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온기가 손편지를 타고 흐르다

2023년 지역사회돌봄단 [청년고민 편지상담(2차) 워크숍]

 

 

청년과 중장년

 

‘청년’과 ‘중장년’이란 단어를 나란히 적어놓고 보면 ‘세대 차이’나 ‘세대 갈등’이라는 어휘가 먼저 떠오른다. 사회 현상과 통념에 따른 결과이지만 그런 선입견을 덮고도 남을 만큼 따뜻한 이야기가 우리 곁에 있다.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로 세상을 선하게 섬기려는 서울시50플러스 지역사회돌봄단과 손편지로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단법인 온기’(이하 ‘온기’)가 만나 따뜻한 이야기를 펼쳐가는 자리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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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민 편지상담’은 서울시50플러스 중장년지역사회돌봄단과 사단법인 온기가 공동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청년고민 편지상담과 온기우체통

 

[청년고민 편지상담]은 서울시50플러스 지역사회돌봄단과 사단법인 ‘온기’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온기’는 지난 2017년부터 청년의 고민편지에 손편지로 답장하는 ‘온기우체통’을 꾸준히 운영하며 유수의 기관이나 기업과 협업해왔다. 지난해부터는 중장년의 경험과 지혜가 가득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도 협업이 이루어져 이번에 세 번째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진행 과정은 먼저 고민거리를 가진 청년이 익명으로 편지를 써서 전국 40여 곳에 설치된 온기우편함에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온기’가 그 편지를 수거해서 정기적으로 활동하는 온기우체부에게 건네 답장을 작성하게 한다. 또는 이번과 같은 단기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년의 마음과 지혜가 담긴 답장 손편지를 작성하게 한다. 그러면 그 편지를 모아 고민 중인 청년에게 발송하는 것으로 과정을 마무리한다. 간혹 답장을 받은 청년이 다시 편지를 보내오면 손편지 작성자에게 전달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단법인 온기’는 ‘온기우체통’으로, 고민편지를 모으는 장치는 ‘온기우편함’으로, 정기적으로 손편지 답장을 쓰는 봉사자는 ‘온기우체부’로, 고민편지를 보낸 청년은 ‘온기님’으로 약속하여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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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민 편지상담 2차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청년고민 편지 답장쓰기 워크숍

 

2023 6월 21일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에 [청년고민편지 장쓰기(2차) 워크숍]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도착을 확인한 뒤 이름표와 안내문을 받아들고 입장해 조별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속 시각이 되자 중부캠퍼스 유지영 선임이 등단해 인사와 함께 [청년고민 편지상담]을 소개하고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이어서 ‘온기’의 조현식 대표가 ‘온기’ 소개와 직무교육을 이끌었다. 먼저 ‘온기’의 미션과 슬로건, 손편지 한 장에 반드시 담아야 하는 ‘진심’, ‘공감’, ‘정성’ 세 가지 핵심가치를 설명했다. 그리고 손편지 답장이 어떻게 작성되고 전달되는지와 손편지 답장을 작성하는 원칙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이러이러하게 하세요’ 따위의 정답을 강요하는 문체를 지양하고, 경험을 통해 공감을 전하며, 여러 건 보다는 하나의 고민편지에 집중해서 정성을 다할 것 등의 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할 때 답장을 받은 청년들이 삶의 활기와 용기를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더라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들려주었다. 이어서 실제 예를 들어가며 손편지 답장 가이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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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참가자들이 손편지를 쓰고 있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손편지 쓰는 시간, 마음을 담는 시간

 

그다음은 익명의 고민편지 선택과 손편지 답장 작성 시간이었다. 

[청년고민 편지상담] 참여자는 현장 세미나에서 직무교육을 받고 그 자리에서 손편지를 한 통 쓴다. 그리고 그다음 달에 비대면 편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두 통의 손편지를 더 작성하게 된다. 편지에 담긴 청년들의 고민 내용이 워낙 다양하기에 이번부터는 효과적인 답장 작성을 위해서 손편지 쓰기 참가자가 이미 겪어온 것과 비슷한 고민이 담긴 편지를 선택해 답장을 쓸 수 있게 했다. 조별로 배부된 편지 가운데 답장할 편지를 골라든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제공한 용품을 사용해 약 두 시간 동안 손편지를 작성했다. 연습지에 초안을 작성하기도 하고, 노트북을 이용해 답장의 틀을 잡기도 하면서 38명의 참가자는 마음과 지혜와 정성을 다해 손편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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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유지영 선임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청년고민 편지상담]의 시작

