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소멸인가, 옮겨감인가

-88색 온라인 명사특강 정현채 교수 편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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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정현채 교수(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코로나 19로 인한 대전환의 시대! 뉴노멀 시대를 보는 또 다른 시선을 위하여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88색 명사특강이 지난 624일로 모두 끝났다. 코로나19 무료특강으로 3월부터 시작되어온 생명과학 분야 명사들의 지식과 생각을 통해 인생 2, 삶의 가치와 의미를 점검해 보는 그 마지막 시간으로 정현채 교수(서울대의대 명예교수)의 죽음은 소멸인가, 옮겨감인가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일상의 기준을 변화시켜온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죽음학전도사로 잘 알려진 정 교수는 소화기학을 전공한, 위염이나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연구의 권위자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하는 의사이다. 그는 어떤 이유로 죽음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는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의사였지만 어느 날 나에게도 죽음이 드리워진다면이라는 인생의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가 권해준 한 권의 책 [사후생/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을 통해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Lancet)’의 근사체험(육체이탈 체험) 연구논문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은 심장 박동이 정지되었다가 심폐소생술 등으로 다시 살아나 의식이 없을 동안 겪는 짧은 시간의 체험으로 의식이 없는 동안의 일들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비주의 경험과는 차이가 확연한 경험을 말한다.

이후 정 교수는 종교적 의식이나 환상의 세계가 아닌 과학의 영역으로 죽음과 죽어감을 탐구하며 삶의 근원이 무엇인지 하는 인생의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죽음학 강의를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죽음은 소멸도 끝도 아니고 새로운 세계의 문으로 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인간은 육체가 전부가 아닌 육체를 넘어서는 더 큰 차원의 영적 존재라는 강의를 들으면 마치 그가 종교인인 것으로 생각되지만 전혀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죽음을 슾프다, 슬프다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죽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려고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죽음에 대해 터부시해온 우리 사회의 문화를 생각해보게 된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죽음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주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실제로 죽음을 성찰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부동산이나 아파트 평수 같은 지상의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정 교수는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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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근사체험 강의자료

 

그는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이 강의를 통해 지상의 시선을 먼 곳의 별을 바라보는 태도로 나는 누구인가하는 근원적 질문을 하는 계기로 만들기를, 그리고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지 않고 죽음을 또 하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도록 죽음을 영적 성장의 기회로 삼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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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이렇게 죽음을 성찰하게 될 때 삶에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데 불필요한 연명치료로 암환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삶, 갑질하지 않는 삶, 자살 충동이 사라지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어느 한 교사가 반려견 죽음이나 자살문제 시한부, 사후세계문제 등으로 죽음 교육을 했더니 학교폭력이 30%가 감소 되었다는 사례를 들을 수 있다, 가족들이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눈물로 가지 말라고 붙잡을 것이 아니라 잘 살아왔다고, 안심하고 먼저 가 있으라고 말할 수 있도록,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깊은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죽음 교육으로 소망을 주도록 평소 나눔과 사랑, 이해 등으로 균형을 갖춘 죽음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죽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류사회의 영원한 이슈 죽음앞에 두렵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 고 정기용 건축가는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아닌 위엄 있고 밝은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그런 존엄한 인간의 모습은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가늠케 한다는 점에서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왜 사는지, 세상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들로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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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죽음의 질 1위 국가 영국의 죽음 알리기 운동

 

죽음의 질 1위 국가인 영국은 죽음 알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매년 5월 죽음 알림 주간을 통해 죽음이 삶의 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삶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언장 작성하기 장례계획 세우기, 노후 요양계획 세우기, 장기 기증서 작성하기 등을 실천하는 일과 더불어 사랑하는 이에게 소망을 이야기 하거나 아이들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는 일 등은 우리가 얼마든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이지 않을까.

 

20세기 생명 연장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죽음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도 달라지는 때에 2018년부터 시작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말기 환자들이 심폐소생술을 거절하는 등 우리 사회도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에겐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100세 고령화 시대서울시 인구의 5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인구집단이라고 하는 50플러스 세대가 뉴노멀 시대에 또 다른 시선으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며 각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이 되도록!’

 

 

50+시민기자단 유은숙 기자 (dlxhrh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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