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게다가 힘들어도 무언가를 저지르길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분명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바쁘기도하고

거리도 멀고, 나이도 50플러스가 되어 뭉치기가 여의치 않을텐데

부지런히 의견이 모아지고 힘써 모이기를 즐겼다.

 

 

만나면 즐거웠다.

흔한 수다와 얘깃거리로 시간을 보냄직도 한데,

우리는 만나면 셋이건 넷이건 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자연스럽게 바로 대본 전체 리딩을 한다.

굳이 나와 달라고 강한 어조로 전하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자연스레 결정되고, 순조롭게 역할이 배정되고

물흐르듯 필요한 것을 각자 맡았다.

 

 

우리안의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욕심! 욕심들을 아직까지는 보지못했다.

꼭 이래야 한다는 규칙이나 원대한 목표를 정하지도 않았지만

 

자발적이고 자연스레 모인 욕심없는 사람들이 소리낭독을 한다.

각자 해왔던 분야가 다 다르지만 최선을 다한다.

물론 창단한 지 얼마되지 않아 아직 우리는 많이 노력하고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어린 아들 목소리에 아빠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배우 주현씨(ㅎㅎ)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고 이주일씨나 맹구도 자주 나오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서면 신기하게 무리없이 역할소화가 잘 된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감동까지 받으니 정말 감사하다.

아마도 우리의 진정어린 마음이

목소리에 전해지나보다.

 

그렇다면 기죽지 않기로했다.

성우출신이나 연기자출신이 아니여도

우리 마음이 전해지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만 있다면 ..

 

 

정말 추웠던 12월, 

2018년이 며칠 남지 않았고 다들 연말이라 바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혹한에, 이 해가 가기 전에

따듯함을 전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아 ... 올해가 며칠 밖에 남지 않았는데 연습모임을 몇차례 가져야 하고

공연까지 한다는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지만

걱정을 기대로 덮어버리면 못할 일이 있겠는가?

마음이 충만하니 바로 실천에 돌입!!

따뜻함을 전달할 최적의 장소, 은평구 갈현지역아동센터로 정해졌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 간식들을 정성스레 준비하였고,

소리낭독극의 공식 복장인 검정수트 대신 따듯한 스웨터를 입기로 했다.

 

 

 

빨강,하늘,노랑,핑크베이지,파랑...어 뭐지?

무슨색을 입을지 미리 정한 것도 아닌데 8명이 전원 스웨터색이 달랐다.

겉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선한 자발모임이란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알록달록한 선생님들 8명이 아기자기한 무대 앞에 죽 앉으니

아이들은 산타클로스가 앞에 있는 양 집중해주었고,

우리의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한치의 실수도 없이

성냥팔이소녀와 강아지똥 두 편의 소리낭독이 이어지고

때때마다 분위기를 더해주는 적절한 음향까지 ...

좀 과장하면 동춘서커스단 정도의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두 편의 낭독극안에서 퀴즈를 맞추는 어린이들에게 주었는데

얼마나 주의깊게 들었던지 문제를 모두 다 잘 맞추었다. 받지 못하는 아이없이 고루고루 나눠졌다.

마지막에는 간식꾸러미까지 안겨주니 세상 부러울거 없는 얼굴에

깔깔거리며 교실로 올라가는 어수선한 뒷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벅찬 여운을 느끼다보니 밥 먹는 것도 잊었다.

다들 멀리서 일찍 나오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먹고 점심도 건너뛰고 공연한지라..

 

뭐라도 먹자는 누군가의 말에 지역아동센터 가까운 곳에 있는 짜장면집으로 향했다.

다들 너무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는데 인심좋은 주인 아주머님께서

따끈한 군만두 세 접시를 테이블에 놓으며 이것도 같이 드시란다.

 

짜장면 한그릇과 군만두를 먹으며 2018년이 가고있다.

2018년이 가고있지만 붙잡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살아야 재미있게 살고

어떤 사람들과 함께해야 의미있게 사는건지

삶의 가치를 조금 더 명확하게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글·사진=김지연(컬쳐아지트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