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뭇가지에서 ‘발도르프’ 철학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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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장난감 만드는 <발도르프 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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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꼭 사오는 기념품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목각인형이고 다른 하나는 냉장고 자석이다.
아주 오래전 남편이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온 투박한 남자 형상의 목각인형이 계기가 됐다.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 원시적인 내음이 나는, 나무가 주는 따뜻한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이 볼수록 정이 가는 목각인형이었다. 
그 이후로 시장의 좌판이나 골목에 숨어있는 가게들을 다니며 나만의 목각인형을 찾아다니는 것이 여행에서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되었다.

 

나무공예는 비싸고 고급화된 이미지로 사람들이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목공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가구를 만들고 나무공예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지난 8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생태감성 목공교실: 발도르프 나무장난감>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은 끝났지만 의기투합해 ‘발도르프 공작소’라는 커뮤니티 구성에 나선 왕경숙, 전금례, 김금주 님을 만나 나무장난감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Q. 그냥 나무장난감이 아니라 ‘발도르프’ 나무장난감이네요?

 

‘발도르프교육’은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독일에서 시작됐는데

밑바탕에는 자연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철학이 담겨있다고 해요.

현재 이 발도르프 교육을 활용한 여러 수업들이 늘고 있는데 자연소재인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어 봄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과 놀이교육 효과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Q.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앞 중앙정원의 나무를 이식하고 나서 버려져 있던 자투리 나무를 활용하여 장난감을 만들었어요.

고양이 한 세트(6마리), 여우 한 세트(6마리)예요. 손가락만 한 나뭇가지를 고양이와 여우 모양으로 깎고 천연페인트로 색칠하면 작품이 완성되지요. 

 

정원이 철거되기 전 천연염색 수업을 진행했던 사진. 이 정원에서 잘려 버려진 나무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Q. 혹시 수업 중에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조금 있으면 태어날 손녀에게 주려고 다른 수강생들과 다르게 사람모양의 인형을 만들었어요.

물고 빨아도 되게끔 채색도 하지 않았고요. 한번 만들어보니 앞으로 더 많은 걸 만들어 줄 자신감도 생겼어요.

할머니가 사랑과 정성으로 만들어준 장난감이라니! 저는 그것만 해도 너무 뿌듯하더라고요. (전금례)

 

저는 나무가 주는 매력이 너무 좋아서 목공 관련 강좌를 많이 듣고 있어요.

그때마다 만든 작품들을 집에 전시해 뒀는데 이제는 점점 많아져서 가족들이 그만 가져오라고 해요. (김금주)

 

숲에서 아이들 인성 교육시키는 산림 치유 지도사 공부를 하는 중이에요.

그러던 중에 목공을 만나게 됐어요.

숲에서 아이들과 나무를 잘라 목피리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왕경숙 회장)

 

수강생이 남자 6명, 여자 6명이었는데 남자 수강생 한 분은 평소에 등산 다니면서 중간중간 쉴 때 주위에 버려진 나무를 주워 깎으셨다고 해요.

또 엄청 꼼꼼한 남자 수강생이 계셨는데 나무를 각도 자보다 더 각지고 완벽하게 자르시곤 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그분을 ‘칼 각 선생’이라 불렀어요. 

 

 

Q. ‘발도르프 나무장난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해마다 나무들 가지치기를 하니 재료는 버려진 나무만 가지고 와도 충분해요.

지금 현재는 큰 공구도 필요 없고 조그만 칼과 아이들이 쓰는 조각도 정도만 있으면 돼요.

넓은 장소를 필요로 한다거나 큰 기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집에서 아이들하고도 수시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아이들에게 칼 다루는 법만 제대로 알려주고 연질의 나무를 사용하면 아이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Q.이후에 커뮤니티 활동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세요?

 

저희는 ‘나무’로 시작했으니까 나무를 재료로 할 수 있는 활동을 했으면 해요. 노인들에게도 치매 예방활동으로 좋아요.

지금 생각난 건데 나무 조각으로 퍼즐을 디자인해서 판매해도 좋을 것 같고, 숲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시작이니 함께 모여서 얘기를 하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나오겠죠.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