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는 우리들의 작가, 그들의 삶

-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경험하는 색다른 인문학 여행!

 

누구나 한 번쯤, 문학 소년/소녀를 꿈꾸던 그 풋풋한 감성은 어디로.

기자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그런데, 요 두 녀석의 일상을 관찰해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접착제를 바른 듯 손에 탁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반면에, 종이로 된 책을 읽는 모습을 보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어쩌다 읽는 책이라곤 수학과 영어 문제집이 전부인 듯하니 책장의 책들은 먼지만 쌓이는지 오래다. 과연 요즘 아이들은 문학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그 정서를 간직하고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다가 정작 책 읽기를 잊고 멀리하고 있는 건, 나 자신이란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먹고사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학창 시절 밤새우며 소설을 읽으며 문인을 꿈꾸던 나는 스마트폰 검색으로 동영상을 먼저 찾는 아재가 되어 있었다.

 

그림1.jpg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강좌소개 캡처 이미지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50플러스센터에서 인문학적 지식 함양? 그게 가능해?

지구 종말을 걱정할 만큼 뜨겁던 여름의 열기가 식고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10월이 되자 아, 어김없이 가을이 왔구나! 하는 반가움에 함께 고사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유래를 찾을  있다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를 즈음에 영등포50플러스센터에서 고마운 취재 제안이 왔다. ‘중장년의 인문학적 지식 함양을 위한 - 우리의 작가, 그들의 시대라는 강좌가 진행 중인데 그 열기가 심상치 않으니 취재를 진행해보자는 요청받고, 마침 잘 되었다! 하는 마음으로 강의가 열리는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4층 강당으로 들어섰다.

 

그림2.jpg
강좌가 진행 중인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강당 입구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작가의 삶을 통해 그 시대 상황과 작품을 새롭게 이해하는 인문학 여행

인문학 강좌가 평소 센터의 건강 프로그램이나 공연, 행사 등이 주로 열리는 4층 강당에서 진행되는 것이 의아했는데 그 궁금증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금방 해결됐다. 신청 인원이 일반적인 강좌보다 많은 30명이란 점과 총 8회인 강좌에서 후반부인 6회차에 취재차 청강을 했는데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출석률과 참여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강의를 맡은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대학 교수인 한승우 문학박사가 수업 시작인 10시가 되기도 전에 일찍 온 수강생들과 지난 수업 내용과 다음 수업의 계획까지 논의하는 모습에서 이 수업에 가진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수업 방향에 대한 한승우 교수의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와 역사가 보이고, 당시 상황에서의 사람들이 보이고 그로 인해 작가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라는 서두가 기자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림3.jpg

열정적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한 한승우 교수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작가 김유정이 종합병원급 환자에다 스토커였다?

기자의 취재 날, 만나 본 작가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은 읽어봤을 소설 봄봄동백꽃으로 유명한 김유정이었다. 그의 소설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라디오와 TV의 드라마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졌을 만큼 대중적이라 친숙했고 그가 폐결핵으로 인해 29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기 전까지, 30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만큼 창작력이 대단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바였지만, 1교시 강의를 통해 새롭게 만난 작가 김유정의 삶이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했으며 충격적이었던 사실을 여러분을 알고 계셨는가? 김유정은 갑부 집안의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으나 일곱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2년 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일찍이 부모를 여의었고, 재산을 관리하던 형, 김유근의 방탕함으로 가세는 기울었다. 그와 함께 건장하던 건강 역시 치질과 늑막염, 그리고 사인이 된 폐결핵 등의 병치레로 고단한 삶을 영위했다. 특히, 4살 연상의 기생 박록주를 한눈에 반해 짝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매일 편지를 써서 보내는가 하면 혈서를 써서 전하기도 했지만, 거절당한 분한 마음에 인력거를 타고 가던 박록주를 끌어내려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게 2년 가까이 지속된 김유정의 병적인 짝사랑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슬픈 사랑 이야기라기보단, 요즘 같았다면 경찰서에 끌려가기 딱 좋았겠다는 시대적 인식 변화에 살짝 씁쓸한 심정이 되었다.

 

 

그림4.jpg
요즘 세상이라면 스토킹으로 지탄받았을 김유정의 사랑법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그렇게 김유정 작가의 삶과 사랑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생생한 스토리텔링 후 이어진 2교시에선 본격적으로 대표작품들에 대한 소개와 분석 그리고 대표적인 장면에 대한 해석으로 작가의 정신세계와 당시 시대 상황을 한 세기가 지난 현재의 신중년 세대들에게 인문학적 영감을 일깨우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림5.jpg
다양한 동영상 자료의 멀티미디어적 작품 분석도 유쾌했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특히 봄봄의 하이라이트 장면 소개는 학창 시절 일반적이던 책 내용 읽기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 동영상 자료를 통해 글자로 된 원작이 가진 유쾌하고 통쾌한 해학적 재미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가 있었는데, 두 시간의 문학 기행이 지루할 틈 없이 전달력 높은 강연으로 인도해 준 한승우 문학박사와 인터뷰를 수업 종료 후 진행했는데 인상 깊었던 답변들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그림6.jpg

고전을 잘 읽고, 전달하는 인문학 스토리텔러 한승우 교수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Q. 중장년의 인문학적 지식 함양을 위한 강좌를 개설한 배경은?

