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의 ‘일’을 다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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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란 무엇인가?” 전환기 중장년에게 숙제처럼 다가드는 물음이다. 출처 freepik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일이란 무엇인가?”

 

흔하디흔하지만 좀처럼 진중하게 답을 찾으려 들지 않는 질문이 있다.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마치 “삶이란 무엇인가?”, “왜 사는가?”라는 질문 같아서 가볍든 무겁든 어느 쪽으로도 석연히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가벼운 답은 충분하지 못하거나 편협하고, 무거운 답으로는 생각이 선뜻 이해에 이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려는 의미로 ‘일’에 대한 뜻풀이가 13개 적혀있다. 무엇을 이루거나 대가를 받기 위한 활동, 어떤 계획과 의도로 이루려는 대상, 사람이 행하는 어떤 행동, 해결이나 처리할 문제, 문젯거리가 되는 현상, 처한 형편이나 사정, 어떤 상황이나 사실, 드러내기 민망한 것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 등 사람의 삶 곳곳을 이처럼 다양하게 표현하는 명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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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란 누구에게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고 누구에게는 소명이며 누구에게는 즐거움이다. 출처  freepik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일을 어떻게 여길 것인가?”

 

13개의 뜻풀이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정의만 가지고는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답하기 어렵다, 불경 중 전유경(箭喩經)은 전장에서 병사가 화살을 맞았을 때 ‘누가 그 화살을 쏘았는지, 화살의 재료는 무엇인지’ 따지는 것보다 먼저 화살을 뽑고 치료하는 것이 옳다고 가르친다. 우리도 “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일단 미루어두고 “일을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넓은 뜻으로 보자면 누구나 일하며 살지만 일을 대하는 자세는 저마다 다르다. 뜻을 좁혀서 직업으로의 일만 생각하더라도 누구에게는 생존을 위한 노동이고 누구에게는 즐거움이며 누구에게는 소명이다. 또 누구에게는 그 모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중 어느 것도 삶과 분리할 수 없다. 그러니 일은 삶을 구성하는 줄거리이고 과정이라고 여김 직하다, 그런데 그렇게 일하는 사람 중에도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하다. 일이 곧 삶이니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여기고 대하는가에 따라 행불행이 갈릴 수 있다. 일은 그 뜻하는 바가 많고 폭도 넓다. 그런데도 자기의 일을 그저 부나 쌓고 명예와 명성을 다져가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그의 삶은 의미와 품격과 값어치를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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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올해 들어 부쩍 ‘일’에 치중하고 있다. ⓒ 서울시50플러스포털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세상이 중장년의 일을 대하는 태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올해 들어 부쩍 ‘일’에 치중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대문에는 ‘서울 중장년일자리박람회’, ‘40대 미네르바형 직업전환 전문교육’, ‘직업역량강화교육 수강생 모집’, ‘4050 중장년 이직 지원 사업’, ‘기술교육원과 함께 하는 중장년 전직 특화교육’, ‘생애설계 및 취업지원프로그램’,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 ‘중장년 일자리 채용설명회’, ‘서울시 보람일자리 참여자 모집’ 등 중장년의 일자리나 일을 위한 역량 교육에 관한 안내가 넘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서울시민이 50 이후의 삶을 설계하고 준비하도록 돕고 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일해왔다. 그리고 50 이후 새로운 활동 경험의 장과 복합 문화공간으로 튼실하게 자리 잡아 왔다. 그런 50플러스재단이 이제는 품을 넓혀 40대 중장년까지 끌어안고 그들의 ‘일’에 힘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제 곧 닥쳐올 초고령사회를 무겁게 견인해야 하는 40 너머 중장년을 위해 50플러스재단이 일자리를 마련하고, 그들이 일할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을 구체화하는 모습이 시의적절해 보인다. 한편, 이미 50플러스재단에 삶을 적셔온 중장년은 일과 문화와 삶이 조화를 이루어가는 즐거움과 보람을 내려놓지 못한다. 그래서 50플러스재단이 이제 활동의 폭을 좁혀 ‘중장년 일자리’ 아닌 것은 다 버리는 것 아닌가 염려하기도 한다. 

사람의 삶이란 몸과 정신과 영혼이 함께 사는 것을 뜻한다. 중장년의 삶도 비록 무겁고 절박할지라도 밥그릇 안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그러니 앞으로도 맞춤한 일과 문화 그리고 소통을 꿈꾸는 중장년마다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와 센터 안에서 풍성한 삶을 계속 가꾸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마찬가지로 중장년의 일을 다루는 정책수립자도 일자리 실적 너머 인간 삶의 가치와 본질을 관통하는 혜안을 가지고 일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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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이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전환기에 이른 자기 삶을 고쳐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중장년이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

 

중장년의 ‘일’을 다루는 기관이나 정책수립자와 마찬가지로 중장년이 스스로 자기의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전환기에 이른 자기 삶을 고쳐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고된 노동을 감수하는 것이 일의 전부일 수는 없다. 몸의 필요와 정신의 만족을 함께 얻지 못하는 일은 삶을 마냥 괴롭고 피곤하게만 한다. 지나온 일과 일상을 돌아보며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첫 단추 끼우기라고 하겠다. 

