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코딩(주어진 명령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하는 것)을 교육할 수는 없을까? 내년부터는 코딩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교과과정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역아동센터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일 것이다.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컴퓨터 강사가 직접 찾아가 코딩교육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농아인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으로 IT전문 강사가 직접 찾아와 컴퓨터 교육과 스마트폰 교육을 해준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복지기관이나 비영리단체들이 목말라 하는 이런 바람들이 속속 이뤄질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선발해 운영하고 있는 ‘IT서포터즈’들이 구로와 동작, 영등포와 서대문 지역에 있는 여러 단체들 –여의도복지관, 영등포50플러스센터, 청운지역아동센터, 서대문 농아인복지관-을 방문해 IT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2명의 <IT서포터즈-IT교육>  비영리단체들 찾아가 무료 IT교육 진행 중

 

 

   


지난 3일, 구로구 구로동 구로교육복지센터 지하 1층 교육장에서는 8명의 초등학생들이 <IT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고두석 강사의 지도로 코딩교육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캐릭터와 태평양을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주인공 소녀 모아나 캐릭터를 이용한 프로그램으로 코딩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무척 진지했다. 아이들은 단계별로 명령어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는 동안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고두석 주강사와 박우성 · 이민숙 두 보조강사들은 아이들 사이를 다니며 1:1 맞춤 교육도 실시하고 있었다. 코딩 프로그램의 실행 단계를 모두 마친 아이들은 ‘성공~!’이라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코딩은 컴퓨터 작업의 흐름에 따라 명령문을 사용해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으로 이 코딩이 주목받는 이유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지능형로봇,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등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 ICT(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를 통해 구현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은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키울 수 있어 최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장에서 코딩교육이 주목받고 있다.

 

“내년부터 코딩교육이 전면 실시된다는데 걱정이 많았어요. 일반가정의 아이들은 코딩교육을 받느라 방학동안 분주한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교육의 기회조차 없어서 뒤쳐질까봐 노심초사 했거든요. 이렇게 찾아와 아이들에게 코딩교육을 해 주시니 감사한 일이죠. 특히 교육용 PC가 없는 저희 형편에 이렇게 노트북까지 들고 찾아와 주시니 더욱 감사해요.”

구로교육복지센터 김영옥 센터장은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적은 예산 때문에 IT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평소 컴퓨터 교육은 엄두도 못 냈었는데 이번에 4회 코딩특강을 아이들이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김영옥 센터장은 이날 코딩교육을 진행한 IT서포터즈 팀과 50+재단에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 전직 경험을 살려 IT강사 활동 > 자비로 9대 노트북 장만해 지역아동센터 돌며 재능봉사

 

 


지역단체를 찾아 IT교육을 운영하는 IT서포터즈. 고두석, 이민숙, 박우성 선생님(좌부터)

 

“사무자동화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직장을 다녔으니 컴퓨터는 익숙한 편이었죠. 더욱이 공장자동화를 추진하는 업무를 하면서 컴퓨터 언어에 대한 공부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으니까요. 컴퓨터 언어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퇴직 후에 보니까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컴퓨터 언어(EPL, Education Programming Language)가 개발되어 보급 중이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작은 PC로 아이들에게 IT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올해부터 IT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고두석 강사(60세)는 2016년 인터넷에서 교육용 노트북 9대를 마련했다. IT환경이 열악한 지역아동센터를 다니며 개인적으로 IT 강의를 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진행된 IT강사과정을 수료하고 9월부터 12월까지 9명의 동료들과 IT보조강사로 4개월간 활동했다. 함께 활동했던 IT서포터즈와 자치모임을 꾸준히 갖고, IT강사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모색했다. 그러던 차에 올해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IT서포터즈로 선발되어 IT교육 현장에서 강사와 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활동을 함께 해 온 IT강사 4명과 함께 50+중부캠퍼스에서 <IT헬퍼스> 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활동 중이기도 하다.

 

“IT서포터즈들과 자치회의를 하는 중에 ‘진짜 열악한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기존 활동처의 보조강사 활동 이외에 IT환경이 정말로 열악한 새로운 활동처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강의를 만들어 활동하기로 한 거죠. 이번 구로교육복지센터를 비롯해 구로지역 아동센터에서의 코딩 특강도 그래서 이뤄진 거예요.”

 

고두석 강사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에서는 아이들에게 코딩교육을 담당할 인적· 환경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고두석 강사는 늘 9대의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 한글을 알고 컴퓨터 자판에 익숙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스크래치 코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내년 정규교과과정 시행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코딩교육을 시키기 위해 학원이나 고액의 IT캠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는 IT캠프나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IT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기도 하다. IT서포터즈 활동시간 이외에도 그가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교육 봉사를 자청하는 이유다.

 

“제가 가진 경험을 살려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고, 그 자리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고, 작은 활동비라도 지원 받으면 더더욱 좋죠.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활동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끝낼 즈음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인상적인 고두석 강사가 남긴 말이다.

 

50+세대가 자신의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인생 2막의 보람 있는 활동을 위한 커리어를 모색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