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카이브는 50+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온갖 정보를 정리해 차곡차곡 쌓아두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연속 시리즈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하 재단)의 일자리 사업과 50+세대 일자리 관련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재단 ‘50+일자리 사업 2.0’, 신중년 도시재생 창업 지원 프로젝트 ‘점프업 5060’, 서울50+인턴십을 차례대로 소개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한 번 해외 사례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해외에는 서울50+인턴십과 마찬가지로 중장년층이나 퇴직(예정)자가 새로운 분야에서 또 다른 삶을 개척하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특히, 중장년층 인력의 강점과 정체성을 새롭게 부각하려는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아래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이미 50+포털을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6월에 발행된 50+리포트 2019 2호에 새로운 국내외 중장년 인턴십 트렌드를 소개한 글이 실리기도 했고요.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게재된 포털 콘텐츠를 토대로, 각 사례에서 서울50+인턴십과 같은 한국의 프로그램이 참조할 만한 시사점을 추출하고자 합니다.

 

50+세대를 브랜딩하라

 

24년 동안 세계적인 호텔 체인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의 CEO로 재직한 칩 콘리(Chip Conley)는 52세가 되던 해 돌연 회사를 매각하고 현직에서 물러납니다. 얼마 뒤 그는 2013년 당시 초기 창업 기업에 불과했던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에 인턴으로 입사합니다. 칩 콘리는 그곳에서 5년여의 시간을 보낸 뒤 2018년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일터의 현자(Wisdom at Work)』. 

 

 

2019년 한국어판도 출간되었다.

 

공유경제라는 개념에도, IT 기술에도 문외한이었던 그는 본래 15시간 파트타임 인턴으로 에어비앤비에 합류했지만, 몇 주 뒤 상근직 전략책임자로 직함을 바꿔 일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그가 원래 몸담았던 숙박 산업의 노하우를 전파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계획이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를 비롯해 젊은 직원들의 멘토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멘턴(mentern, 멘토+인턴)으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원래는 산업에 대한 지식 때문에 초대받았지만, 실제로 에어비앤비에 제공한 것은 경험으로 터득한 지혜였다고 말합니다. 수십 개에 달하는 기업의 전략 목표 중 정말로 중요한 핵심만 추려내는 작업, 직원들이 일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 그리고 복잡한 시장 환경에서 CEO가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조언하는 일까지 그는 멘턴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에어비앤비가 세계 최대의 공유숙박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칩 콘리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더 매력적인 것은 그가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과 같은 50+세대의 잠재력을 사회에 홍보하고 각인시키는 방식입니다. 즉,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재료 삼아 능숙하게 50+세대 인력의 정체성과 강점을 브랜드화하고 있습니다.

 

그는 책과 강연을 통해 오늘날의 중장년 세대가 단순히 나이 든 사람이 아니라 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의 판단력, 직관적인 통찰력, 공감 능력,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사고 등을 현자의 특징으로 제시하면서, 기업 CEO와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50+세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득력 있게 역설하고 있죠.

 

칩 콘리(출처: Mindfulwiki [CC BY-SA 4.0])

 

사실 그의 이야기 중 새로운 것은 별로 없습니다. 뒤에 언급할 앙코르닷오르그(Encore.org)가 1997년에 설립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중장년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회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다양한 기관과 사람들에 의해 전파되어 왔습니다.

 

그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일터의 현자’라는 개념조차 그의 창안물이 아니라 이미 1989년 한 기업가가 미래의 직장에 대해 예측하면서 사용한 개념입니다. 또한, 칩 콘리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듯 젊은 기업가에게 멘토 역할을 한 나이 많은 기업가의 사례는 역사 속에서 다수 존재합니다.

 

칩 콘리가 특별한 것은 이처럼 과거에 존재하던 생각과 사례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접목해 현자, 지혜, 성장과 같은 긍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로 현재의 50+세대를 과거의 중장년 세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세대로 호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면 50+세대가 현대의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인적 자원이라는 사실을 무리 없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칩 콘리가 2018년 설립한 교육기관 모던 엘더 아카데미(Modern Elder Academy) 역시 그가 50+세대를 이 시대의 현자로 부각하는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멕시코 해변의 리조트와 같은 공간에서 5~7일 동안 요가 클래스, 각종 문화 프로그램, 강의 등에 참여하면서 칩 콘리가 주창하는 ‘일터의 현자’로 거듭나기 위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모던 엘더 아카데미의 교육을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치스러운 경험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존의 중장년 대상 재취업 교육이나 생애설계 교육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 대상층을 바라보고, 이들이 자존감과 일과 삶에 대한 의욕을 되찾도록 독려한다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던 엘더 아카데미의 수강생은 칩 콘리의 철학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출처: www.modernelderacademy.com)

 

호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답게 칩 콘리는 교육 프로그램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히고, 교육 참가자들이 편안하고 호의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겪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줍니다. 단기간에 교육 과정과 일자리를 연계하고 현실적인 경력 설계 방안을 안내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모던 엘더 아카데미처럼 중장년의 정체성과 내적인 자기 인식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도 하나의 중장년 지원 프로그램 모델로 참조할 만합니다.

