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에 데카메론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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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예상외로 길어지고 있다. 예전과 다른 일상을 산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제약받는 상황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를 생각하다 전도서의 말씀이 떠올랐다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나니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가 있기 오래전 세대들에도 이미 있었느니라 (전도서 19~10)” 인류가 팬데믹으로 고통받은 시기가 과거에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4세기 이탈리아를 휩쓴 흑사병이다. 인구의 1/4~1/3이 사망했다는 끔찍한 기록이 전해온다. 의술이 발달하지 않아 치료도 힘들었던 상황을 미루어 그들이 느낀 공포는 역대급이었을 것이다. 이때 보카치오는 대규모 전염병으로 고통을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줄 목적으로 데카메론을 저술했다. 보통 일부만 소개하고 있어 100개를 다 수록하고 있는 민음사 3권을 선택했다. 서문에서 "괴로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위로하는 것은 인정 있는 일"이라며, 이 이야기가 그처럼 고통받는 사람들(특히 힘없는 여성들)에게 즐거움과 유익한 충고를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책 데카메론

▲ 데카메론

 

젊은 귀족 부인 7, 귀족 청년 3명 등 10명이 흑사병을 피해 피오솔레 언덕의 별장으로 가서 10일 동안 하루에 한 명씩 교대로 왕이 되어 주제를 정하면 10명이 돌아가면서 1개씩 총 100개를 한다. 갖가지 일로 인생의 쓴맛을 많이 보았지만, 마지막에 기대 이상의 달콤한 결실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 무척 열망하던 것을 손에 넣거나,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 사랑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이다. 역사적 사건과 민담에 보카치오의 창작이 합쳐졌다. 흑사병을 잊고 10명의 화자가 전하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위로받고 현실로 돌아갔다. 큰 사건에 매몰되어 있으면 현명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 문학작품을 통해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힘든 한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
뉴욕타임스가 기획하고 전 세계 작가들이 옹호한, 우리 시대의 데카메론 두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이야기의 힘

▲ 데카메론 프로젝트

 

코로나가 확산하던 20203월 미국에서 갑자기 데카메론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과거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이에 착안하여 뉴욕타임스의 편집자가 작자들이 쓴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는 이야기들을 모아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출판했다격리 중인 지구인을 도와주러 온 문어 모습의 외계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전염병을 피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싹튼 어느 사랑 이야기, 봉쇄된 상황에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소설가의 이야기 등 다양한 29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지붕위의 기병 영화포스터
▲ 지붕 위의 기병 영화 포스터

 

관심이 생겨 장 지오노의 지붕 위의 기병을 찾아보았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가 오스트리아 군대의 침입을 받았을 때 이탈리아의 지식인들이 이에 대항하던 1832,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콜레라가 창궐한 것을 배경으로 한다. 사르데뉴 이탈리아 왕의 경기병 소속 기병대장 앙젤로 대령과 후작 부인 폴린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만 주된 줄거리는 망명지 프랑스에서 앙젤로가 벌이는 모험담이다. 감독 장 폴 라프노에 의해 1995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육체의 병은 의학이 고치지만 마음의 병은 문학이 고친다. 팬데믹 상황에서 문학의 위로와 치유 기능은 더 중요해진다. 문학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을 과거 시대 사람도 겪었고 현재 다른 나라 사람도 같이 겪는다는 것을 알고 불평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않은 때 소설을 읽는 것은 시대를 이해하며 오래 견딜 힘을 얻는 방법이다. 만나지 않아도 사람들과의 유대를 경험할 수 있다. 또 이것 역시 지나간다(It shall too pass.)는 것을 알고 용기와 희망을 품게 된다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영생한다면 인생을 진지하게 살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쳐 결국 죽는다. 질병과 마주할 때 죽음이 언제나 곁에 있음을 인식한다. 죽어야 할 운명임을 아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살아야 할 운명임을 수용할 때 인생을 사랑하고 현재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역설적으로 질병이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촉매가 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50+시민기자단 최원국 기자 (hev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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