 다르며 습득하는 정보도 다르다. 변화가 빠른 세상은 느린 세상보다 그 체감현실이 더욱 차이가 난다. 공정을 부르짖는 지식인들마저도 알고 보면 자기중심적인 잣대의 공정함을 말하고 자기 자식들은 경쟁에서 이기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들이 허다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사는 민주적인 사회라고 말하는 곳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이론교육에서일 뿐인 것 같다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솔직히 주변에 있는 많은 사람, 특히 젊은 사람들일수록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고 타고난 집안과 배경에 의해 그 출발선이 이미 다르며 갈수록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불평등이 더욱 확고해진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가 개인의 능력을 우선하고 공정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마이클 샐델이 말한 것처럼 공정하다는 착각 속에 있을 뿐이다.」 그러다가 그 착각에서 모두가 깨어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까?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린 사회는 곧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이클 샌델이 위에서 말한 이론과 방법에 개인적으로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균형을 잃은 채 병적이고 불안정한 사회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진단을 하고 지혜를 모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대안은 무엇일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조계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