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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 엄마에게 가는 길이다. 에어컨 덕분에 이동하는 길이 시원하다. 지하철에서도 연신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의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8, 친정엄마의 컨디션이 나빠지셨다. 십분 이상 걸을 시면 다리가 저려 가다 서다 하시는 횟수가 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에 앉을 수 있는 턱만 보시면 쉬었다 가셔야 했다. 그러다 차츰 통증도 생기고 걷는 자세도 뒤뚱뒤뚱하시다 일어나지를 못하시면서 결국 응급으로 허리 협착증 수술을 하시게 되었다. 허리 협착증은 척추 가운데 관 모양의 속이 빈 척추관 및 척추 사이의 구멍인 추간공이 좁아져서 요통 및 신경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가벼운 운동 부전부터 배뇨 장애까지 올 수 있어 제때 치료를 잘해야 한다. 그렇게 수술 후 엄마는 꼬박 10개월을 재활병원에서 홀로 보내셨다.

 

우리 가족들은 조금은 더 잘 걸을 수 있으실 때 퇴원하시기를 원했지만 엄마의 완고한 바람 때문에 퇴원을 하시게 되었다. 엄마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러실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아도 그렇게 오래 병원에서 지내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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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은 안 된다고 끝까지 우길 수도 없던 것은 엄마가 원하시는 것을 해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서였다. 혹시라도 그곳에서 어떤 안 좋은 상황이 온다면 사는 내내 한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언니와 오빠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 보조기나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 집에서 사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선 일 년여를 병원 침대 생활을 하시다가 바닥 생활을 하시는 건 힘든 일이었다. 무언가를 잡고 일어나실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무엇보다 방안마다 문턱이 있고 부엌에서 일은 할 수 없는 상태이시다. 집에서 생활하시는 것이 가장 좋으시겠지만 엄마의 식사와 응급상황이나 빨래 청소가 해결되는 곳이 필요했다. 제주도에 사는 오빠나 멀리서 일하는 언니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실버타운으로 모시게 되었다.

 

퇴원하시는 엄마는 우선 옮기실 실버타운을 보고 엄마 네로 가시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엄마를 모시고 미리 보고 왔던 실버타운으로 갔다. 앞좌석에는 언니와 새언니가 타고 뒷자리에 엄마와 내가 탔는데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이 부신 날이었다.

 

"엄마, 병원서 나오니 좋지?"

", 병원서 나오니 정말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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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면서 엄마는 실버타운을 보고 왔다는 이야기를 왜 하지 않았냐고 하셨다. 나는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었다고 대답했다. 실버타운을 처음 보러 갔을 때 마음이 울적했었다. 엄마를 모실 수 없는 상황이 죄송했고 무엇보다 시설이라는 것이 맘에 쓰였는데 막상 가보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쾌적하고 주변 환경이 좋았다. 특히 2주에 한 번씩 의료 진료가 있고 처방전이 해결이 되어 응급상황에서 엄마가 혼자이지 않을 것이 가장 마음이 놓였다. 다만 아무리 생각보다 괜찮았던 곳이었다 한들 엄마에게 좋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엄마가 실버타운으로 옮길 것에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셔서 다행스러웠다.

 

그렇게 엄마를 모시고 실버타운으로 갔다. 엄마가 햇빛을 보고 이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에 울컥하기도 하면서 혹시 보러 가는 실버타운이 맘에 안 드신다고 옮기지 않는다고 하시면 어쩔까 걱정도 되었다. 실버타운에 도착하고 외관이 예쁜 모습에 엄마의 표정이 나쁘진 않았지만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보이셨다. 원룸형이 다소 작게 느껴지시는 것 같아서 엄마가 이사를 하시겠다고 할 때까지 조마조마했다

 

그리 크지 않지만 쾌적한 실버타운을 보고 난 후 도착한 엄마네 집 앞에서도 바로 느끼셨을 것이다. 휠체어가 현관 진입이 안 되고 턱이 높은 엄마 집 현관을 오르지도 못하셨으니까. 게다가 부축하는 내가 땀이 뻘뻘 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사를 결정하신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으실 것을 안다. 우리가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를 별 탈 없이 맞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낯선 곳에서 엄마가 부디 잘 지내 주시기를, 엄마의 평안을 기도한다

 

50+에세이작가단 리시안(ssmam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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