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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50+세대, 장년층의 교육을 위한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 협회: 아에품(AEPUM: Asociación Estatal de Programas Universitarios para Mayores)’을 소개하고, 현재 협회에 등록된 한 대학에서 하는 50+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본다. 이들의 본질적인 목적은 대학 환경에서 보다 전문적 교육을 통해 장·노년층 중 대학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대학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보다 학문적인 교육을 통해 일시적 취미활동을 넘어 심도있는 교육을 받은 시니어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다. 

 

 

배우는 것이 사는 것이다. 배우는 것을 멈추지 말라 (아에품의 한 파트너 대학이 내세우는 슬로건)

 

스페인 현재, 전체 인구의 약 19.58%[스페인 국가 통계청(INE), 2020년]에 해당하는 은퇴 이후(65년) 장·노년층 인구로 이루어져있다. 더불어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인 2019년 기대수명이 83.9세까지 치솟았으며, 2020년 기준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 6위(한국은 9위)로 노령화 사회의 대책이 절실한 국가 중 하나다.[출처: EnR?(시니어와 관련된 온라인 정보 웹페이지) 2020년 3월 보고서]

 

따라서 이제 장·노년층의 새로운 삶의 시작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듯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는 장·노년층을 위해 ‘보다 전문적 교육’을 위해 스페인 정부 및 사회적 단체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앞으로 소개할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AEPUM: Asociación Estatal de Programas Universitarios para Mayores)’ 프로그램이다. 노령화 사회에 발맞춰 시니어 인력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 자치주 대학들과 협력해 장·노년층을 위한 대학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아에품(AEPUM).

 

본 글에서는 해당 협회의 프로그램 및 파트너 대학 중 활동이 활발한 곳을 통해 실질적으로 어떻게 장·노년층 교육에 힘쓰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아에품(AEPUM)

 

1. 아에품 개요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AEPUM: Asociación Estatal de Programas Universitarios para Mayores)’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는 공립 및 사립 대학뿐만 아니라 목적에 따라 노인을 위한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한 기타 지자체 단체들의 참여로 구성된 비영리 노인대학 단체다. 

 

2004년에 설립돼 현 스페인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지차제의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병행하며 25년 이상 노인을 위한 질 높은 교육을 위해 힘써 왔다. 보다 수준 높은 대학 환경에서 장·노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활성화해 노인 집단의 교육 및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특히 취약계층 등 당시 대학 공부를 할 수 없었던 사람들도 언제든 늦음이 없는 배움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시니어 프로그램을 위한 대학 간 정보 공유 및 조언 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스페인 전국 약 46개 대학에 6만 3000명 이상의 학생이 등록한 아에품은 적극적으로 ‘회춘’을 촉진하며 장·노년층의 자신감과 독립성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스페인 장·노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가장 큰 협회다.

 

대부분의 학습 과정은 인문학 및 과학, 사회과학, 언어학, 심리학, 역사학 등의 기본 학문을 제공한다. 한국으로 치면, 일반 대학 신입생들이 듣는 전공 기본 혹은 교양 과목 정도의 수준으로 시작해 시니어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켜 평생학습을 촉진하고 세대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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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에품의 주요 활동

1) 파트너 대학들 관리 및 조율

스페인 전역의 대학에 해당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하고, 제휴 신청을 받아 지역별로 필요성과 자격이 되는 대학들로 엄선해 해당 프로그램을 숙지시키며, 자율은 주되 파트너 대학 간의 혼란이 없도록 기본적으로 공통적 시스템을 가질 수 있게 한다.

 

2) 각 대학 프로그램의 내용을 공유하는 총회 개최

1년마다 파트너 대학들의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각 대학 해당 프로그램의 담당자, 교사, 행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총회를 연다. 총회는 공식적 설립 이전인 1996년부터 시작됐다.

 

3) 시니어 교육 방법론에 대한 세미나 개최

평균 1년에 서너 번 시대에 발맞춰 발전된, 효율적인 시니어 교육 방법론에 대한 세미나도 하고 있다. 보통 주제는 지역별 대학들이 돌아가며 각자의 모범 교육 사례 등을 발표한다. 코루냐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에서 ICT 사용’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의 세대적 다양성을 위한 노력’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의 수학·과학 교육’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 국내 및 유럽 혹은 국제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기도 한다.

