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막바지에 달했다. 한 번쯤은 가을을 만끽해야 올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후회가 없을 터…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곳이라도 한번 걸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서울둘레길 6코스 ‘안양천·한강 코스’(이하 서울둘레길 6코스)를 추천해 본다. 작년 11월 말쯤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여전히 아름다웠던 코스모스정원, 장미정원 그리고 특히 단풍 길이 인상 깊다. 

 

코스 소개

서울둘레길 6코스는 지하철1호선 석수역에서 출발해 안양천, 한강을 따라 9호선 가양역에 도착하는 코스다. 행정 구역상으로는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 4개 구역을 지나며, 전체 길이는 약 18km다. 평지 길이어서 소요 시간은 4시간 30여 분 걸린다. 구간이 길다고 느껴지면 두 개 구간으로 나누어서 걸어도 좋다. 친구와 두런두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쉬엄쉬엄 걷다 보면 그렇게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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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둘레길

안양천

서울둘레길 6코스를 걷기 전 만 해도, ​내 기억에 안양천은 죽은 하천,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19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공장의 증가 및 인구 집중으로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안양천을 오염 하천으로 만들어 물고기, 새, 곤충이 살 수 없는 생명이 사라진 하천이었다. 또한, 안양천은 홍수가 빈번한 지역으로, 비만 오면 상습 침수지역으로 유명했다. 그런 기억 속의 안양천이 서울둘레길 6코스로 걷는 기회가 되어 걸어보니 이제는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와 물새가 살 수 있는 정감 어린 자연 속의 하천으로 완전히 탈바꿈되었다. 시민들의 훌륭한 운동, 휴식, 산책 공간도 조성되었다. 죽은 하천, 상습 침수지역에서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돌아온 안양천의 이곳저곳을 느끼며 안양천이 품은 가을을 걸어가 본다.

 

​코스모스정원, 장미정원

지하철1호선 석수역에서 나와 약 3km 지점에서 처음 만난 곳은 코스모스정원과 장미정원이다. 화사한 계절 절정의 시간을 지나 가을에 청초하게 피어나는 코스모스, 여전히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가을 장미를 보니 반가우면서도 왠지 쓸쓸함도 느껴진다.

 

“가을 장미 외로움 / 나는 알지 외로움 / 늦게 피는 꽃의 아픔 / 나는 알지 그 아픔 /

가는 시절 안타까워도 아무도 머물지 못하지 / 아쉬워 뒤돌아보지만 아쉬워 뒤돌아보지만 자꾸만 멀어지네”

최백호의 ‘가을 장미’ 가사를 읊조려 본다. 가을 장미는 외롭다 했다. 오뉴월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붉은 장미는 우리네 인생으로 치면 전성기 때다. 우리는 언제나 전성기를 누릴 줄만 알았다. 그렇지만 가는 시절 안타깝고 아쉬워서 뒤돌아보는 세대가 되었다. 자꾸만 멀어지는 가을 장미가 꼭 우리네 심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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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약 3km 지점에서 만나는 코스모스정원과 장미정원

 

파크골프장

안양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특이한 장소를 몇 군데 발견하게 된다. 파크골프장이다. 처음에는 게이트볼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골프 흉내를 내고 있다. 골프처럼 3~4명이 한 조로 출발지점(티오프)에서 홀(hole)을 향해 볼을 치고 차례로 18홀 코스를 돈다. 골프와 차이가 있다면 잔디 폭이 좁은 축소판 골프장 같다. 파크골프 클럽은 로프트(클럽과 페이스가 이루는 각도)가 전혀 없어 볼이 뜨거나 날아가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신기해서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안양천을 따라 지나는 금천구에서는 2020년에, 구로구에서는 작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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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천한내파크골프장에서 파크골프 대회를 준비 중인 시민들 모습

 

여기서 나는 파크골프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파크골프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으며, 현재 홋카이도에는 600여 개의 파크골프장이 있을 정도로 인기라 한다. 하와이, 호주, 중국, 미주 등에서도 저변이 넓다고 하는데, 국내에도 지역마다 지자체마다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확산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골프와는 달리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훈련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가 있는 것이 파크골프의 매력이다. 지인은 휴가철에 여행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여가, 친목, 운동을 필요로 하는 노인층에 특히 인기 상승 중이다.

 

안양천의 아름다운 단풍길

천변길을 따라 걷다가 둑방길로 올라섰다. 길게 쭉 뻗어 있는 단풍길이 아름답다. 바람 한번 불면 우수수 모두 쏟아져 버릴 것만 같이 아슬아슬 막바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도 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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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둑방길에 길게 이어지는 단풍길, 빛바랜 모습이지만 지금쯤 빨강, 노랑, 초록의 향연이 기대된다.

 

길게 한강까지 이어지는 안양천을 따라 내려오노라니, 자전거길에는 자전거 동호인들이, 산책길에는 연인과 가족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이, 파크골프장엔 파크골프 동호인들이, 축구장엔 축구 동호인들이, 야구장엔 야구 동호인들이, 보행 길에는 우리 같은 배낭족들이,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풍경, 유유히 흐르는 안양천에는 하얀 백로가 여유롭게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고, 한가롭게 떠다니는 오리 가족들, 실로 다양한 군상(群像)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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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길, 보행길

 

죽은 하천에서 새롭게 태어난 안양천의 아름다운 모습,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다시 한번 걸어보고 싶다.

 

50+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swkoo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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