- 제가 몸담은 중앙대학교에는 HK 인공지능 인문학단이 있습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사업이고요. 인공지능을 이공계열만의 기술이라고 많이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인문학을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철학, 예술, 어문학 관련 커리큘럼과 교재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원사업이라 지역 인문학을 통해 대중에게 환원하려고 조사해보니 그중에서도 문학 관련 주제를 좋아하셨어요. 특히, 중년을 넘어서 접하는 문학 작품들이 학생 때나 젊은 시절에 읽고 배웠던 것과는 이해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인문학 지식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들이 좋으셔서 어느새 세 번째 커리큘럼 강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Q. 강당에서 수업할 만큼 수강생들도 많고 수업 분위기도 좋던데, 반응은 어떤가요?

- 세 번의 강좌를 꾸준히 듣는 분들도 계시고, 학창 시절 이후로 문학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새롭다고 하고 특히 작품 내용 외에 작가의 숨겨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수업에 참여하시면 작품들을 실제로 읽고 와서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요. 제가 작가와 관련 있는 문학관 등의 공간을 말씀드리면 직접 다녀들 오시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윤동주문학관을 말씀드리면 직접 방문하고 오셔서 저한테 나중에 말씀해주시거든요. 그게 인문학의 묘미이고 재미죠. 사고와 행동이 넓어지는 거잖아요. 문학작품만 읽고 분석하는 게 아니라 당시 시대상도 이해하고 작가도 생각하면서 관련된 공간도 다녀오셔서 하는 말씀이 몰랐을 땐 안 보였는데, 수업을 듣고 가니까 더 이해되고 보이는 것도 많아지더라~” 이런 말들을 들으면 보람도 느껴지고 뿌듯하죠.”

 

Q. 50+세대들에게 인문학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 제가 강의하는 학생에게 늘 하는 말이 취업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직장만 다니며 살 순 없다.’

에요. 회사를 벗어나면 내 진짜 삶이 필요한 거고, 내가 듣고 보고 느끼고 체험한 것들이 더 소중할 수 있는데 그걸 채워주는 것이 교양이고 인문학이니까요. 그런데 학생들은 아직 실감 못하죠그런데 우리 50+세대 수강생분들 바로 이해하세요. 경험과 연륜이란 것이 있으니까요. 평소엔 안보이듯 내재하여 있다가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내가 선택하거나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렌즈로 작동을 하는 게 인문학이거든요.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도 이 강의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철학 관련 수업을 다양하게 듣다 보면 우리 50+세대분들도 처음엔 조금 어렵겠지만 삶을 선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어떤 창문이 열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렇게 문학 작품을 통해 내가 안 살아 본 시대도 경험해 보고, 내가 못 했던 선택의 경우도 생각해 보고, 나와 전혀 다른 갈등 속에 있는 어떤 그런 인물들을 통해서 선택하는 연습도 해 보는 것 그게 바로 인문학의 묘미고, 어쩌면 삶에서 가장 제일 중요한 소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이번 강좌는 곧 끝나지만 다음 강좌는 더 재미있게 계획하신다고요?

- 우리 중앙대학교 HK 인공지능 인문학단의 교육 초기 커리큘럼에는 참여자분들과 함께 서울역도 가보고 명동도 돌고 윤동주 문학관 등 현장에 가서 수업을 진행하는 강좌를 진행했어요. 그러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현장 활동이 중단되었고 지금까지 재개가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강당이나 실내에서 교육하는 것도 좋지만, 제 경험으론 그렇게 현장 수업할 때 수강생분들이 더 즐거워하셨거든요. 그래서 다음 강좌는 예전처럼 현장 수업도 병행하는 강좌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림7.jpg
인문학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다음 강좌를 기대하며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는 듯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시대 부적응자로 취급받는 듯한 사회 분위기에서 고전이나 명작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멀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영등포50플러스센터의 인문학 강좌는 우리의 마음과 영혼에 안정감을 주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여는 열쇠의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면서 한승수 문학박사의 다음 강좌는 꼭 처음부터 수강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시민기자단 김기연 기자(vpost@naver.com)

 

2023_50플러스온라인명함(김기연_영등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