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투자와 안전성이 높은 투자의 비율을 정하는 기준의 하나로 ‘100-자기 나이’ 법칙이 있다. 만일 55세라면 100에서 55를 뺀 45%가 공격적인 투자로 적절하다는 뜻이다. 젊을수록 공격적인 투자의 비율이 높아진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공식이지만, 은퇴를 앞둔 신중년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더 중요하고 급한 과제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은퇴 생활 자금’이 그것이다. 신중년은 은퇴 후의 생계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생활 자금을 미리 확보해두어야 한다.

 

글. 권도형(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은퇴 후라면 투자보다 급한 것이 있다

은퇴 생활 자금은 보통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구조로 마련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충분한 은퇴 후 생활이 어렵다. 그래서 여기에 퇴직 연금을 더 보태야 한다. 이 둘로도 부족한 경우가 많기에 개인연금을 추가로 가입하는 것이다.

 

어떤 투자를 할 것이냐를 생각할 때 노후 연금의 3층 구조가 튼튼한지를 따지는 것이 먼저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은 사람,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여윳돈이 있다면 별도 투자를 생각하기보다는 이것부터 보충해야 한다.

 

자영업자는 노란우산공제 등으로 퇴직 후 안전판을 마련해야 하고, 퇴직연금 미가입 근로자들은 회사에 제도 도입을 요구하며 ‘개인형 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으로 안전판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재직 중에 자율로 가입하거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해서 적립·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이다. 회사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람도 개인형 퇴직연금을 추가로 선택하는 게 좋다. 세금 혜택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연간 1,800만 원까지 낼 수 있으며, 연금저축과 합하여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또한, 운용기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퇴직급여 수급 시까지 과세가 이연된다. 신한은행도 수익성이 높은 IRP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을 합해도 노후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 이들은 개인연금에 가입하여 노후 생활 보장 비율을 높여야 한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으로 불리는데,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증권사(은행)의 연금저축펀드, 보험회사의 연금저축보험이 있다. 연금저축펀드는 예금자보호법 대상은 아니지만, 더 높은 수익성 실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연금저축) 등으로 노후 생활비 유입 구조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투자는 이 전제조건이 충족된 다음에 고려하기를 권한다. 또한,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펀드 등에서 DC(Defined Contribution,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면 투자 운용이 가능하니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시간과 환금성을 고려하라

은퇴 후 생활 자금 유입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면, 그 외의 여유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를 권한다. 은퇴 설계 상담을 할 때 공무원연금 수령자 등과 같이 연금 보장이 튼튼한 분들에게는 앞에서 말한 ‘100-나이’ 법칙 등에 구애되지 말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시라고 권유한다. 물론 투자와 경제 공부를 충실히 하여야 하고, 자기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 

 

전문투자자 수준의 지식과 전략을 축적할 여력이 없다면, 개별 종목 주식이나 금, 달러 등에 대한 직접 투자는 피하는 게 좋다. 펀드 형태의 간접투자가 더 낫고, 주가지수 상승에 연동하는 인덱스펀드나 ETF가 적합하다.

 

간접투자인 펀드도 위험하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면서 높은 수익성을 실현한다”는 권유를 신뢰하면 안 된다. 법적으로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라면 원금을 날릴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공격적인 투자를 할 때는 통째로 다 날려도 될 정도가 적합하다. 

 

신중년은 투자 가능 기간이 길지 않기에 ‘환금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예를 들어 주가지수 ETF에 투자하였다면, 시장의 등락이 반복되면서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주식시장의 특징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10년 이상 투자한다면 일시적으로 시장이 하락해도 참고 견딜 여유가 있다. 하지만 은퇴가 5년 안쪽으로 남았다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시장이 하락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면 시장의 재상승을 기다리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팔아야 한다.

 

TIP. 신중년의 투자 원칙 3
첫째, 은퇴 후 생활비부터 만들어라. 매달 죽을 때 까지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이 먼저다.
둘째, 모든 투자가 위험하다. 몽땅 잃어도 될 만큼만 투자하라.
셋째, 기간을 고려하고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라.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