 

참가자들이 손편지를 작성하는 동안 프로그램 담당자인 중부캠퍼스 유지영 선임을 만났다. 먼저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유 주임은 청년과 중년의 편지 만남을 시작한 것은 지역사회돌봄단이 중점적으로 섬길 다섯 가지 대상을 선정할 때 자립 보호 청년과 고시원 거주 1인가구 청년 등 삶이 어려운 청년을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 한차례 50+자원봉사단 [청년1인가구 고민편지상담]을 소규모로 시행한 경험이 있어, 올해 들어 지역사회돌봄단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도 그 일을 이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소외된 청년을 섬기는 방법으로 ‘온기’와 함께 하는 손편지 답장 쓰기가 적합하고 효과적이라고 여겨져 올해 들어 두 번째 행사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계획에 대해서는 이번 2차 행사가 다음 달 비대면 편지쓰기로 끝나게 되면, 이어서 8월 말에 3차 대면 워크숍을 열고 9월 중에 비대면 편지쓰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년에도 계속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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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온기’ 조현식 대표는 소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고 싶어서 온기우체통을 시작했다고 했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소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들

 

이어서 만난 ‘온기’의 조현식 대표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소설 속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시간을 초월해 편지가 오가는 것처럼 현실에서는 세대를 초월해 말을 건네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 직장생활을 내려놓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주위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재정도 공간도 시설도 없어 참 어려웠지만, 지금은 참여하는 사람과 협업 기관도 늘고, 필요한 재정을 채울 만큼 후원도 많아졌다고 한다. 40여 개 온기우체함이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매주 온기우체함 속 편지를 수거해서 400여 명의 온기우체부와 함께 손편지 답장을 쓰고 있다며, 사람을 돕는 일과 돕는 시간이야말로 의미 있는 일이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의도하고 기대한 것보다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고민거리를 가진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손편지 쓰기에 참여하는 중장년에게도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일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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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 쓰기 참가자 정재원 씨는 편지 쓰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편지를 쓰며 행복해지는 사람들

 

가장 먼저 손편지 쓰기를 마친 정재원 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지난해 이어 두 번째 손편지 쓰기에 참여하는데, 처음에는 자신의 진솔한 경험이 청년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일을 시작했지만, 편지를 쓰다 보니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막 쓰기를 마친 편지를 들어 보이며 편지를 쓰는 시간이 참으로 즐겁고 보람 있고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에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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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편지는 언어의 온도와 질감을 고스란히 품어내는 보온도시락과 같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편지, 언어의 온도와 질감을 담는 보온도시락 

 

인간의 언어는 사람과 사람을 묶어 인간으로 살게 하는 끈이다. 사람의 뜻을 실어나르고 감정을 퍼 나른다. 세상의 모든 언어에는 반드시 온도가 있다. 그리고 질감이 있다. 인간 언어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으로 빚어낸다. 그러니 인간 언어는 뜨거울 것도 없이 꼭 사람의 체온만큼만 따뜻하면 된다. 그리고 사람의 살갗만큼만 부드러우면 된다. 편지는 식지 않는 보온도시락처럼 언어의 온도와 질감을 고스란히 품어낸다. 더구나 손으로 쓴 편지라면 받는 사람의 마음을 넉넉히 덥히고도 남을 만큼 따뜻함과 포근함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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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마음과 정성과 지혜를 다해 쓰는 손편지에는 온기가 넘친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청년과 중장년 사이엔 손편지를 타고 온기가 흐른다

 

이날 중부캠퍼스 4층 ‘모두의 강당’에 모인 참가자들은 저마다 마음을 다하고 지혜를 다하고 정성을 다해 살갗 같은 질감과 체온으로 손편지를 썼다. 그들은 어느 강 언덕에 이르러 위로의 싹을 틔우고 자라나 꽃피고 열매 맺을지 알지 못한 채 흐르는 물에 씨앗을 뿌리듯 손편지를 써 보냈다. 이제 그 편지를 읽는 청년마다 진정으로 위로받고, 시름과 고민을 덜며, 자기 삶이야말로 다시 힘내어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여기리라 믿는다. 마음과 지혜와 정성을 다한 수고가 헛되이 버려지는 법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년과 중장년이 손편지로 만나 더운 가슴으로 소통하다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매일매일 조금씩 더 밝고 건강하며 아름다워지리라 기대한다.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cbsan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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