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박물관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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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박물관

인사동은 골동품 거리로 알려져 있다. 사라진 전통이 아쉽게 느껴질 때는 이 거리를 거닐다 호젓한 찻집에서 전통차를 마시곤 한다그러다 지인이 이곳에 칼 박물관인 나이프 갤러리가 있다고 소개해서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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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박물관이 있는 거리 

 

나이프 갤러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설 칼 전시판매점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서양 칼을 모두 전시하고 있었다전시된 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재질과 형태로 맞춤 제작도 하기 때문에, 원하는 칼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거나 현장에서 살 수 있다나이프 갤러리는 2001년에 문을 연 후, 음력 설과 추석만 쉬고 연중 관람객을 맞이하며 칼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위치는 수도약국 대각선 쪽 길 골목 지하에 위치해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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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간판

 

인사동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도검, 은장도 등을 비롯하여 세계의 도검을 소개하고 있다. 박물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주인 분께 면담을 요청했으나, 아쉽게도 사정이 있어 생략해야 했다.

 

처음 칼 박물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낯설 수도 있다그러나 칼로 유명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졸링엔에 위치한 칼 박물관을 보자그곳에 가면 철기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1904년 개관하여 중세 시대 기사들이 사용한 칼을 비롯해 과일용 칼, 스테이크용 칼, 동물의 뼈로 만든 숟가락 등이 전시돼 있다졸링엔 지역은 과거 좋은 철이 많이 생산되어 '대장장이 마을'로 유명했다고 한다중세 시대부터 칼을 만드는 제조업이 발달해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다주방에서 사랑받는 칼 가운데 하나인 '쌍둥이 칼'을 제조하는 회사 헹켈스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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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및 판매중인 여러 나라의 칼들

 

 

다시 인사동의 나이프 갤러리로 돌아와서칼은 모든 국가가 다 만들었는데 형태와 제조공법이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다한국, 일본, 중국, 서양의 칼 제조 방식과 모양이 다른데, 지역에 따른 재료나 용도에 따른 차이라고 여겨진다인류는 생활상 필요에 의해 칼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사냥하거나 음식을 만드는 용도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그 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용도가 늘어났을 것이다.

 

예로부터 사인검, 월왕구천검, 진왕검, 구룡보검, 엑스칼리버, 요도 무라마사 등 명검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해온다그중 사인검은 조선 시대의 보검으로,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만들어져 사인검이라 불렸다12년에 한 번, 2시간 동안만 만들 수 있어 높이 평가받았으며, 왕이 충신에게 하사했다고 하여 귀하게 여겨졌다군신 간의 의리를 상징하며 군왕을 받들어 재앙을 없애고, 의로운 정치를 펴고자 했던 조선의 통치이념이 담겨 있었다.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

현대의 칼은 권력이다. 권력은 공정하고 정의롭게 사용되어야 한다그러나 권력을 잡은 자가 정도를 벗어나게 사용하다가는 대가를 치른다권불 10이라는 말이 있다. 또한 칼로 일어선 자는 칼로 망한다는 말도 있다정당성과 공정성에 근거하지 않은 권력은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이다용도에 맞게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하나 실제는 지켜지기 힘들며, 실제로 권력을 남용하거나 오용한 사례가 빈번하다잘 알려진 소설 칼의 노래는 임진왜란의 명장 이순신이 국가를 지키기 위해 불리한 조건에서 고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형상화했다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백성과 국가를 수호하는 데 정당하게 사용했다.

 

그동안 칼은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그러나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지 말라는 속담도 있듯이생활용, 전쟁용, 호신용, 공격용 등 다양한 종류의 칼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여야 한다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중용의 자세가 바람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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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종류와 용도의 칼

 

그렇게 많은 역할을 했던 칼들은 간혹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 칼은 무기로서의 기능보다 생활상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다박물관에서 칼을 관람하니 칼의 역할과 역사에 대해 생각하면서도한편으로는 '칼과 같이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연마하여 사회에서 적당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50+시민기자단 최원국 기자(hev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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