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50+캠퍼스 식구들이 내 얼굴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첨부된 카카오톡을 보내왔다. 50+의 새로운 광고가 나왔다고.

어쩌다 보니 2년 전, 팔자에도 없을 것 같은 모델이 되어 캠퍼스 수강 안내에 내 얼굴이 나오고, 지하철과 버스에도 붙어있고, 엄청 큰 얼굴로 높은 곳에도 붙어 있게 되었다. 라디오 광고 녹음도 했다.

처음 홍보모델 제안을 받았을 땐 그저 캠퍼스 홍보물에 조금 나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거나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 인사도 받는다.

“이 사람 너 맞지?” 하거나

“뭐야? 요즘 뭘 하는 거야?” 하고 물으면,

“그러게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어쩌다 보니...”라고 대답하고 만다. 나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니.

그런데 가끔 어떤 분들은 마치 내가 예뻐서, 혹은 사진에 잘 받는 얼굴이어서 모델이 된 거로 얘기하시는데 그건 절대 아니다. 50+캠퍼스의 홍보모델이 된 사연을 길게 얘기하려면 1박 2일 거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짧은 글로도 충분할 거 같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쯤, 사람들은 지금 우리들이 밥을 해서 먹는 쌀을 ‘쌀뼈’라고 하면서 먹지 않고 버렸다고 한다. 아마도 수렵 생활을 하던 때라 고기나 과일들처럼 겉은 먹고 뼈나 알맹이는 먹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시절이 배경인 중국의 옛이야기가 있다.

 

자신만이 소중하고 백성들의 삶에는 무심했던 왕과 언제나 미모에만 관심이 많은 왕비가 있었다. 왕비는 상냥하고 아름다운 시녀 ‘마니야’가 맘에 걸리고 미웠다. 그래서 일부러 죄를 덮어씌우고 7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렸다.

 

3일 정도를 굶은 ‘마니야’는 너무 배가 고파서 부엌에서 버려지는 쌀뼈를 몰래 먹다가 그걸 삶아 먹기도 했다. 왕비는 ‘마니야’가 빼빼 마르고 추한 꼴이 되는 걸 기대했으나 반대로 ‘마니야’는 점점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와지고 있었다. 왕비는 ‘마니야’에게 누군가 음식을 제공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시녀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 결국 왕비는 ‘마니야’를 불러서 점점 더 예뻐지는 비결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마니야’는 그 비결을 알려줄 수 없다고 버티다가 모든 시종들을 성 밖으로 내보내고 왕과 왕비만 남게 되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너무나도 예뻐지고 싶은 열망이 강했던 왕비는 왕에게 간청해서 허락을 받고 ‘마니야’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그러자 ‘마니야’는 이렇게 말했다.

“왕비님! 제가 전보다 더 예뻐진 것은 왕비님이 저에게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려주셨기 때문입니다. 처음 3일 정도는 배가 고파서 미칠 지경이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3일이 지나자 배고픔이 차츰 사라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피부가 고와지기 시작했어요. 왕비님도 기억나시나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7일쯤 됐을 때 제가 어땠는지. 저는 요즘도 아무것도 먹지 않는 거 아시죠?”

그래서 왕비와 왕은 그날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으며 예뻐질 것을 열망하며.......

 

 

결국 왕과 왕비는 굶어 죽고 말았다. 왕과 왕비가 죽자 ‘마니야’는 성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가 크게 외쳤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쌀뼈를 먹어야 해요! 쌀뼈는 아주 맛있고, 배고픔을 해결해 준답니다~”

 

지금 우리가 날마다 먹으면서도 질리지 않게 먹는 밥은 ‘마니야’가 처음으로 임상시험을 해서 얻은 결과다.

이 옛이야기는 쌀이란 귀한 먹거리 유래에 대한 궁금증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나는 다른 시점이 하나 더 느껴진다. 바로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열망! 이 얘기 속의 왕비에겐 왕과 자신을 죽게 만드는 재앙이기도 했다. 한편, ‘마니야’는 두 사람이 죽게 만든 이유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쌀을 먹는 음식이 되게 했고 온 백성과 후손들이 대대로 밥을 해 먹을 수 있게 만든 사람이 되었다. ‘마니야’의 아름다움은 타고난 것일까? 나는 ‘마니야’가 타인들에게 늘 상냥하고 고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아름다워 보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아름다움을 질투하는 사람은 왕비처럼 덜 된 사람일 것이다. 왕비가 된 사람이었다면 ‘마니야’의 아름다움을 배우려고 했을 거다.

 

만약 50+캠퍼스에서 예쁘고, 사진 잘 받는 모델을 찾았다면 내가 아니었을 것이다. 50+서부 캠퍼스에만 해도 예쁜 분들이 엄청 많다. 내 얼굴을 거울에서 보면, 볼은 꺼져있고 짝눈에, 피부 톤은 어둡고 주름살도 많다. 그런데 웃으면 좀 봐줄만 하다. 그럼 그것 때문에 홍보 모델이 된 걸까? 아니다. 그게 아니고 내가 행동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뭔가를 배우고 깨닫게 되었을 때 바로 실천하는 행동파다. ‘일산 동화읽는어른1기’로 활동했고,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체험학습에 관련된 강좌를 들었을 땐 ‘세발자전거’라는 단체를 만들었고, 50+캠퍼스가 생기는 걸 알고 ‘인생학교 1기’로 등록했다. 그리고 ‘도시민박창업길라잡이’ 강좌가 생기자 1기로 등록했다. 수료 후엔 바로 창업을 해버렸다. 50+캠퍼스에서 공부하고 그걸 바로 실천하는 바로 그런 점이 50+캠퍼스를 어필하는데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은 나 이상으로 실천력, 행동력, 추진력이 강한 분들이 아주 많은데 내가 좀 빨랐던 덕이다.

 

 

아름다운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만약 지금의 생활이 불만스럽다면, 어떤 무대 위에 조금이라도 올라가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면, 용기 내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서시라! 겉모양의 아름다움에 대한 미련은 조금 내려놓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다 보면 훨씬 아름다운 당신이 되어 있으리라. ‘마니야’의 아름다움은 용기있게 남들이 버린 것을 찾아냈고, 실천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60이 가까웠으니 좀 조신하게 집에 있어볼까 싶기도 한데, 아직도 나를 유혹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아마 나는 집에 있게 되더라도 뭔가를 계속 꼼지락거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