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에는 재무 상담사로 일했던 테리 쿠츠(69)는 은퇴 후, 역사적 인물을 연기하는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테리 쿠츠는 다양한 장소에서 벤자민 프랭클린 역을 연기한다
 

전형적인 여름 주말, 햇볕이 잘 드는 들판의 천막에는 "닥터 B. 프랭클린, 우체국장"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걸려 있고, 그 안에서 테리 쿠츠가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흰 머리와 안경을 쓴, 풍성한 셔츠와 식민지 바지를 입은, 69세의 통통한 이 사람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멈춰서는 사람들에게, 미국 독립 혁명, 영국인에 대항하여 프랑스인들이 지원해주어야 할 필요성, 그리고 그의 최근의 전기 발견과 같은 "현재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 졸업 후 수십 년 동안 재무 상담사로 일해온 그는 2015년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다음 해에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은퇴 후 그는 그동안 하나의 취미로서 역사 재현 행사에서 해왔던 벤저민 프랭클린을 풀타임으로 연기하는 연기자로 변신하였다. 이제는 사람들이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대신에, 프랭클린을 되살려 사람들이 발명가와 정치가로서의 그의 삶, 그가 살았던 시대를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데 전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는 그 당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자유롭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주기 위해 선조들이 미국 독립 혁명 동안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한다.

 

독립 전쟁 재연 공연을 본 것이 계기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1999년 테리가 친구와 함께 북서부지역동맹이라는 단체가 공연한 미국 독립 전쟁 재연을 보러 밀워키에서 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단체가 제작한 소책자는 테리의 조상 중 한 명이 이 행사에 나오는 원래의 부대 중 두 곳에서 복무했다는 것을 상기하게 했다. 이 인연을 계기로 다음 해에 이 단체에 참가하게 되었고, 독립 전쟁 재연 행사에 소총수가 되었다. 그러다가 몇 년 후 이틀간의 재공연 첫날 프랭클린을 연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하루 동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아내 비키가 만든 옛날 프록코트와 이베이에서 발견한 가발로 프랭클린으로서의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동안 프랭클린과 소총수를 번갈아 가면서 그 역할을 연기했다. 그러나 무거운 소총을 들고 한여름에 들판을 뛰어다닌다는 것은 무리가 되어 프랭클린 역할만 전담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현역 시절에는 취미로 하던 이 활동이 3년 전 은퇴한 이후에는 풀타임 직업이 되었다.

 

여건이 허락되는 한 계속하기를 희망
일반적으로 준비하고, 공연하고, 조사하는 데 일주일에 약 20시간을 소비한다. 공연을 여러 번 하는 주에는 75시간에서 80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남는 시간에는 시의 선거 관리도 하고, 자원봉사활동으로 소득세 환급 작업을 도와주기도 하고, 지역 도서관 후원 모임의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교회에서도 활동한다.


프랭클린을 닮게 되었다. 프랭클린이 발명한 이중 초점 안경을 쓰고, 흰 머리를 길게 유지한다. "이런 모습을 하면 그 인물에 아주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독립 전쟁 재현, 민속 박람회, 학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 틈틈히 공부도 한다. 프랭클린과 그의 시대에 관한 130여 권의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가끔 아내가 ”당신은 너무 많이 떠맡고 있다“고 한다. 테리는 이 일을 파트 타임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가 이 일에 풀타임 직업처럼 너무 집착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 일이 그의 최대 관심사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18세기 영어를 의미 있는 현대식 대화로 번역하는 과정은 정신을 집중시켜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현역 시절 취미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15년 이상 해왔지만, 현장으로 나갈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인생 2막에서 새로운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즉, 자신의 관심사나 취미를 살펴보고 그것들을 풀타임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보라. 그 자신도 은퇴 후 여러 가지 취미에 대해서 조금씩 손대 보았지만, 이 가운데서 남은 인생 동안 끝까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역시 벤자민 프랭클린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단순히 역할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벤자민 프랭클린 개인과 그 시대 전체를 연구하고 나름대로 해석하여 현대의 사람들에게 전승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출처 : 월 스트리트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