또한, 이 시대의 많은 중장년이 실업과 재취업, 창업, 전직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일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이런 상황에 뛰어드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겪는 중장년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이 개인과 사회의 불안정과 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충분한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장년은 그 일에 합당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둘 다 부족하기만 하고 가까운 미래에 그 둘이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렇더라도 일을 새롭게 다시 생각하는 중장년이라면 물 빠진 해변에서 밀물을 기다리며 어구를 챙기듯이 스스로 자기 ‘일’을 위해 자신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자신과 자기의 일을 차분히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이것이 중장년이 ‘일’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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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의 왕 솔로몬은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했다. 출처 freepik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중장년이 일을 대하는 ‘뻔하지만 소중한’ 일곱 가지 팁

 

그러면 ‘일’을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일을 바라보기 전에 자신을 바라보자. 지금 하는 일과 하려는 일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 일하는 태도와 역량이 보인다. 그걸 볼 수 있어야 더하거나 빼고, 바로잡거나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것부터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우리는 급변하는 기술 혁명 시대에 쏟아지는 정보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중장년은 이런 환경 속에서 어지럼증을 느낀다. 그러나 지레 포기하지 않고 시대와 세태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깨달아 알 수 있고, 알아야 관심과 흥미와 의욕을 가지고 일을 대할 수 있다. 앙드레 지드는 그의 저서 ‘지상의 양식’에서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라고 썼다. 현명한 중장년은 자기 일과 자기 삶을 늘 경탄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다음으로, 자기 일을 즐겁게 바라보자. 우리는 “일하기 좋아서 일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는 말에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러나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미 삼천여 년 전에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고 일러주었다. 그 지혜대로 자기 일을 즐겁게 바라볼 때 우리는 즐겁게 일함으로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

넷째, 자기 일을 소중히 여기고 그 일에 가치를 부여하자. 자기 일을 하찮게 여기면 자기 삶도 하찮아진다. 자기 일을 귀하게 여길 때 그 일이 자기 삶의 질과 가치를 높이고 더욱 발전하게 한다. 

다섯째, 일할 때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과정에도 충실해지자. 과정이 충실하지 못하거나 생략되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여섯째, 일보다 귀한 것이 사람이다. 요즘 기계와 AI가 열 일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일하는 것은 사람이다. 협업하는 동료도 사람이고 일하면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것도 사람이다. 그리고 일의 끝이 다다르는 곳도 결국 사람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일이라는 것은 사람이 저마다 가치 있게 살아가는 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배려하며 일하자.

하나만 더 꼽자. 충분히 준비하고 몰입하며 열심히 일하자. 소위 성공했다고 알려진 사람치고 충분히 준비하고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특별히 전직과 재취업, 창업을 준비하는 중장년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모두 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교과서만 한 교범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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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인간의 삶이자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기자. 출처  freepik -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에필로그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자. 

“일이란 무엇일까?”

답이랍시고 적어보자니 역시나 편협해지기가 십상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일을 어떻게 여기고 어떻게 대할 것인가 꼽아보고 나니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는 듯하다. 일이란 살아있는 우리의 일상이고 삶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그래서 일을 소중하게 대하고 존중하며 즐거워하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귀하게 만들고 사랑하는 길이라고 여기면 어떨까?

지금 청년은 일자리 찾기에 지쳐가고 중장년은 전직과 재취업, 창업의 문 앞에서 번민한다.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은 맞춤한 인력을 찾지 못해 애태우고,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는 사람은 두루 만족하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록 우리가 이렇게 안타깝고 시급한 상황에 젖어있기는 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와 일자리를 찾는 자 그리고 일을 위해 정책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는 자 모두가 ‘밥 먹고 살기 위한 노동’으로만 ‘일’을 생각하면 우리네 삶은 의미와 가치를 잃고 한없이 초라해질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우리 ‘일’을 다시 생각하자. 그리고 우리 ‘일’에 의미와 가치를 두자. 나아가 안정적이고 지속적이며 충분한 일자리가 마련되고, 일하는 사람마다 거기 맞는 역량을 갖추며, 모든 정책전문가가 유능하게 자기 일을 해내는 날을 꿈꾸자. 그날에는 비로소 모두가 ‘일이 곧 인간의 삶이자 행복의 조건’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일함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건강을 이루어가리라 믿는다.

 

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cbsan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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