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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통 수필로, 맹구우목(盲龜遇木)

종로통 수필로, 맹구우목(盲龜遇木) 

                                                                                              추 대 식  

지난 6, 자서전과 수필쓰기에 대한 배움의 장이 열렸다. 문학평론가 겸 수필가인 방민 교수로부터 직접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선뜻 지원을 했고 십 수 명과 함께 특강을 받을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수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자리. 핵심적인 이론을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1회씩 8회 동안 수강을 하면서 점차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글쓰기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이었을까?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강한 인원이 의기투합했다. 81, 소수정예 8명으로 커뮤니티(community)를 결성, 본격적으로 수필 공부를 시작했다.

종로통 수필로는 직접 소재를 발굴하고 주제를 선정해서 수필을 쓰는 모임이다.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 문학적으로 표현하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매 주 한차례 각자 새롭게 작성한 수필 한 편씩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발표한다. 다른 구성원은 발표내용을 듣고 나름의 평가를 하게 된다. 적절한 표현과 어색한 부분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보면 보다 진지해진다. 상호 생각의 교환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100여일이 지나면서 발표한 작품이 제법 쌓이게 되었다. 활동이 계속되면서 몇 개월 후에는 동인지(同人誌, 비상업 문학작품)를 발간하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그 의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

나름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즐기는 나는 다른 일정이 겹쳐도 우선하고 동참하고 있다.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궁금증과 갈증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함께 하는 이들도 열의가 있고 성향이 다양해서 좋다. 과거 여러 형태로 크고 작은 역할을 하고 은퇴 후 현재까지도 13역 또는 4역의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좋은 수필을 쓰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함께 토의하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다양함과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다. 다름을 재해석 할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켜서 작품에도 반영할 수 있다. 한편의 좋은 글을 쓰는 과정에 중간 평가를 하고, 깊게 음미(吟味, 사물의 내용이나 속뜻을 깊이 새기고 감상함) 하다 보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커뮤니티를 통한 변화의 결과다.

변화를 하는 과정에 향기가 묻어났다. 어느 누가 꽃을 싫어하랴? 계절마다 피어나는 형형색색은 언제 봐도 좋지 않은가? “사람이 꽃이다는 표현이 참으로 아름답다. 코스모스나 들국화도 좋지만, 색 다른 인상을 주는 백일홍이 있지 않은가? 붉은색, 흰색, 보라색을 화사하게 피우는 키 작은 나무다. 풀 꽃 백일홍도 있다. 국화과 한 해 살이 로 색깔 자체를 다양하게 피우는 식물이다. 이 두 꽃은 통상 6~7월에 피어서 긴 무더위를 지나고, 10월까지 100일 동안 자태를 뽐낸다. 마침 종로통 수필로의 커뮤니티를 시작할 무렵 피우기 시작했고 함께 하면서 계절이 바뀌었다. 결코 짧지 않은 혹서기를 이겨낸 꽃. 다양한 색깔과 향기까지 있으니 그 의미도 새롭다.   

종로통 수필로만남처럼, 출산 후 백일이란 의미는 크지 않는가? 모성의 위대함. 응애 하는 힘찬 울음과 함께 태어나, 백일이 지나면 이를 기념하게 된다. 탄생의 기쁨을 음미하면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원하는 것, 가족과 이웃이 함께하며 기뻐하는 좋은 전통이다. 물론 축복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흰밥, 미역국, 백설기, 인절미 등을 차려 장수를 기원하니 멋지지 아니한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갓 태어나 미숙한 상태에 창창한 앞날을 그려보고 축복하는 것. 마치 종로통 수필로에 겹쳐지는 그 무엇. 커뮤니티가 가고 있는 길처럼 느껴지면서 의미가 투영되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인연을 맺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향기 머금은 만남일지라도 작은 일로 비틀어지게 되면, 마치 첫 사랑처럼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여기 글 쓰는 사람들의 순수한 모임에는 염려가 없다. 한 편의 작품을 위해 밤늦게 까지 고치고 다듬어서 일행을 만나는 날, 진지한 분위기에서 토의하고 평가를 하다보면 시간이 항상 짧기만 하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저녁시간으로 연결되어 토의를 계속할 수 있다. 자리를 옮긴 골목식당이나 시장 호프집에서 대화를 계속하게 된다. 이때 간단한 소맥을 곁들이기도 한다.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주제, 소재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면서 대화가 풍부해지는 것이다. 오버하는 경우는 없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절제한다. 알아서 챙기고 깔끔하게 파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종로통 수필로에서 날로 인연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백일홍이 필 무렵, 꽃향기를 타고 왔던 소중한 만남. 글을 통한 여정에 무한 신뢰가 형성되었다.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고자 노력하면서 한층 발전하리라 믿고 있다. 모두가 좋은 수필을 향해 가는 간절한 맘,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맹구우목(盲龜遇木). 눈 먼 거북이 바다 밑을 헤엄치다 숨 쉬기 위해 물 위로 올랐다. 마침 그곳을 떠다니던 나무판자의 구멍에 목이 낄 확률이 아닌가? 앞으로 100여일이 열 번, 백 번 정도를 지나도 변함없이 발전하면 좋겠다. 좋은 만남의 깊이만큼 수필의 무게가 점 점 무거워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이는 결코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지 않을까?  

2019. 1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