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코로나19로 갇혀 지내다 보니 어느새 봄이 왔다. 4월 첫째 주 내린 봄 비로 이르게 핀 꽃잎이 제법 떨어졌지만, 여전히 꽃잎을 활짝 펼친 꽃들이 우리 내 마음을 간지럽힌다. 마지막 남은 꽃잎이라도 눈에 담고 싶어 마스크 쓰고 나들이 나가고 싶다면 멀리 가지 말자. 우리 집 앞에도 벚꽃 명소가 있다는 사실. 서울관광재단은 꽃놀이 명소에 가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에서 봄을 느낄 수 있는 명소를 소개했다. 우리 집 근처 꽃놀이 명소는 어디인지 눈 크게 뜨고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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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개나리가 어우러지는 곳 서울 송파구 '성내천' / 사진 = 서울관광공사

 

 

서울 송파구 ‘성내천’벚꽃 터널과 개나리가 만나는 곳

풍납중학교에서 아산병원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의 성내천 둑길이 봄이면 멋드러진 꽃길로 변한다. 산책로 양옆으로 벚꽃이 드리우면서 벚꽃 터널을 만들고, 벚꽃 아래는 노란 개나리까지 어우러져 환상적인 꽃길이 된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함께 있어 사진을 찍을 땐 오가는 자전거를 주의해야 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내천 산책로를 따라 올림픽공원을 지나 성내 4교까지 가보도록 하자. 길 중간중간마다 숨겨놓은 보물처럼 벚꽃이 나타난다.

 

 

 

서울 성북구 ‘성북천’…주변 상가와 어우러진 벚꽃길

성북구청부터 한성대입구역까지 성북천 양옆으로 벚꽃이 끝없이 이어진다. 벚꽃의 시작은 성북경찰서 앞 사거리이다. 성신여대 정문으로 향하는 보문로34길에 벚꽃이 학교 앞까지 늘어섰다. 벚꽃은 좁은 일방통행로에 비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이어진다. 잠시 꽃길을 걷다가 다시 성북천으로 내려와 한성대입구역까지 걷는다. 아파트와 주변 상가 건물과 어우러진 벚꽃길은 우리가 꼭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도 아름다운 순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성북천은 가로등이 많고 주거 시설과 맞닿아 있어 밤 산책으로 찾아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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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릉 뒤로 피어난 벚꽃 / 사진 = 서울관광공사 

 

서울 ‘의릉’ … 의릉에 피어난 봄꽃들

의릉은 조선 20대 왕인 경종과 그의 계비인 선의왕후의 능이다. 나지막한 천장산 자락 아래 조성된 의릉에는 성내천이나 성북천처럼 벚꽃이 많지는 않다. 대신 능 주변으로 진달래, 산수유, 개나리, 앵두꽃, 수양벚꽃, 산벚꽃 등이 연이어 피어나 눈부신 봄날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다른 벚꽃 명소보다 찾는 이도 적어 고즈넉하게 봄꽃을 즐기기 좋다. 의릉에 들어서면 능 뒤로 산벚꽃이 하얗게 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산책로를 이용해 숲으로 가면 아름드리 벚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서울 서대문 ‘연희숲속쉼터’…산자락에 가득 찬 벚꽃을 만날 수 있는 곳

연희숲속쉼터는 서대문구청 뒤쪽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벚꽃이 산자락에 가득 차 봄날에 꽃을 피우면 연분홍 벚꽃이 산자락을 뒤덮어 황홀한 풍경을 만든다. 벚꽃 속을 걷고 있으면 지상낙원에 소풍 온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길을 찾지 않고 일부러 숲에서 헤매 본다. 산책로 사이 사이마다 이어지는 벚꽃을 따라 숲속으로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동산 위에 올라서서 밑을 내려다보면 하얀색과 분홍색 물감을 분무기로 뿌려놓은 마냥 벚꽃이 흐드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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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다른 배꽃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 서울 중랑캠핑숲 / 사진 = 서울관광공사 

 

서울 ‘중랑캠핑숲’그곳에 가면 배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중랑캠핑숲에 가면 배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다. 배나무 과수원이 있던 땅을 공원으로 탈바꿈한 곳답게 산책로 옆으로 여러 그루의 배나무가 늘어섰다. 배꽃은 벚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꽃잎은 벚꽃처럼 새하얗지만, 꽃술이 녹색을 띠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연둣빛을 머금고 있다. 벚꽃이 화려하다면 배꽃은 청초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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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는 유채꽃 / 사진 = 서울관광공사

 

서울 반포한강지구 ‘서래섬’…제주도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는 유채꽃

봄이 떠나는 것을 붙잡고 싶다면, 서래섬으로 가보자. 서래섬은 동작대교와 반포대교 사이 강변에 만들어진 작은 인공 섬으로 4월 말부터 유채꽃이 피어나기 시작해 5월에 절정에 다다른다. 유채꽃은 2월부터 제주에서 피기 시작하여 남쪽 지방을 지나 5월에 서울에 닿는다. 제주의 유채가 이른 봄이었다면, 서울의 유채는 마지막 봄인 셈이다. 서래섬 바로 옆으로 한강이 흐르고 있어 꽃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제주 못지않은 풍경이다. 노란빛이 햇살에 부서지고 넘실거리며 한강으로 흘러간다. 유채는 한강도 노랗게 물들이고, 멀리 서울타워와 푸른 하늘까지 서울을 온통 노란 세상으로 만든다.

 

 

 

서울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에서 이어지는 대나무숲

서울에도 매화의 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있는 청계천 하동 매화 거리이다. 2006년 하동군이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매화 군락지를 만들었다. 매화는 벚꽃보다 일찍 꽃을 피우고 절정을 지나 꽃잎을 떨구는 시기도 더 이르다. 게다가 3월 말부터 빠르게 기온이 오르면서 매화 거리를 찾아갔을 때 설사 매화가 이미 다 끝났더라도 괜찮다. 매화 옆으로는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숲이 이어진다. 대나무의 푸른 잎이 바람에 부딪히며 흔들릴 때마다 내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느껴진다. 용답역 2번 출구와 이어지는 고가다리는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도깨비의 저승사자(이동욱 역)와 써니(유인나 역)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소였다. 그들은 다리에서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다리 위에 서면 청계천을 따라 이어진 매화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 남산 ‘와룡매’…아픈 역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매화 두 그루 와룡매

남산 안중근 기념관 앞에 있는 와룡매라 불리는 매화 두 그루(홍매화와 백매화)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장수가 창덕궁에 있던 매화나무를 뽑아 일본에 가져다 심었다. 일본 미야기현 마쓰시마 즈이간지(瑞巖寺)의 본당 앞에 있는 홍매화와 백매화가 그 주인공이다. 매화가 용이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 하여 와룡매라고 부른다.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사랑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이다. 1998년에 즈이간지 주지가 한일 친선의 상징으로 와룡매의 가지를 떼어 접목한 묘목을 기증하기로 하면서 1999년에 안중근 의사 추도식에 맞춰 400년 만에 우리 땅으로 돌아와 안중근 기념관 앞에 식재됐다. 오랜 이야기를 지닌 매화가 안중근 의사를 추모하는 기념관 앞에 놓여 있으니 더욱 숙연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 와룡매는 더 많은 꽃을 피워내며 우리나라가 그랬던 것처럼 화려하게 성장할 것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라이프점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