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신산업 위주로 확 바꿔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계획의 두 축은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그린 뉴딜)과 디지털 기반 확대(디지털 뉴딜)이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은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성장한 비대면 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산업 육성 계획이다. 9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58조2000억 원, 이 중 중앙정부 예산만도 44조800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는 디지털 뉴딜 정책이 본격 시행되는 첫 해다. 정부는 7조6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는지 알아보고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전망했다.

 

글. 성수영(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올해 디지털 뉴딜, 키워드는 ‘데이터·5G·인프라’

 

 

정부는 1월 6일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올해 총 7조6000억 원을 디지털 뉴딜에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긴급 투입한 2조4000억 원에 비하면 세 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산업 생태계를 본격 구축하고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기반시설(SOC)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올해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D·N·A 경제구조 고도화’다. 디지털뉴딜 전체 예산의 68.4%(5조2000억 원)이 투입된다. 먼저 공공기관 등이 축적해온 데이터 4만4000개를 전면 개방하고, 데이터 분석 및 유통·거래를 지원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금융과 유통 등 분야별로 6개 연다. 5G·AI 융합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액공제 등 혜택을 줘 5G망 조기 구축을 지원한다. 정부는 또 6G 기술과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소자, 장비·공정 등 핵심기술 개발에 1223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비대면 산업 육성 분야는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신기술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국 초·중등 27만 개 교실에 고성능 와이파이를 깔고 최대 8만여 개의 태블릿 PC를 보급해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는 또 폐암 등 12개 질환 진단을 지원하는 AI 정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소상공인 5만3000명의 온라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도로·철도·공항 등 교통 인프라와 스마트도시 등 사회간접자본(SOC)를 디지털화하는 데 1조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도로 운영에 IT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교통체계(ITS) 도입을 확대하고, 주요 거점에 중소 물류업체가 이용하는 스마트 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업 참여도 활발…5조1000억원 투자 예상

 

 

정부는 민간이 대규모 예산 투입을 마중물로 삼아 올해 관련 분야에 5조1000억 원 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초부터 미래사업 점검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새해 첫 업무일(4일)부터 사흘 연속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5G 네트워크장비, AI·6G 기술 등과 관련된 현장을 찾아갔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먹거리'로 점찍은 AI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체 설계한 데이터센터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연내 출시해 2024년 5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10년간 1조원을 들여 AI반도체 R&D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AI 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저전력으로 실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AI의 핵심 두뇌다. 그동안 대다수 기업이 병렬계산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했지만 비싼 가격과 높은 전력 사용량으로 NPU 기반 AI 반도체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 인텔, 퀄컴,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 뉴딜 계획의 일환인 공공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는 대기업을 포함한 굵직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수주를 높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월 공공SW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했다.

 

김정원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디지털 뉴딜은 사업 성격상 대기업 참여가 허용되는 신기술 분야가 많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결정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사업의 성격을 보고 결정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많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딜·뉴딜 펀드, 향후 전망은

 

 

정부는 각종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디지털 뉴딜의 성공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성공지원을 위한 정책형 뉴딜펀드(뉴딜펀드)’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올해 정시 출자를 통해 3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후 추가 투자가 필요한 분야를 선별해 수시 출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 중 일반 국민이 출자자로 참여하는 공모펀드 격인 국민참여형 펀드는 2000억 원 규모다. 연기금, 공제회,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만이 참여했던 시장에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디지털 뉴딜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세부 투자 분야 등 정책 방향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구호로 내걸고 예산 투입 및 민간 투자 유치를 단행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환경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그린 뉴딜과 유사하고, 창조경제는 신기술 투자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뉴딜과 맥락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정책 모두 다음 정부에서 외면 받았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뉴딜 펀드의 투자 매력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뉴딜 펀드 투자를 권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손실을 일부 보전해준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꼽는다. 반면 디지털 뉴딜 펀드에 뉴딜과 연관된 디지털, 그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는 지금도 많고, 공공성 위주의 사업 구성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