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씬스틸러] 담담한 도전, 썩 괜찮은 요즘

2017.05.22 15:33

담담한 도전, 썩 괜찮은 요즘

 

 

 이광우ㅣ50+스토리 공모전 대상

 

 

 

나의 하루는 5시 기상으로 시작됩니다

요즘은 여명도 없는 속에서 출근 준비가 시작됩니다.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내의 배웅 속에 집을 나서고, 6시 45쯤에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회사이름은 에버영코리아. 네이버에 올라오는 게시글과 댓글을 검수하는 일을 합니다. 전사적으로 500명의 시니어가 일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모든 일을 시니어가 합니다. 작년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서 지난 9월 1일로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근무환경은 깨끗함 그 자체입니다.

나는 콘텐츠1 파트장. 파트원은 나를 포함 12명. 이젠 1년이 지나 서로 친해져 분위기는 화목합니다. 엊그제 전사 행사 후 남은 경비로 구입한 국산차 한 잔을 마시고 나면 하루 업무가 시작됩니다.

 

공동체 IT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사장으로서의 두 번째 역할

회사 근무시간은 4시간 반으로 11시 반까지입니다. 하지만 파트장의 일을 하다보면 통상 12시가 넘어 퇴근합니다. 근태 프로그램에 퇴근을 클릭하고 책상 정리를 하고 회사를 나서는 것이 나의 첫 번째 퇴근입니다.

유유히 <서북 50+캠퍼스>로 갑니다. 은평문화회관 옆을 지나 캠퍼스로 가는 길은 10여분. 벌써 1년 넘게 다니고 있어 가로수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4계절 모두 겪었습니다. 한적한 이 길은 적당히 언덕도 있고 내가 걷기에 그만입니다. 때론 살을 에는 바람, 비와 찌는 더위도 있었지만.

정문에 가까이 오면 북한산이 근사하게 보이고 숲이 우거진 이곳에 나의 두 번째 사무실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6월 1일부터 입주한 공유사무실인 ‘스페이스 힘나’의 개별사무실. 입주 단체로서의 명칭은 ‘ICT 소비 협동조합’. 이곳에서 나의 두 번째의 역할 ‘공동체 IT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사장으로서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지난 2016년 11월 1일 창립총회는 끝났지만 아직 정부기관의 인가를 추진 중이라 비공식적인 명칭이지만, 총회에서 결정했으므로 통상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큰 인연과 작은 인연의 고리

이곳은 현재 마포에 둥지를 튼 ‘(사)도시농업포럼’을 이끌어가고 있던 선배의 일을 도우러 2014년에 들른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 당시에는 ‘서울시인생이모작지원센터’. 이때에 선배가 공유사무실에 입주해 있었던 것입니다. 이곳에서 선배의 행정업무를 지원하는 한편, 서울시 홈페이지도 만들었다는 제법 최신의 웹사이트개발시스템(CMS)인 워드프레스(Word press)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을 지원했습니다.

헌데 이곳을 드나들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신기한 것은 한 뼘의 땅이라도 당장의 경제 가치로만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더욱이 서울에서 너른 숲과 정원과 아름다운 북한산의 풍광이 어우러진 이렇게 훌륭한 공간이 당장의 경제 산출에 대한 전망이 애매한 시니어와 청춘들의 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벌써 세 번째 누리고 있습니다. 봄의 꽃동산, 여름의 푸른 숲, 가을의 단풍과 낙엽. 이제 눈과 삭풍 그리고 청명한 하늘 아래 코가 아려지는 겨울입니다. 캠퍼스의 따스한 사무실에서 젊은 친구들과 더불어 내년을 기획합니다.

