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 

최선미 작가와의 두근두근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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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툭툭 떨어지는 은행잎들이 눈처럼 쌓이는 이 가을,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된 최선미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처음에 그녀가 초등학교 선생님인 줄 알았었는데요. 아이들이 읽을 여러 책을 날마다 카트에 가득 담아 교실에 들어간다는 브런치 글을 읽고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이죠. 그런데 올해 펴낸 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라는 책에 나온 프로필을 보고서야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실버 힐링 스토리도 3년 남짓 진행해오고 있고, 또 동네에서 50대 위주로 독서 모임을 3년 남짓 진행해 온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최선미 작가의 독서 모임이 일반적인 독서 모임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어서 호기심이 생겼고, 또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오랜 동아리 활동이 50+세대들이 활용하기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 같아 과감하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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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저자 최선미 작가 

  

Q. 선생님 책을 읽어보니 입시의 현장인 고등학교에서 교과 내용만 가르치기도 빠듯할 텐데 날 마다 독서교육까지 하신다니 놀랍네요. 그게 가능한 건가요?

- 가능하지 않을 것 같지만요, 실제로 날마다 독서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고교 수업은 50분인데요, 10분 독서 하고 나머지 시간은 진도를 나가도 충분하답니다. 교사나 학생이나 독서에 10분을 할애한다는 마음만 있으면, 지속적으로 독서 수업을 할 수 있더라고요. 국어는 일주일에 4번이나 교과 수업을 하니까, 매일 10분씩 독서를 하면 보통 한 달이면 책 한 권은 거뜬히 읽는답니다.

 

Q.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가요? 10분간 책 읽어라. 이렇게 하는 건 아닐 것 같고요.^^

- 네. 스톱워치를 맞춰 놓고, 10분 독서를 시작하는데요. 제가 가져간 북 카트에서 책을 골라 읽는 학생도 있고, 본인이 골라서 준비해 온 책을 읽는 학생도 있습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10분간 읽고, 종료 알람이 울리면 모두 책을 정리하고 수업용 교과서나 자료를 펼친답니다.

 

Q. 독서교육을 위한 선생님 정성이 대단하시군요. 작년 브런치에서 선생님 글 읽었을 때 날마다 교실에 들어갈 때 북 카트에 동시집, 그림책,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 얘기도 있어서 초등학교 선생님인 줄 알았거든요.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열정적으로 꾸준히 독서교육을 하시는 특별히 이유가 있으신가요?

- 수업 중 10분 독서는 학생들의 독해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이라고 저는 생각하지요. 수능 독해 지문을 설명하는 교사의 지도보다 영향력 있고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더 실질적인 도움도 되는 방법이 수업 중 10분 독서라고 생각한답니다.

 

Q. 맞벌이하는 자녀를 대신해서 손자 손녀를 돌보고 있는 50+세대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이 경우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부모보다 더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는데요.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 손녀를 위한 독서교육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조언해 주신다면요?

- 어린 손자 손녀를 위한 독서교육이라면 동화책을 읽으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동화책, 참 재미있겠지요. 손주들이 정서적으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요. 사실 50+세대는 젊어서 책을 읽으신 분보다 책을 접하지 못하신 분들이 더 많으실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로 글이 불편하고 싫으신 어르신들, 하지만 손주들에게 독서교육을 하고 싶으신 어르신들이라면 동화책을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린이 도서관에 있는 동화책만 많이 읽으셔도 손주들을 위해 그중 재미있는 책을 골라서 읽어주실 수 있게 되니 좋고요. 어르신들 본인을 위해서도 참 좋답니다. 어른들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내용의 동화책이 정말 많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동화책을 읽는 어른들이 정말 많답니다.

 

Q. 흔히 독서동아리 하면 대개 공통된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고 나누는 지정 독서를 떠올리는데요.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에서 상세히 얘기하셨듯이, 작가님이 오랫동안 해오신 자유 독서에 대한 장점은 어떤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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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독서의 장점은, 일단 모두가 부담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지정 독서의 경우 모임을 이끄는 리더가 있고, 발제를 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서 그 누군가는 책 선정부터 발제를 정하는 일, 원만하고 내실 있는 진행이 되게끔 진행하기 위한 방법 등을 고심해야 하는데요, 이것이 모임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일을 하는 개인에게는 큰 부담감을 되는 일이기도 하지요. 누군가에게 부담감을 주는 모임은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지요.

 

자유 독서 모임은 모두가 똑같이 각자 자신의 책을 읽어 오기만 하면 됩니다. 각자 자기 몫을 하면 돼요. 책을 읽어 온다는 책임만 스스로 지면, 모임 구성원 전체가 편하지요. 자유 독서의 또 다른 장점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편하게 골라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향유할 수 있는 독서를 지향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읽고 싶은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는 자유 독서 모임이 부담감 없고 자유로워서 좋답니다.

 

Q. 작가님이 만난 독서동아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모임이 있으신가요?

- 네, 오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며 전국 각지의 독서동아리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중 80대 할머니들로 구성된 20년 된 독서동아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웃집 어르신들이 모여 독서 모임을 시작했고, 그 모임을 20년간 해 오셨다고 해요. 그 사실 자체가 정말 놀라웠지요. 처음 시작은 60대 때 가볍게 시작하셨겠지요. 하지만, 그 작은 시작이 20년간 지속될 줄은 모르셨겠지요. 나이 드시면 하루하루 그날이 그날이라고들 하시던데, 그 독서 모임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하루하루는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읽는 재미가 있고, 함께 나눌 친구가 있으니까요.

 

Q. 주변에 50+세대들을 보면 젊은 세대를 못지않게 어떤 면에서는 책보다는 유튜브 등의 매체들을 더 선호하고 책을 보지 않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이런 분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독서 방법이 있다면 추천해 주시죠.

- 유튜브가 편하신 어른들은 책을 소개해 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책 한 권을 접하시고, 그 중 마음에 드시는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방법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책으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유튜브 책 방송이 도움이 될 거예요. 책을 읽으실 마음이 있으신 분이라면 유튜브 채널과 독서, 함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즐겁게 독서하는 방법이라고 하시니, 공공 기관에서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혼자 하는 독서가 재미없고 힘들 수 있는데 누군가 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첫발을 떼기가 쉬울 수 있지요.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나 서울시50플러스센터 또는 도서관이나 구청 등에서 하는 독서 모임 참여도 재미있게 독서를 시작하실 방법이 될 것입니다.

 

최선미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개인적으로는 우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에서 독서를 통해 자기 계발은 물론. 소통을 위해 시도해 보고 싶은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책과 원래 가까웠던 분들도 많겠지만 개인적인 독서는 물론 기존에 모임을 유지하고 계신 분들이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학교 교단은 기본이고 사적으로도 12년 넘도록 독서동아리를 유지해오며 삶을 함께 나누고 성장한 귀한 경험의 노하우를 들어있는 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가 우리 50+세대의 독서 활동에 있어서도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조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