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타고난 사람들만 그리는 건 줄 알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첫날 센터에 도착하니 지난 학기에 배운  분들 인지 서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강사님께서 강좌 소개와 재료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하신 후

그림을 나눠주시더니 맘에 드는 그림을 골라서 그리란다.

"안 배웠는데 어떻게 그려요?""네~구도 잡고 일단 그려보세요"

'구도?' 갑자기 난 바보라도 된 듯 멍해졌다. 
마치 ‘구도’라는 단어를 태어나 처음 들어본 것처럼.

지난 기수 선배 한분에게 "막막한데 어째야 하냐"고 물으니

또 구도 얘기가 나왔다."학생 때 구도 배웠잖아요.

그렇게 구도를 잡아서 그리시면 돼요." 난 학생 때 안 배웠나?

구도의 '구' 자도 생각나지 않았다. 대충 이렇게 하라며 알려주셨다.

난 "아! 그렇게요!"하며 깨달은 듯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지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다. 내 웃긴 그림을 누가 볼까 신경쓰였고,
'이게 그림이냐?' 속으로 중얼거리며 챙피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림은 아닌가 봐 마음만 갖고는 안되나 봐 취소할까? 아냐 다 초보였는데

지금은 저렇게 잘 그린다잖아 일단 다녀보자‘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이 보였는지 선배님이 말씀하셨다.

"그렇게 그리면 돼요 잘 그리네요. 요건 좀 요렇게 그리시구요" 하며

자기도 얼마 전에 초보였다며 '할 수 있다'고 계속 힘을 주셨다.

내가 글 쓰는 곳에서 다른 이들에게 그래도 먼저 시작했다고

여유 부리며 힘을 준 것 같이  나도 누군가에게서 힘을 얻었다.

"글 써야 하는데 한 글자도 못 쓰고 있어요 막막해요"라는 심정이

이해가 안 되더니 이제 알 것 같다.

하루 그려보고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일단 꾸준히 다녀 보자며 다니게 됐다.

 

생각해보니 나의 망설임이 얼마나 듣기 지겨웠을까.

강사님께선 초보가 열심히 그려야지 잘 그리지 못해서 괴롭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림은 혼자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는 거다.

하지만 내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구 한 사람 흔들리는 게 보이면

툭 뱉는 말로 힘을 주고 다녔다.

기웃기웃 하며 우스개 소리도 하고 허물을 찾는 게 아니라

격려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전시회를 열게됐다 아자!!

대견하고 기특하다. 이대로 쭉 화이팅이다.^^

 

heart

 

지치지도 않고 사이사이 다니시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을 해주신' 남성모 강사님

 

따끈따끈한 꽈배기와 커피로 마지막을 빛내주신

'언제나 모든 분을 잘 챙겨주시는' 박수현님

 

열정적인 해바라기를 그리셔서 강사님 옆에 당당히 그림을 놓으신

너무나 재미난 '서양화반의 고흐' 김정희님

 

'크림트 의 ‘키스’를 연상'시키는 색의 해바라기를 그려내신 김구옥님

 

멋진 바다를 그리고도 겸손하시어

다른 사람 그림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다니신 정인환님

 

친구같이 '다정하고 예쁜 모습'의 부부 신영주 정동철님

 

본인이 그린 그림처럼 '고운 분위기'의 전예순님

 

‘젊은 날의 추억’이라는 멋진 제목을 올리신 윤은주님

 

새가 와서 따 먹을지도 모를 빨간 열매를 예쁘게 그리신

'폼은 이미 화가'이신 유은정님

 

'하산하셔도 될 실력'이신 강경미님

 

'너무 멋진 그림'을 그리고도 전시회에 참석을 미처 못 하신 김성미님

 

빠진  분들 계시면 양해 바랍니다. 그 외분들 포함

유화반은 따로가 아닌 다함께 그림을 그리는 한 집 식구입니다.chee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