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동네 맥가이버!

 

 

인생 후반기 앙코르 커리어,  ‘우리동네 맥가이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서울지역 만 50세 이상 67세 이하의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50+세대의 새로운 일자리모델입니다. 50+세대의 사회적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은퇴 후에도 학교, 마을, 복지시설 등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받는 보람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주거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실태점검, 집수리, 사후관리 등 생활공간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주목받는 사회공헌 일자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계신 고석정(58) 님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  고석정 님 제공

 

 

인생 2막에는 땀의 가치 알아야!”

 회사원, 특수학교 교직원에서 다시 우리동네 맥가이버로 변신한 고석정(58)

 

반갑습니다, 선생님.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요?

지난해 초 (사)활기찬 인생2막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가지고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50+세대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저 역시 인생 2막에는 보람된 일을 해보고 싶었기에 ‘우리동네 맥가이버’ 모집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회사원, 특수학교 교직원으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안 하시던 일을 시작하셨는데 결정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하하) 망설임은 전혀 없었어요. 지난해 같이 활동하신 분이 12명인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이 잘 맞아서 일도 회의도 아주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제가 힘들까 봐 그만두라고 만류도 했었지만, 즐겁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가족들도 크게 응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여러분의 이웃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이 계시는데 댁에 있는 수도관이 낡아 수돗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르신은 그 녹슨 수도관과 수돗물을 고치지 못하고 온수조차 아까워서 사용치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즉시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을까요? 여기 언제나 부르지 않아도 먼저 찾아가는 ‘우리동네 맥가이버’가 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란 우리 주변의 사회적 약자가 겪고 있는 주거 및 생활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회공헌 일자리로, 다양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50+ 활동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은평구 4개 동 총 12명이 9월부터 참여하였으며, 수혜자와 신규 발굴 390가구 중 50%인 195가구에 대해서 문제 해결 및 연계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배수구 수리, 싱크대 수리, 화장실 변기 수리, 방충망 설치, 보일러 수리 등 어렵고 쉽고를 가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이 되기 위해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억에 가장 남는 보람 있었던 일이 있었다면요?

골목골목 필요한 곳은 없나 살피다 보니 단순한 주거 수리를 넘어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까지 상담해 드리는 친구가 되어 드리고 있습니다. 식사하고 가라고 그리 부르시는 할머님도 계시고, 찾아오지 않는 자식에 대한 원망을 대신 듣고 위로해 드리기도 하니 하루하루가 모두 보람차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어느 날은 담장이 다 허물어진 집을 하나 발견하였는데, 50년이 다 된 그 허름한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계신 할머니의 집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아픈 중년의 딸을 챙기느라 억척으로 살다 보니, 노후로 갈라진 건물 틈으로 새는 빗물도, 무너진 담장도, 녹슨 대문도 다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이 사정을 지나칠 수 없어 고민 끝에 조원들의 자비를 모으고 지역 설비 업자들을 설득하여 집수리를 말끔히 해드렸습니다. 할머님은 지금도 고마워하시며 국수를 끓여 줄 테니 놀러 오라고 성화십니다.

 

반면, 일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힘들게 살아오신 분들이 많아서 도와주러 온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선입견이 있으신 분도 계십니다. 처음에는 속된 말로 하인을 부리듯 막 대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런 경우는 정말 마음이 힘들어요. 그래도 웃는 낯으로 ‘우리동네 맥가이버’를 설명해 드리고 살뜰히 이것저것 도움을 드렸더니 보면 반가워해 주시는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졌습니다. 그 달라지는 모습에 저희는 또 뿌듯함을 느끼고 있지요.

그리고 활동에 있어 힘들다기보다 아쉬운 점은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동네 맥가이버’는 공적 가치가 너무나 큰 일자리인데, 아직 정책적인 지원에 있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 기여도와 필요성을 인정받는 만큼 지원이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차차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동네 맥가이버에 관심이 있고 지원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이 지원해 주세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르신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은데 충분히 도와드리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힘든 일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화이트칼라 일을 해 왔으니 땀 흘리는 일은 못해가 아니라, 내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일이니 땀 흘리는 즐거움을 알면 그 또한 뿌듯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우리동네 맥가이버’로서 열심히 뛰어갈 내일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