 

 

공동구매, 공동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IT협동조합을 결성

이 개념을 내가 처음 드러낸 것은 2015년 정보화진흥원 후원으로 현재 미래청에 입주해있는 비영리 IT지원센터가 인생이모작센터와 함께 진행한 시니어 IT 전문가 양성학교를 수료할 즈음 사업발표 시간에서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내게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이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교육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익혀진 개념이었습니다. 헌데 이 교육은 원래 IT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만든 것인데 교육 주체 측에서 의도적으로 교육과정에 넣었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나 스스로도 인생 2막에는 사회에 기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묘하게 기회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사)도시농업포럼에서 선배를 도우면서 알게 된 것은 수많은 비영리단체가 있고 이들의 공익적 활동에 비해 만성적 자금 부족으로 인해 급여, 근무환경 등 사업추진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가장 적합하고 실제 단체들의 역량에서 매우 부족한 IT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더욱이 수료 후 비영리 IT지원센터와 함께 비영리단체들의 컴퓨터 보수 유지 현장 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IT 수준과 사업 환경은 나의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자신들의 환경을 개선하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그 방법은 공동구매, 공동소비를 근간으로 하는 IT협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 용기를 갖게 된 것은 같이 교육을 받은 장인기씨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과 이재흥 비영리IT 지원센터장의 적극적인 호응과 협동조합 인큐베이팅 덕분이었습니다. 장인기씨는 국제방직 출신으로 16년간 PC 학원 강사를 지낸 베테랑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확신이 들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와 조합원모집의 문제 해결, 그리고 준비

2016년 2월 ‘비영리 IT지원센터’와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의 개념을 구체화시키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즉시 웹개발자이자 활동가인 인동준 이사와 그간 비영리 IT지원센터에서 비영리단체 IT현장 지원을 맡았던 이정한 매니저를 추진 멤버로 파견했습니다. 그리하여 인동준 이사, 이정하 매니저, 장인기 대표, 나와 4명이 본격적인 협동조합의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혁신센터 미래청의 환경은 사무실이 없던 우리에게 아쉬우나마 훌륭한 회의공간을 제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우리만의 사무실은 필수였습니다. 따라서 그간 눈여겨 두었던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공유사무실에 ‘ICT 소비 협동조합’이란 단체명으로 입주를 지원했습니다.

다른 한편 조합 설립을 확고히 하고자 5월 27일 미래청에서 발기인대회를 열었습니다. 단체와 개인을 합쳐 30여 명이 오시는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이것은 10여 년 간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IT 지원활동을 한 활동가 인동준 이사의 인맥 때문이었습니다. 이로써 조합원 모집에 대한 고민을 내려놨습니다. 이제 기술적인 문제와 조합원 모집의 문제는 해결되었고 차분히 준비만 하면 되었습니다.

 

201661일 <스페이스 힘나>의 개별사무실 입주 시작

5월 25일 사무실 입주 최종 발표는 내겐 천당과 지옥을 오기는 그러면서도 환희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류 심사 발표 예정시간은 오후 3시였습니다. 헌데 사업발표 겸 면접 심사인 2차 합격 발표가 오후 4시가 넘어도 메시지가 오지 않았습니다, 5시에도....

불합격되었다고 낙담과 함께 사무실 준비에 들어갈 비용 등에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6시 거의 포기 상태에서 “멤버들에게 아무래도 떨어진 것 같다”라고 메시지를 작성하는 도중 ‘띠링’하는 메시지가 하나 옵니다. 혹시 하며 얼른 열어보니 합격했다고 계약을 준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환호.

그때의 기쁨은 20대 사회 첫발이었던 삼성그룹 공채 합격 때와 비견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어진 5월 27일의 발기인대회도 편안한 기분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6월 1일 스페이스 힘나의 개별사무실 입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부캠퍼스가 준공되기도 전에 와서 반드시 입주하고야 말겠다며 각오를 다진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성취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뜻이 있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은 제법 긴 세월 속에서 알고 있는 바였습니다. 하지만 인연이 닿아 이곳에서 정말 인생 제2막이 시작되는 데 감회가 없을 수는 없었습니다.모든 멤버가 시간을 두고 하나, 둘 제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일은 하나 둘 만들어져갔습니다.

