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열은 분명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주입식 비중이 많은 교육의 틀에서 학업성취도 1위는 어떤 기능에만 한정된 듯하다. 또 각 분야의 좋은 성적에 반해 학생의 "행복지수"가 꼴찌라는 사실은 분명 생각해 볼일이다.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도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다. 죽도록 노력한 결과에 비해 결과물은 생각보다 변변치 못하다.

 

열정적 교육열의 대명사로 한국보다 더 알려진 "쥬이시맘(유대인 학부모)"이 있다. 미국 명문대가 몰려있는 아이비리그에는 많은 비중의 유대인 학생이 있고, 그 중 법대와 의대 비율은 더욱 높다. 또 그들은 노벨상수상 최다민족이다. 전 세계 인구의 0.25%(한국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은 유대인이 경제, 화학, 물리학, 문학, 평화상 등을 망라하여 평균 27%의 수상을 차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목표는 노벨상이 아니다. 이들의 지능은 전 세계 45위 정도다. 한국보다 낮다. 그럼에도 2013년 수상자는 12명 중 6명을 차지할 정도이다. 그 밑바탕엔 "티쿤올람"정신이 있다. "티쿤올람"정신이란 세상을 개선하여 완성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해 자녀를 "남보다 다른 아이"로 성장시키고자 한다. 각자의 재능을 살려 각 분야에서 모두가 1등이 되는 교육을 하였다. 일렬로 세워 1등만 살아남아 "남보다 뛰어난 아이"를 키우는 우리나라 교육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결과 프랑스 자동차 왕, 석유재벌, 스타벅스, 허쉬 초콜릿, 구글, 던킨 도넛츠, 하겐다즈, 베스킨라빈스, 캘빈 클라인, 랄프로렌 패션,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질병에서 해방시키려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인슐린, 소아마비 백신 등을 만들다보니 노벨상은 절로 따라 왔다. 그들이 의대를 많이 가는 이유는 이것이다.

 

유대인의 집단주의 "선민사상"과 "메시아 사상"은 세상을 향해 필요한 일을 하고 기부를 한다. 단지 선한 일로서가 아닌, 해야 할 일 즉, "정의"라는 차원에서 그들의 기부는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행위다. 이런 기부정신을 "쩨다카"라고 한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면 바르미쯔바(성인식)를 치르게 된다. '성인'이 된다는 의미는 모든 것의 허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613개의 율법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지키는 자로서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말한다. 제사장이 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유대인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제사장의 역할로 축복 기도를 하고 자녀를 하나님의 진리에 더 가까이 하도록 이끄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교육 중의 하나가 후츠파 문화이다.  뻔뻔함, 주제넘음, 염치없음, 도전적인, 용기 있는, 배짱 두둑한 등으로 번역되는 토론문화인 "후츠파 문화"는 유대인의 대학과 회사 뿐 아니라 군대에서도 이루어진다.

질문이 있어야 대화가 있다고 여기는 이들의 교육은 각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과 "베갯머리 교육"에서 출발한다. 유대인의 밥상머리 교육은 저녁에 온가족이 모여 진로문제, 사회적 이슈를 토론하는 자리다. "초끈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산타바바라"의 어린 시절은 매일 아버지의 질문과 3형제의 토론으로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과거 우리의 조용한 식사예절을 강조하는 밥상과 다른 문화임에 틀림없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은 동화책을 통해 대화하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자녀교육을 했다고 한다. 전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는 자신의 신기술의 동력은 질문이라고 했다.

감성과 이성의 순환으로 이들의 가정환경은 생활교육, 존중, 수용, 감사기도, 예절과 인성, 부재자 가족의 자리 지킴, 축복기도, 정서 안정, 어휘력과 표현력의 증가로 나타났고 영화산업 등 곳곳에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 것이다.

 

이를 실천하는 "하브루타 교육"은 공부를 잘하고 남보다 뛰어 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우정과 관계가 중요시 되는 문화다. 그래서 짝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베르"라는 말에서 출발한 하브루타 독서법은 이런 관계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조용한 책읽기와는 달리 짝을 지어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끊임없이 토론하고 질문한다. 도서관 의자도 짝지어 앉아 마주보고 토론하도록 배치되어 있으며 때로는 싸우는 것으로 오해할 분위기다.

"하브루타 교육"의 결과는 대화와 소통으로 이어졌고 남과 다른 1등을 배출하는 학습 능력을 길러냈다. 질문을 통해 심리상태도 파악하고 부모와의 토론과 논쟁은 합의점을 도출하는 능력을 키워냈다.

 

 

과거 이들의 조국상황은 부족함과 비참함이었다. 그들의 결핍은 배움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고 책을 놓을 수 없는 공동체가 되었다. 여러 곳을 쫓겨나며 심지어 목숨이 위태로울 땐, 끝까지 남는 것은 결국 지식과 기술이라 생각 했다.

고통을 통한 절박함에 뿌리를 둔 생존의 무기는 여러 곳을 돌아 다녀야 할 상황에서 익힌 글로벌 감각이다. 이들은 외국문화를 빨리 적응해야 하므로 대부분 2개 국어를 구사하며 대학 졸업 후는 3~4개의 언어를 구사한다. 초등학교부터 동서남북을 지구본으로 가르친다. 이러한 결과 법률, 금융, 언론, 의료, 첨단산업 등의 각 분야에서 세계적 강자가 되어 있다. 세계 디지털 문명에도 최강의 융성을 맞이한다.

 

우리에게도 이미 경천애인, 홍익인간, 재세이화라는 사상이 있다. 남보다 뛰어난 것보다 남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우리에게도 뿌리 박혀 있다. 비록 어쩌다 우리의 좋은 정신이 도태된 현실이지만 지금이라도 타산지석으로 여길 유대인의 정신을 실천해 보는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한다.

 

얼마 전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선택지가 없이 남보다 뛰어 난 자녀를 키우려는 노력이 오히려 벼랑 끝으로 자녀를 내몰 수 있다. 1등을 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우리의 현주소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강남은 학습 코디네이터가 유행이란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조차도 역이용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요즘 잘나가는 연예인들의 일탈도 돈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그들의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가정뿐 아니라 사회일각에서 아이들이 선망하는 대상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우리의 과거시험도 주관식이었다. 시제 하나로 다양한 답을 도출하는 시대도 있었다. 원에서 출발하는 달리기는 1등이 여러 명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차리는 방법을 연구해보자. 먼저 그들의 부모인 자녀와도 마음을 열고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우리 모두는 대화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짝을 지어 간단한 책(동화책도 좋은 소재)을 읽고 느낀 점을 토론하는 “하브루타 독서법”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이런 훈련이 차세대와 소통하며 그들이 꿈꾸게 하는 원동력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