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요정~~” 


정릉 주민들이 최연희 씨를 부르는 애칭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정말기록당’(정릉 마을기록 주민이야기마당)의 총괄, 간사, 실무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마을기록가

최연희 씨를 만났다. 마을 주민으로, 때로는 성북구청과 정릉동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마을 관련 일을 해 온 지 7년째인 최연희 씨.

아직은 생소한 마을기록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부터 물었다.

 

“마을기록가는 마을의 역사 그리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현재 직업적으로 정의되어 있지 못하지만, 마을의 역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오래 자리를 지켜와 이웃인 된 빵집과 서점 등의 이야기를 담는 사람이지요.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요.”

 

 ▲정릉2동 주민강좌에 개설된 ‘정릉 마을아카이브’교육 교재를 들고 있는 최연희 마을기록가. ‘정말기록당’의 총괄, 간사, 실무자 등을 맡은 마을 요정이다.  (사진: 최연희 제공)

 

정릉의 마을기록 중심에 그녀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조선 왕릉 정릉은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가 안장되어 있는 곳이다. 30년 이상 오랫동안 살아온 토박이가 많은 정릉은 역사, 자연,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을기록의 소재가 풍성한 곳이다.

 

그녀도 정릉 토박이일까? 정치와 역사를 공부한 그녀는 친구를 따라 2010년에 정릉으로 이사를 왔다. 평소 지역, 역사, 기록에 관심이 많아 기자, 인터넷 신문 편집국장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만드는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건강이 나빠 잠시 쉬던 중 정릉의 마을사업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고 했다.
 
“2012년, 성북구가 처음으로 마을 주민들의 활동을 공모하였어요. 마을잡지 제작 기획이 당선되어 주민들과 함께‘우리 동네 능말’을 발간하였습니다. 장롱 속에 있던 오래된 사진과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지요. 책이 나오던 날, 주민센터 강당에서 생강차와 떡으로 푸근한 발간식을 가졌어요. 주민들도 낯선 작업이라 고생하였지만 보람은 컸습니다.” 대표였던 그녀가 떠나고도 주민들은 ‘능말이야기’ 이름으로 매년 잡지 발간 중이다. 마을 기록의 첫발을 확실하게 뿌리박은 셈이다.

 

‘능말이야기’는 2013년에 서울시의 마을아카이브 시범사업에 선정되었다. 이때 그녀는 마을 잡지를 만들었던 주민들과 협력하여 ‘정릉마을기록사업단’을 만들고 실무 책임을 맡았다. 결과물 전시회는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서울 1번 버스 종점이던 정릉의 옛이야기를 발굴하여  ‘버스 타고 정릉으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주민들은 안내양 복장과 복고풍 옷을 입고 실감 나는 장면을 연출하였다.


“가장 인기 있는 부스였어요. 지금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한 마을기록, 마을아카이브의 좋은 사례로 인정받고 있고요. 오래된 자료들을 찾아내는 힘든 작업이었지만

참여한 주민들도 스스로 해냈다는 보람이 컸습니다. 마을기록이 세대를 떠나 주민들을 화합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매개가 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각종 문헌과 기록 등을 담은 300 여 쪽의 정릉마을 리소스북(좌), 리소스 내용 중에 30여개를 골라 스토리텔링과 삽화를 넣은 스토리책자(우) (사진: 최연희 제공)

 

2016년, 정릉2동이 성북구 마을계획 시범동이 되었고,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마을계획단’을 모집했다. 마을계획은 마을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개선할 방법을 찾고 직접 실행하는 주민 자치의 과정이다.

 

마침 서울시 주관의 시범동에도 선정되어 힘을 얻었다. 주민들과 함께  ‘정릉 마을 한바퀴’ 사업을 의논하여 정릉 스토리텔링 책자를 만들었다. 제작 실무 총괄을 맡았던 최연희 씨는 리소스 북, 스토리 책자, 마을지도를 욕심내어 만들었다. 주민들도 본인도 고생이 많았다며 건네주는 자료집은 알차고 예뻤다. 그녀의 입가에 뿌듯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정릉 마을지도 앞면(좌))과 뒷면(우) (사진: 최연희 제공)

 

이뿐만 아니라 결혼식을 마을에서 열었다고 들었다.

 
“결혼식을 마을 주민들과 함께하는 잔치로 치르고 싶었습니다. 정릉 마을을 세상에 알리고도 싶었고요. 자기 집 정원을 선뜻 내주신 분, 부추 전을 부쳐낸 주민들, 동네 곳곳을 배경으로 찍은 결혼사진과 주민들의 오래된 결혼사진 전시로 마을 축제가 된 가슴 벅찬 날이었어요. 정릉 같은 마을이 곳곳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2016년 봄, 정릉마을 교수단지에서 열린 최연희 씨의 마을결혼식 (사진: 최연희 제공)

 

 

한줄기 빛이 되어 준 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보람일자리, ‘50+마을기록가' 

올해부터 최연희 씨는 느슨한 주민네트워크인 ‘정말기록당’ (정릉 마을기록 주민이야기마당)을 만들어 활동 중이다.

그러나 개인의 봉사에만 의지해야하기에 지속성이 걱정되었는데, 마침 서부캠퍼스에서 보람일자리의 한 분야로 열어주어 기회를 얻었다. 

서부캠퍼스는 올 상반기 <50+마을기록가>의 본격 추진을 위한 유관기관들과의 MOU를 체결했다.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과 함께 밀도있는 

일자리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한 것. 

이 기회를 통해 8월에 5명의 정말기록당 마을기록가들이 교육을 마치고 최연희 씨와 함께 마을기록을 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은평구, 강북구 등 서울 각 지역에서

<50+마을기록가>들이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

 

“서울시의 초창기 아파트인 스카이 아파트와 옛 정릉아파트 기록을 찾고 있습니다. 또 이 동네에서 70년 넘게 사신 어르신들 인터뷰를 하면서 개인의 삶과 동네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고요. 정릉 주민들이 자주 모이는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찾는 분도 있어요.

이 다섯 분들과 함께 마을기록을 해볼 기회를 주셨기에 서부캠퍼스는 두고두고 고마운 존재랍니다.” 

 

최연희 씨의 꿈은 무엇일까?


“‘정릉 마을아카이브’강좌를 열어 마을 기록에 대한 공부를 주민들과 하고 있습니다. 주민 그리고 보람일자리 50+마을기록가들과 함께 정릉의 마을기록을 채우고

기준을 만들어 가고 더 넓은 지역으로 확신시키고 싶습니다.” 

 

마을기록은 개인화된 거대도시 서울에서 마을공동체를 살려내어 따뜻함을 흐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기록당을 응원하며, 보람일자리 <50+마을기록가>사업이 점차 확대되어, 다른 동네 곳곳에도 마을기록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