 

칩 콘리의 사례는 매우 특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그처럼 수십 년의 CEO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며, 누구나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실리콘 밸리의 젊은 기업가에게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중장년이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해서 현자와 같은 통찰력과 공감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칩 콘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반 원칙을 알려주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대의 중장년이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회의 다른 세대 역시 중장년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존재로 바라보도록 매력적인 인식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세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격파하는 그의 브랜딩 전략은 교육과 인턴십, 고용 지원 제도를 막론하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50+세대 지원 프로그램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반드시 경치 좋은 해변에 리조트를 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왜 50+세대가 퇴직 후에도 새로운 일을 찾고, 계속 사회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지는 끊임없이 설득해가야 하니까요.

 

더 강력한 파트너십

 

창립 이래 재단은 50+세대와 관련된 해외의 다양한 움직임을 소개해왔습니다. 그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사례는 앙코르닷오르그입니다. 이전 기획 아카이브 글에서 재단 일자리 사업이 추구하는 지향점을 앙코르커리어, 즉 '50+세대의 경험과 연륜을 활용하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두를 적절히 만족하는 수준으로 제공하는 일과 활동 거리'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요. 이 앙코르커리어 개념의 주창자가 앙코르닷오르그의 설립자인 마크 프리드먼(Marc Freedman)입니다.

 

 

앙코르닷오르그의 활동은 중장년 인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크게 바꾸었다. (출처: encore.org)

 

앙코르닷오르그는 1997년 설립 이래 현재까지 다양한 분야의 은퇴자가 비영리 단체 등에서 제2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글에서 앙코르닷오르그와 관련된 내용을 전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글) 50 이후, 변화와 창조의 삶, '앙코르커리어'에 관한 질문(클릭) 

 (관련 글) 제4회 앙코르50+포럼 : 벳시 월리 『나의 앙코르 스토리』(클릭) 

 

앙코르닷오르그 활동의 특징 중 하나는 단체 혼자만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가기보다는 정부 기관, 지자체, 기업, 또 다른 민간단체와 협력해서 사업의 틀을 함께 짜고 네트워크를 구성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점인데요. 사업 시행 지역이나 파트너의 특성에 따라 현재도 계속 새로운 콘셉트의 앙코르커리어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세상에 내놓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새롭게 시행하고 있는 제너레이션 투 제너레이션(Generation to Generation) 캠페인도 그와 같은 사례입니다. 제너레이션 투 제너레이션은 지역 청소년 지원 단체 등과 협력해 만 50세 이상 중장년층이 취약 계층 어린이나 청소년의 멘토 역할을 맡도록 연결합니다. 저마다 다른 전문성과 문제의식을 지닌 파트너의 존재는 앙코르닷오르그가 50+세대라는 자원을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목표를 위해 활용하도록 기획하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글) 앙코르닷오르그 제너레이션투제너레이션(클릭) 

 

앙코르닷오르그가 앙코르 펠로우십(Encore Fellowship)을 운영하면서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은 프로그램 운영 재원 마련, 전문성을 지닌 50+세대 참가자 확보, 기업 퇴직 지원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의 차원에서 한국의 중장년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앙코르 펠로우십은 서울50+인턴십과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50+세대 퇴직 예정자를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등과 매칭해 일정 기간 인턴과 유사한 펠로우(fellow)로 활동하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HP나 인텔(Intel)과 같은 기업은 아예 퇴직(예정) 직원을 위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앙코르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직원이 원할 경우, 비영리 단체 등에서 펠로우로 새로운 분야의 일을 체험하도록 하고, 해당 직원에게 지급되는 활동비의 일부 또는 전부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입니다.

 

초기 기업사회공헌방식으로 참여한 HP의 경우, HP와 함께 수요기관도 일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한편 몇 년 후 참여한 Intel의 경우 사내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력부서가 참여하여 비용 전부를 Intel이 후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퀄컴, IBM 같은 기업도 참여하고 있는데, 우리 기업도 기존 퇴직자 교육 예산을 활용 희망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다양한 커리어 전환의 기회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퇴직 프로그램의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글) 세대와 영역을 잇는 50+세대 해외 사례(클릭) 

 

서울50+국제포럼 2018에서 소개된 네덜란드 사회적기업 스파클링앳워크(Sparkling@Work)의 트리피도(TRIPIDO) 프로그램 사례도 기업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중장년 인턴십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합니다. 2018년 포럼에 직접 참석한 스파클링앳워크 설립자 빈센트 스나이더(Vincent SNIJDER)의 설명입니다.