 

4) 다양한 국제 연구 프로젝트 실시

시니어 교육에 조금 더 학문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주변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 국가들과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주된 주제는 정보통신기술과 관련된 ‘장·노년층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학습’으로, 계속해서 화두가 되는 장·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시니어 IT학습법을 마련하려는 등의 프로젝트다. 이 외에도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다양한 협회와 교류하려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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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대학(AEPUM 파트너 대학 알메리아 대학교의 프로그램)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은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AEPUM)의 대변인이자 알메리아 대학교 노인대학 사무국장 안토니오 코디나 산체스(Antonio Codina Sánchez) 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다.

 

1. 알메리아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Universidad para mayores de UAL)의 목표

아에품의 46개 파트너 대학 중 하나인 알메리아 대학교(UAL: Universidad de Almería)는 스페인의 남쪽 안달루시아주에 있다. 안달루시아는 스페인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의 대학이 아에폼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이다. 1998년에 시작한 알메리아 대학의 ‘장·노년층을 위한 대학’은 55세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과학·사회과학·인문학 등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교육을 제공해 평생교육을 제공하고 세대 간 유연한 관계를 형성해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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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알메리아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Universidad para mayores de UAL)의 세부사상 

 

1) ‘노인을 위한 대학(Universidad para mayores)’의 커리큘럼

수업은 주중 2일 2시간씩 부담 없이 이루어지며, 매년 11월 시작해 5월에 끝난다. 이것을 한 학년 수업(2학기)으로 본다. 평생교육이란 취지에 맞게 취미처럼 ‘한 학년 안에 수업을 끝내야 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시간이 걸려도 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과목 중심으로 코스를 나눴다. 인상적인 것은 전체 교육 과정을 10년이라는 긴 기간으로 보고, 1000시간의 수업 시간에 40개의 과목을 이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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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코스 내 과목을 골라 해당 과목을 이수하는 개념으로 일반 대학처럼 수업이 이루어진다. 첫 번째 학기는 기본지식 과정(공학, 과학, 건강과학, 인문학, 사회과학, 법률과학)으로 돼 있고, 두 번째 학기는 더 특화된 과정(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전문화된 과정)으로 되어 있다.

 

정규 과정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컴퓨터, 합창단, 연극, 내러티브, 언어 등과 같은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고 워크숍당 50~80시간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졸업장도 수여되는데, 각 학기가 끝날 때 일반 대학의 졸업식처럼 거행되고 대학 총장, 안달루시아 주청장, 알메리아 시장 등이 수료식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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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연, 전시, 책 출판까지… 완벽한 워크숍의 결과!

워크숍에서는 연극·음악·춤 등의 다양한 과목들이 마련돼 있는데, 단순한 취미보다는 조금 더 나아가 실질적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까지 수업의 심도가 깊다. 직접 배우·연출가·극본가가 돼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졸업식이나 ‘국제 노인의 날’(10월 1일) 행사의 무대에서 직접 공연(연극·합창)을 하며, 별개로 지역의 요양원·학교 등에서 자발적으로 공연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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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여가적인 목적보다 직접 무대를 계획하고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의 역동성과 추진력을 강화해 자신도 몰랐던 새로운 문화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작문 워크숍을 통해서는 학생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출판되기도 한다.(현재 4권이 출판되고 5권은 인쇄 중)한편 대학 측에 따르면 외국어(프랑스어·영어) 등 언어과정은 가장 수요가 많은 수업이라고 한다.

 

3) 세대와 세대가 만나는 확장 교실

워크숍 외에도 세대 차이 없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만들고 있다. 이는 노인을 위한 대학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알메리아 일반 대학과 이어진 프로그램으로, 알메리아 대학 학생들과 노인을 위한 대학 학생들의 두 경계를 허물어 세대 간 배움의 기회를 열고 있다. 더불어 ‘확장된 교실’ 프로그램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지역 사회 안에서 세대 간의 사회적 교류를 증진하고 배움의 다양성을 창출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이 중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암비오블리츠(AmbioBlitz)가 있다. 앞으로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며 만든 생물 다양성 활동이다. 블리츠(Blitz)는 ‘생물 다양성 마라톤’이란 뜻으로, 지역의 한 곳을 탐방해 가능한 한 많은 종의 생명을 찾아 특정 시간 동안 등록하는 행위다. 따라서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고 대학 내의 전문 교수들이 종의 구분을 돕거나 해당 생물의 생태공부를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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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에는 다시 대면 활동으로 재개할 예정이다. 해당 활동은 단순 기록에서 끝나지 않고강연, 관련 영화 관람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포함돼 하루이틀 동안 연속으로 진행된다.