 

<입주 전 공사 직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모습>

 

IT 보수유지 교육과정 그리고 보람일자리

시민단체 쪽에서 오랜 활동가 경험이 있는 인동준이사의 의견을 따라 조합 설립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해 나갔습니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IT 보수유지 교육과정 진행>

50플러스캠퍼스가 비영리 IT지원센터에 위탁했고 실제 교육은 조합의 PC 강사 출신인 장인기 대표와 인동준 이사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5월과 9월 2회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특히 5월 1기 수료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보람일자리와 연계되었습니다.

1기의 교육은 10회의 모든 과정에서 단 한명의 결석도 없이 진행하는 신기록을 이루었습니다. PC의 모든 부품을 분해하고 조립하고, 윈도우 OS( Window OS)를 깔고, 데이터를 복구하고, 네트워크를 세팅하는 등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실전적인 것으로 교육생들의 호응이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알게 된 사람들은 다음엔 꼭 자기도 하게 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보람 일자리 활동>

IT 보수 유지 교육의 백미는 보람일자리 활동이었습니다. 9월부터 1기 수료생 중 본인이 원하는 6명이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활동무대는 주로 비영리단체들. 활동처는 비영리 IT지원센터와 조합 멤버 이정한 매니저의 활약으로 비영리 단체들과 협의 하에 확정했습니다.

첫 일정은 평소 장인기 대표가 매월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왔던 은평구 꿈나무마을로 정했습니다. 약 1,000여 명의 부모와 떨어져 자라고 있는 원생들이 사는 곳. 그중에서도 여고생이 생활하는 곳의 컴퓨터실 컴퓨터들을 최적화하고 문제 컴퓨터들의 OS를 재설치하였습니다.

프린터 공유가 풀린 곳의 재 세팅 등 낯선 곳에서 낯선 컴퓨터를 대하고 정비하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 장인기 대표의 경험과 지식은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후 9월에 신길사회복지관, 사랑채요양원, 도심권50플러스센터, 보현데이케어센터 등의 컴퓨터를 정비하러 다녔습니다. 이후 10월에도, 11월에도 매월 7~8곳의 비영리단체들의 컴퓨터와 네트워크 정비를 했습니다.

작년의 경험에서 많은 생각 끝에 협동조합을 구상하게 되었지만, 참으로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반드시 협동조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꿈꾸는 내년을 그리며...

지난 11월 1일 창립총회를 했습니다. 모두 29명의 설립동의인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조합의 명칭은 ‘공동체 IT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신나는 조합의 지원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인가에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그 기간 동안 멤버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업무 체계에 대해 토의가 있고 시스템화 할 것입니다. 우린 IT 전문가들이 아닌가? 어려움이 있겠지만 50플러스캠퍼스와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신나는 조합과 같은 지자체의 공익지원 시스템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추진될 것이라 믿습니다.

내년엔 내 나이 64세가 됩니다. 벌써 이렇게 됐나? 하지만 나이를 잊고 산지 오래입니다. 아직도 VBA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도 만들 수 있습니다. 엑셀, 파워포인트, 한글은 물론 포토샵, 일러스트, 스케치업 등등의 S/W도 즐겨 사용하고. 무엇보다 요즘 즐거운 것은 사무실 멤버인 20대, 30대, 40대와 나이를 잊고 함께 조합에 대해 평등하게 그리고 매일 얘기하며 지내는 것입니다. 물론 자주 저녁 술자리도 가지면서 말입니다.

이들과 그리고 조합원들과 함께 꿈꾸는 내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아무튼 썩 괜찮은 요즈음입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의 문화, 사회참여활동 등 다양한 활동사례를 발굴하고 50+세대의 활동이야기를 알리고자 ‘2016년 50+스토리 공모전’을 진행하였습니다. 대상 수상작을 비롯하여 순차적으로 50+스토리를 선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