 

"첫 번째 사례를 보죠. (트리피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은 본래 월급의 80%만 받습니다. 이에 따라 일은 60% 수준으로 줄이고요. 줄어든 노동시간의 반은 자원봉사에, 반은 여가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직원이 본래 월급의 90%를 받습니다. 대신 기업에서는 본래 노동량의 80%만 일하고요. 나머지 20%의 노동은 사회적 기관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에 씁니다. 회사 상황이나 고용주가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실제 모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련 글) 50+일자리 실험사례(서울시·네덜란드)(클릭) 

 

꼭 특정 기업과 결합한 형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앙코르닷오르그는 앙코르 펠로우십을 운영하면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일을 주관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각기 다른 ‘프로그램 운영 기관-수요 기관(활동처)-후원 기관-참여자’라는 네 개의 주체가 결합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틀을 짜놓았습니다. 이에 따라 앙코르 펠로우십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에 더 빨리 확산하고, 더 효율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앙코르 펠로우십은 프로그램 운영 기관, 수요 기관(활동처), 후원 기관, 참여자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된다. (출처: encore.org/fellowships)

 

현재 서울50+인턴십을 비롯한 한국의 중장년 인턴십 프로그램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프로그램 운영 주체 역시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지만, 누가 운영 주체이건 간에 기업, 비영리 단체, 지역 사회, 정부나 지자체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주체가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고 중장년 인턴십과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위해 자원과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활동처의 확장, 중장년 인력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직종별, 지역별 특화의 필요성

 

미국 캘리포니아(California)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산호세(San Jose)시는 미국 첨단 기술 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의 중추 지역입니다. 인텔, 이베이(eBay), 시스코시스템즈(Cisco Systems)와 같은 거대 IT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죠.

 

산호세시는 이러한 지역 특성을 살려 2017년 의미 있는 시도를 했습니다. 실리콘 밸리 IT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중장년 인력 8명을 펠로우로 채용해 시장실과 기획조정실에 배치한 것입니다. 중장년 펠로우들은 IT 기술 활용, 광고 및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축적한 노하우로 시 업무에 공헌했습니다. 이들은 시장실 자문위원회 운영, 기술 관련 프로그램 실행 가이드 작성, 전 도시 자원봉사자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중장년 펠로우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산호세시는 올해 2월 중장년 펠로우십 운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산호세 시장 샘 리카르도(Sam Liccardo)가 30만 달러의 예산을 편성해 3년에 걸쳐 본격적으로 중장년 펠로우십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산호세시 인근의 샌프란시스코 시장실에서도 시정 혁신을 주도할 중장년 펠로우십을 모집하는 등 인접 지자체로도 시정에 중장년 펠로우십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례는 우선 민간 영역에서 공공 영역으로까지 중장년 인력의 활동 무대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공공 일자리’와 같은 이름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중장년, 노년층을 상대로 공익을 위한 일거리를 제공하고 활동비를 지급하는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산호세 시의 사례는 단순 노동이 아닌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 본래 상근직 공무원이 수행해야 하지만 전문성의 부족으로 잘하기 힘든 업무에 중장년 인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산호세시의 풍경

 

즉, 산호세시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공공 영역에서 중장년 퇴직자를 활용했을 뿐 아니라, IT 관련 전문직 퇴직자가 다수 존재하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이들의 전문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이들이 실제로 시정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다는 점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50+세대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이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중장년의 전문성을 제대로 활용하고 이들의 역량에 걸맞은 성취감을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 발굴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정부가 나서 퇴직 과학기술 인력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사회공헌 활동처와 연결하는 ReSEAT(고경력 과학기술인) 사업과 같은 사례가 존재하지만, 기술직 퇴직자까지 포괄하는 더 많은 분야별, 직종별 특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산호세시처럼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해 관내의 중장년 퇴직자가 계속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하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자치구별로 소재한 산업체와 입지 특성을 고려해 가죽패션 산업(강동구), 인쇄 산업(중구), 의료바이오 산업(동대문구), AI 산업(서초구) 등과 관련해 특구를 지정하거나 허브,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움직임과 중장년 인턴십을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지닌 중장년 인력이 맞춤한 자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때 중장년 인력 활용에 관한 사회의 인식도 한 단계 진화할 것입니다. 칩 콘리가 과감하게 중장년 세대를 '일터의 현자'라고 명명할 수 있는 자신감의 이면에는 자신의 실제 경험과 자신처럼 은퇴 후에도 본인의 능력을 한껏 발휘할 기회를 가졌던 선배 기업가들의 사례가 자리잡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획 아카이브 글 목록(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