 

4) 이외 프로그램 및 미래 계획

이 외에도 현재 안달루시아주의 지원하에 시니어 라디오 프로그램인 ‘더 알고 싶어요(QSM: Quiero Saber Más)’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 측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주당 6시간의 새로운 교육 모듈이 설계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신체 및 스포츠 운동(3시간), 요가(2시간), 정서적 웰빙을 위한 심리학 워크숍(1시간) 등 신체 및 정서 발달에 맞춘 교양 교과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이외 재판을 참관하고 나중에 판사의 마스터 클래스를 받는 것과 같은 보다 흥미롭고 활동적인 수업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5)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수업 및 학생 수

노인을 위한 대학 학생들의 연령대가 55~95세인 점을 감안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이후 2020~2021년 수업은 화상교육으로 진행됐다. 다음 2021~2022학년도에는 스페인 정부의 계획대로 학생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렇게 되면 대면 교육을 재개할 계획이다. 워크숍을 포함하면 1,000명에 가까운 700명 이상의 학생이 등록해 학생 수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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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새로운 배움과 삶의 시작, 가장 행복한 학생들이 있는 곳, 노인을 위한 대학 

노인을 위한 대학은 장·노년층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곳에서 배울 수 있는 시니어에게 가장 열려 있는 교육 공간이다.

 

이에 대해 알메리아 대학교 노인대학 안토니오 코디나 산체스 사무국장은 “우리 교실이 배우고, 사회화하고, 정신을 깨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5년 동안 알메리아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 해당 과목의 전문가인 교수진이 참여해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만족도가 4.4 이상으로 전체 알메리아 대학교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지역 사회에서 수여하는 상도 두 차례나 받았다.

 

이 밖에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은 해당 프로그램 동창생 및 교사진 커뮤니티와 협력해 고령화사회에 ‘쉼’보다는 ‘활동’을 추구하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는 ‘문제’가 아닌 ‘새로운 시대의 도래’라 생각하며, 이들이 훗날 필수적 인력이 될 수 있게끔 하고자 좀 더 수준 높은 교육을 효율적으로 장·노년층에게 제시하기 위해 많은 학문적 연구도 하고 있다.

 

 

‘노년층’이 아닌 새로운 ‘시니어 인재’

 

스페인의 인적자원 관련 온라인 신문 ‘RRHH Digital’은 “65세 이상 10명 중 8명이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현재와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 55세 이상은 ‘노인’이 아니다. ‘준비된 인재’다. 따라서 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려는 준비를 서둘러야 할 시점으로 이들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체계적 커리큘럼과 양질의 교육을 선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사회 역시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은퇴 후 세대가 급격히 늘었다. 예전과 달리 현대의 ‘노년층’은 몸과 마음이 튼튼하다. ‘인생은 50부터 시작’이라는 말처럼,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의 시작점에 선 50+세대. 주립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에서 말하듯 이들에게 필요한 건 휴식보다는 활동,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다. 지금의 50+세대는 지금껏 생계를 위해 욕구가 아닌 필요에 의해 원하지 않은 학습을 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은퇴 후 혹은 은퇴 준비를 시작하며 정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노인을 위한 대학 프로그램’이 지원하는 것처럼 기본지식 함양 수업을 다양하게 들어보며 자신이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 또한 새로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연륜과 성숙의 나이에 시작할 수 있는 ‘진정한 학습’, 앞으로 이를 원활하게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은 물론 공·사 기관이 협력한 좀 더 확고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인생의 또 다른 시작 앞에서 나이듦을 인식하고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데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다. 50+,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절대 늦지 않은 시기다.

 

 

 

 

자료출처

주립 노인대학 프로그램협회[아에품(AEPUM)] https://www.aepum.es/presentacion/

알메리아 대학의 노인을 위한 대학 http://www.umayores.es/

스페인 국가 통계청(INE) https://www.ine.es/jaxiT3/Datos.htm?t=1488 - !tabs-mapa

EnR?( 시니어와 관련된 온라인 정보 웹페이지) 2020년 3월 보고서 : informesEnvejecimiento en redEnR?(띄어쓰기) Número Un perfil de las personas mayores en España 2020 25, Marzo 2020) http://envejecimiento.csic.es/documentos/documentos/enred-indicadoresbasicos2020.pdf

RRHH Digital 신문: 기사 제목: ‘Ocho de cada diez mayores de 65 quisieran volver a estudiar(65세 이상 노년층, 10명 중 8명이 다시 학업에 돌아가고 싶어 하다.)’ 2020년 11월 24일 http://www.rrhhdigital.com/secciones/formacion/144461/Ocho-de-cada-diez-mayores-de-65-quisieran-volver-a-estudiar?target=_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