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꼰대’라는 말을 듣고 있지는 않습니까?

‘꼰대 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느낌 외에도 젊은 세대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 ‘한물간 사람’이라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조직문화 혁신을 외치며 조직 내에서 통용되는 호칭을 바꾸고 자유로운 복장을 권하는 직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젊은 세대들은 나이든 상사를 ‘청바지 입은 꼰대’로 취급하곤 합니다.

 

 

왜 꼰대 소리를 듣는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회자되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어느 날, 위대한 학자가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에 올랐습니다. 뱃사공은 그 학자를 알아보고는 정중히 인사를 올린 후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학자는 뱃사공의 질문이 너무 하찮게 생각되었습니다. 참다못한 학자가 뱃사공에게 물었습니다.

“학교에 다닌 적은 있소?”

“없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의 절반을 잃은 셈이오.”

뱃사공은 기분이 상했지만 꾹 참았습니다. 이윽고 강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나룻배가 급류에 휩쓸려 뒤집어지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물에 빠진 채 점점 멀어졌습니다. 뱃사공이 헤엄을 치며 바라보니 학자는 물속에서 두 팔을 휘저으며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그때 뱃사공이 학자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선생! 헤엄치는 법은 배워뒀소?”

“아뇨!”

학자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하자 뱃사공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 전부를 잃은 셈이오.”

 

나이가 많다고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젊어도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꼰대 취급을 받습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겸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겸손함이 부족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배운 것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나이가 적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합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우리도 젊은 시절에는 기성세대를 꼰대로 취급했습니다. 부모 세대들은 입만 열면 일제 강점기 시절이나 한국전쟁 당시의 굶주림과 고생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또 남자들은 입만 열면 군대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해댔습니다. 마치 너희들이 사는 세상은 천국이고, 자신들이 살았던 세상은 지옥이라는 투였지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신입사원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요즘 세대들은 버릇도 없고 열정이 없다고 투덜거립니다. 자신의 고생을 미화하고 정당화하면서 젊은 세대를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꼰대 질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을수록 자신감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얘기죠. 이런 심리적 현상을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합니다. 조금만 알고 있는 경우에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다른 사람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듭니다.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면 한 분야를 완전히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설익은 사람일수록 자기에게 쉬운 일은 남에게도 쉬울 거라 여기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정 경험을 반복하게 되면 그 경험에 익숙해져 초보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나이든 사람 중에는 “나는 옛날에 안 그랬어.” “너희처럼 일하면 그대로 아웃이었어!” 같은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미국의 심리학자 브루너(J. S. Bruner)는 트럼프에 검은 하트가 그려진 카드 몇 장과 빨간 스페이드가 그려진 카드 몇 장을 섞은 다음 한 장씩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어떤 카드인지 맞혀 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하트는 모두 빨간 색이고, 스페이드는 모두 검은 색이지요. 실험 결과 실험에 참가한 사람 중 상당수는 검은 색 하트를 스페이드라고 대답했습니다. 스페이드는 검고, 하트는 빨갛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실험은 우리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줍니다. 경험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고정관념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오랜 세월 축적해온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 비해 한심하게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며, 게으른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의 기성세대들에게는 기회가 풍부했던 반면,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기회가 부족합니다.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일수록 젊은이들의 생각과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직장에서 갖고 있던 기준으로 젊은 세대들을 평가하고 다그치게 되면 꼰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에게 배우겠다는 자세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세요. 아마 젊은 세대들도 어른들의 경험을 존중하면서, 기성세대로부터 배우려는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