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여가의 변화

 

지난 추석 민족의 대 명절날, 종로3가를 지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너무나 많은 사람들, 특히 지긋한 남성분들이 고개 숙이고 길거리에 삼삼오오 서있는 모습이다.

'시위하나?'라고 생각하며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서서는 더욱 놀랐다. 장기와 바둑 두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10여명이 둘러싸고 구경하는 무리가 곳곳에 서 있는 것이다. 그렇게 공원거리는 돗자리 깔고 앉은 사람 포함하여 적어도 200여명은 되어 보인다.

파고다 공원 안도 그 못지않다.

 

"퇴직한 지 10년, 긴긴 시간이 너무 지루해요. 월급 없어도 좋으니 매일 출퇴근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재취업 할 지, 여가를 즐길지, 봉사를 할 지...... "

"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특히 여행하고 싶어요. 세계여행도 좋지만, 국내도 좋은 곳 많은데 혼자서는 힘드네요. 친구들은 아직 현직에 있어 시간이 맞지 않아요."

 

이처럼 50+세대는 여가에 대한 적응과 교육이 필요할 때다.

 

50+세대의 어린 시절에는 그들의 부모들이 가난극복을 위해 엄청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소 팔고 논 팔아 자녀를 공부시켰다. 심지어 집안의 한 사람의 고등교육을 위해 형제자매의 희생도 감수해야 했다.

 

일하며 야간학교도 다녔다. 입주과외하며 고학하는 이도 많았다. 그래서 휴식하면 죄책감을 느낀다. 놀이와 재미는 억눌려졌다. 국정 교과서의 동화에도 개미는 우상이 되고 베짱이는 이유 없는 미움을 받았다. 놀이문화는 허용되지 않았다.

 

청장년 시절의 에너지는 자녀를 향했고 자신처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 교육신화는 오늘날의 자식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자신의 세대가 만든 놀라운 디지털시대를 본인은 미처 체득하지 못했다. 정신은 여전히 아날로그 세대가 많아 디지털세계가 신기하지만 불편하다. 그럴수록 아날로그 세대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진다.

 

 

50플러스 중부캠퍼스 특강에서 삶의 중요한 영역의 '애착관계'와 '효능감'과 '놀이'에 대해 김창기 신경정신과 교수님은 설명했다.

'놀이'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성공을 향한 효능감만 강조한 부모는 자녀와의 애착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놀이를 통한 애착관계 즉 사랑은 관계를 자연스럽게 한다.

 

최선을 다한 '능력자 아버지'보다 '놀아주는 아버지'를 자녀는 그리워한다.

우리는 지난날 그런 자녀를 향해 "배부른 소리"라 했다. 은퇴 후에도 50+세대는 여전히 일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즐기는 일로 전환해야 한다.  봉사를 해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하니라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플러스재단은 이것을 가능케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캠퍼스와 센터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50+당사자와 더불어 모락모락 생겨나고 있다.

 

문화센터나 복지관과는 다른 문화, 커뮤니티가 중요하고 공유가 중요하다. 형식보다는 공감을 통한 실용성이 중요해졌다.

 

이에 50+세대의 여가유형을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일과 봉사하는 여가

둘째, 학습을 통한 여가

셋째, 취미활동을 통한 여가

 

50+세대에게 '일'은 재취업, 사회공헌 일자리, 무보수 봉사활동을 포함한다. 각계각층의 프로보노 활동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마을변호사, 마을 세무사 뿐 아니라 의사들도 봉사를 위한 은퇴의사모임을 만들고 있다. 다른 취미보다 일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재미있고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우며 보내는 여가'는 인문학과 같은 순수 학문과 교양의 세계를 탐색하는 것도 있지만, 생각지도 않았던 자신을 알아가고 관계개선을 위한 학습, 자격증 취득 등으로 새롭게 도전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배운 것을 공유하고자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강사활동도 한다.

 

'50+의 취미'는 다양하지 못한 것이 특징이었다.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TV보기, 가장 많이 하고 싶은 것은 여행이라는 통계가 있다.

여성에 비해 지역기반이 부족한 남성은 은퇴 후의 세계가 한없이 낯설다.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놀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50+세대도 변하고 있다. 삶에 지쳐 안주하기보다 역동적이고 창조적 활동을 통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

 

스마트폰강사 및 블로그 활동 활성화 교육 등의 IT 세계 탐색과, 드론이나 3D프린트 등의 4차 산업에 도전하고 강사 활동도 한다. 다양한 협동조합도 탄생되고 있다.

 

이제는 호모루덴스(유희적 인간)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얼마 전 50플러스 서부캠퍼스를 통해 루덴스 협동조합도 탄생했다.

유희는 본능이고 마땅한 권리인 것을 알아차린 일부 50+세대는 보드게임을 환영하고 배낭여행도 떠난다.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고 스스로의 축제도 만든다.

 

'신중년'의 탄생!

 

"욜로(YOLO)"는 한번 뿐인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이다.

이 말이 청년세대 못지않게 '신중년'에게도 각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더불어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추구하는 “휘게”의 가치도 중요해졌다.

"휘게(Hygge)"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과 함께 어울리는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를 뜻한다.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 일상의 소박함을 누리는 삶을 추구함을 말한다.

 

이렇게 탄생된 “신중년”의 여가는 자신의 경험 중시와 가족, 이웃과의 공동체 속에 삶의 균형을 맞추며 50+란 숫자 한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