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진지한 고백” - 근현대 미술의 거장 장욱진 회고전

역대 최대의 전시 규모로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


가을의 문턱에서 화단과 애호가들의 발길을 부르고 있는 화제의 전시회
근현대 미술의 거장 장욱진 (1917-1990) 회고전이 9.14일부터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작되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유영국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 장욱진 화백의 예술 세계 전체를 망라한 역대 최대 규모의 회
고전이다.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다수의 작품을 남긴 장욱진 화백이 생전에 남겨놓은
연구와 전시를 되짚어 보는 회고전으로,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약 60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장욱진의 활동들을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 삽화, 도자기 그림 등 모두 270여 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이다.

이번 전시는 장욱진의 시기별 대표작을 엄선해 선보임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화가 장욱진이 진정으로 추구한 예술의 본질과 한국적 조형미
구축이 의미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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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외부 전경, 장욱진 회고전 안내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가장 진지한 고백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

장욱진 하면 대부분 동심을 떠올리는 작고 예쁜 그림들로 알려졌지만 사실 장욱진은 한평생 작은 캔버스 속에 깊고 넓은 세계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욱진 화백의 60여 년 화가 인생 전체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장욱진 회고전의 타이틀은 가장 진지한 고백이다.

가장 진지한 고백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라고 말한 장욱진의 언급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하는데, 장욱진은 창작에 전념하면서 그림 그릴 때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수공업 장인과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장인의 면모를 보이는 창작 태도는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장욱진은 제한된 몇 가지 소재들을 반복한 특징이 있는데, 서양화를 기반으로 동양적 정신과 형태를 가미해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하고 한국 미술사의 새로운 장을 연 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장욱진의 작품 세계를 청년기(10~20), 중장년기(30~50), 노년기(60~70)로 재구성하여,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던 주제 의식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변해 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장욱진 예술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동심 가득하고, 작고, 예쁜 그림이라는 단편적인 세간의 시선을 넘어서서 장욱진 예술의 참모습을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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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 화백 생전 (전시회 자료), 자화상 (장욱진,1951)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첫 번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뉘는데, 전시실 11부와 4부에서는 초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대별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게 구성하였다. 22부에서는 장욱진 그림에서 반복되는 소재들을 내용과 형식으로 접근하여 장욱진 그림을 보다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23부에서는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에 대해 자세히 다룬다. 관람객은 전시장의 도입부 '자화상'(1951)에서부터 마지막 장욱진이 타계하기 두 달 전에 그린 '밤과 노인'(1990)에 이르기까지 장욱진의 예술 세계를 동행하듯이 관람할 수 있다.

 

1, 첫 번째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는 그의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기까지의 작품들이다. 양정고보 재학 시 학생작품전에서 상을 탄 '공기놀이'(1938)가 눈길을 끄는데 1세대 모더니스트로서의 전형(典型)이 완성되기 이전 초기 화풍의 형성 과정을 흥미롭게 엿볼 수 있다. 또한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들을 통해 신사실파 이외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 단체들의 활동 이력과 전람회 출품 등 새롭게 밝혀진 장욱진의 초기 행적과 기존에 알려진 작품명의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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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놀이 (장욱진,1938), 나무와 새 (장욱진,1957)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두 번 고백 발상과 방법 :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

2, 두 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에서는 장욱진의
그림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대표적 모티프 가운데 까치, 나무, 해와 달을 선정해 각각의 소재들이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 도상적 특징의 변모 과정을 살펴본다. 장욱진의 분신 같은 존재인 까치, 온 세상을 품는 우주인 나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를 상징하는 해와 달 등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의 의미와 화가로서의 발상을 어떠한 방법으로 구성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장욱진 작품에 와 이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의 발상과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장욱진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까치와 마을'(1990)이 최초로 전시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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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장욱진,1958), 새와 나무 (장욱진,1961)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세 번째 고백 . . : 참으로 놀라운 아름다움

 

3, 세 번째 고백 '..'에서는 장욱진이 남긴 불교적 주제의 회화들과 먹그림, 목판화 선집 등을 통해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들여다본다. 불교 주제의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인데, 진진묘는 장욱진 아내의 법명으로 첫 불교 관련 작품을 아내의 초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가족을 귀하게 여겼던 장욱진의 마음가짐과 태도는 불교적 세계관에서 기반한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3부에서는 특히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발굴된 장욱진 최초의 가족 그림인 1955년 작 '가족'60년 만에 공개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한데,
1964년 일본인에게 판매돼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이 작품은 현지 한 소장가의 옷장에서 발견되었고, 발견 당시 상황을 담기 위해 이번 전시에서도 낡은 벽장 속에 있는 가족도의 모습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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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묘” (장욱진, 1970), “가족” (장욱진, 1955)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네 번 고백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

4, 네 번째 고백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1970년대 이후 그의 노년기 작품들이다. 수묵화나 수채화처럼 묽은 물감이 스며드는 듯한 담담한 효과들이 이 시기 그림들의 특징인데, 장욱진 말년의 작품들은 무상(無相)
작업으로 생략과 압축, 시공간의 초월을 통해 성찰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면서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한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장욱진이 남긴 730점의 유화 중에서 80퍼센트에 달하는 580점이 그의 노년기 마지막 15년 동안 그려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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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인” (장욱진, 1990), “수안보풍경” (장욱진, 1986)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RM 로드에서 만나는 장욱진

이번 전시회가 좀 더 화제가 되는 것은 방탄소년단 RM이 평소에 각별하게 애정을 드러낸 작가가 바로 장욱진이기 때문이다.
RM미술애호가를 넘어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과 안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저도 심플하게 살고 싶습니다.”
RM이 과거 장욱진 전시 방명록에 남겼던 소감인데

 

이번 전시회의 개인 소장품 중에서는 RM이 소장한 6점도 포함되어 있다.
초년기부터 노년기까지의 작품을 담은 첫 섹션과 불교적 세계관을 담아낸 세 번째 섹션에서 RM의 소장품이 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소장품으로 관심이 쏠리기 보다는 장욱진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떤 작품인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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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장욱진” (이만익, 1972), “장욱진 초상” (최종태, 1990)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

 

 

작은 그림에 담은 커다란 세계 - 다시 보는 장욱진 예술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근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장욱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뿐만 아니라 그간 축적된 장욱진에 관한 학술적 연구를 보완하여 장욱진 예술 세계를 보다 온전하게 평가하는 계기를 마련되었다는 평이다,

 

동심 가득한 작고 예쁜 그림들 속에서, 한평생 작은 캔버스에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깊고도 넓은 세계를 담은 것이다.

장욱진은 생전 입버릇처럼 '나는 심플하다'라고 했지만, 장욱진의 예술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심플은 본질을 추구하는 조형 의식일 뿐만 아니라, 정직함을 뜻하기도 한다앞과 뒤가 똑같아 예술과 생활의 차이가 없었고, 청년부터 노년까지 한결같은 소재로 1,000점 이상의 성실한 작업 세계를 이어온 작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을로 접어든 덕수궁의 정취를 느끼면서 우리 시대의 모더니스트 장욱진
의 가장 진지한 고백을 흠뻑 감상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시민기자단 김준 기자(truejoo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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