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고령사회? 식상할 정도로 많은 언론매체의 보도는 우리에게서 두 가지 주제의 신선함을 앗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노령인구에 대해 과연 우리가 구체적으로 공유할 어떤 지식이라도 있단 말인가? 고령사회와 관련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겨난 노령인구에 대한 언어의 과부하는 이제는 조금이라도 우리의 영감을 자극하려면 새로이 낯선 지칭명사라도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영국노인학회 (British society of gerontology)를 위시한 영국 노령인구 연구단체들은 한결같이 영국 국가통계청(ONS: the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의 노동자/연금자 비율 통계와 2015년 정부 노인정책 보고서 (2010-2015; 이하 보고서)의 기대수명을 인용하며 노년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촉구한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전과 위기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곤, 불평등, 전쟁, 갈등.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 문제들과 똑같이, 모든 차원에서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인구고령화에 시선 고정을 외치는 시대에, 우리 사회는? 과연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영국을 살펴보자.

 

취업자의 32%가 50세 이상, 성인인구 48%가 50세 이상

사회의 실질적 견인 세력이 과거와 다르게 ‘50이 넘은 세대’로 이미 옮겨가 

 

보고서는 현재 영국의 100세 이상 인구가 이미 만 오천 명을 넘어섰고, 1951년 65세였던 사람의 기대수명이 2030년에는 평균 91세라고 지적한다. 더 중요한 점은, 취업자의 32%가 50세 이상이고, 성인인구 비율로 따지면 48%가 50세 이상 (2013)이다. 사회의 실질적 견인 세력이 과거와 다르게 ‘나이든 세대’로 이미 옮겨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세력이 ‘장기 연금 퇴직 세대’가 되어 사회 전면에서 물러나는 경우, 수적인 열세에 있는 젊은 취업 세대가 과연 지속가능한 연금구조를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떠받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이런 불안은 연금마저 없는 고령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이, 장기 고령 연금자들의 확대가 가져올 경제 침체와 국가 경쟁력 저하, 그로 인한 삶의 질의 전반적 하락이 야기할 어두운 사회 불안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미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는? 역시 이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체감적 경험이다.

 

뉴딜 50플러스 정책 시작 

- 장기 연금수령에 따른 재정부담 완화 필요성

- 50플러스를 경험과 지혜의 세대로, 새로운 사회적 활력의 견인차로 인식

- 노동시장에서의 연령제한을 철폐하는 캠페인 Age Poitive 진행

 

 

 

1990년대 영국 노동당 정부는 삼백만 명에 육박한 복지혜택 수혜자들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재정적 부담을 줄이고 사회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 이들을 취업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뉴딜 정책을 기획했다. 젊은이를 위한 뉴딜, 25세 이상을 위한 뉴딜, 50세 이상을 위한 뉴딜 정책 등으로 각 지역 고용센터를 통해 복지 수혜자들의 취업을 전면적으로 도와, 수혜자를 100만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약 십년 뒤 복지수혜자가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된 숫자를 계기로, 뉴딜은 2011년 나이와 상관없이 취업고용 프로그램 (Work Programme) 으로 통합, 종식되었다. 특히 취업자의 30%를 넘고 있는데도 은퇴시기에 도달하여 취업 약자에 놓이게 된 50세 세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이 이루어졌는데, 이들의 연금 시기를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용연금부(DWP)는 언론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연령철폐 캠페인 (Age Positive) 을 벌이고, 공공을 비롯한 모든 직업 섹터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고용이 제공하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개인/기업/학술기관/사회단체 전반에 걸쳐 이와 같은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사례들 (Age Positive Champion) 을 선정하여, 이들을 고용차별을 줄이는 실천의 장으로써 노동연금부의 여러 활동에 참여시켰다. 또한 뉴딜 정책은 기업참여가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노동조합(Trade Union Congress), 영국산업연맹 (Conderaration of British Industry), 노년 고용주 포럼 (Employers forum on Age) 이 처음부터 뉴딜정책에 참여했고, 취업 환경에서 멀티 세대 생태계 (Multi- generation) 를 만드는데 헌신했다.

 

이런 과정에서 중앙 정부 부처, 지역의회, 참여한 다수의 단체와 기업들이 눈을 뜬 것은, 50플러스 세대가 늘어난 노년 시기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경험과 지혜의 세대라는 인식이었다. 그들이 연금 시기를 늦추는 데나 동원 되어야 할 국가재정의 부담 혹은 부채가 아닌,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사회적 자산임과 동시에, 자산이 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고용연금부가 직시한 바와 같이, 65세가 아니라 55세에 은퇴하는 일은 평균 노동자의 연금기금을 3분의 1로 줄이는 사회적 실수이다.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연금 수령 기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중대한 상황에서 전체 연금 기금의 파이를 키워도 불안할 터인데, 이른 은퇴가 오히려 연금 기금의 고갈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고용연금부는 4050 세대의 고용 수준과 연금의 차이가 반으로 줄었더라면 2013년 영국 GDP는 18조 더 올라갈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0년에는 16세에서 40세의 사람들이 70만명 더 줄어들 예정이고, 연금을 받는 50세 이상은 3백 70만명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다시금 불안을 명시했다. 그러므로 2020년에는 국가연금 수령 나이를 66세로, 2028년에는 67세로 올리는 것이, 노동자와 은퇴자가 연금 수령을 위해 유지가능한 비율을 이루게 한다고 말한다.

 

현재 영국 고용연금부는 '은퇴를 보다 더 활동적인 삶의 단계로 인식한다' 라고 홈페이지에 적고 있다. 다시 말해 은퇴 시기는 오히려 사람들이 연금 수령 나이보다 더 오랫동안 일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기회를 갖는 단계이자,. 일하고 저축하고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돌봄으로써 개인 복지에 개인이 보다 더 책임을 지는 삶의 단계라고 규정한다.

 

이와 같은 인식이 나오게 된 배경은 뉴딜 정책의 끝 무렵인 2010년에, 영국정부가 은퇴 이후 고독과 고립의 위험에 처한 노년을 돕기 위해 백만파운드 기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구체화되었다. 은퇴 이후에도 노년인구가 사회에 보다 활동적이고, 독립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하도록 하기 위한 시작이다. 2012년에는 지방정부 연합 (Local government Association, 이하 LGA) 에 위탁하여 ‘멋지게 나이들기 (Ageing well)’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지자체의회가 노년의 현재와 미래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지역 서비스를 설계하도록 했다. 또한 복지개혁 소통 매뉴얼을 온/오프 라인에서 배포하고, 복지 제도에서 무엇을, 왜, 언제 바꾸는지 홍보하며 노년의 퀄러티 라이프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어 2013년에는 8개의 노년 연결 (LinkAge Plus) 파일럿 실험을 시작하여, 영국 복지 프로그램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는 단초를 마련했다. 즉, 50대 이상 세대가 은퇴 이후 고독과 고립을 벗어나 지속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역 서비스를 강화하고, 모든 국가 복지 서비스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손쉽게 접근하여,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공헌하며 나이 들어 갈 수 있도록 지자체의회가 개인과 단체를 돕는 복지개혁 소통 도구 메뉴얼 (Welfare reform communication toolkit) 을 발간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영국 고령화 조언 포럼(UK Advisory Forum on Ageing, 이하 포럼) 과 노년 실천 연대 (Age Action Alliance, 이하 AAA) 였는데, 이로 인해 국가복지 관련 부서와 복지자선단체, 제 3섹터, NPO, 사회적 기업, 학계 연구단체, 퇴직전문가 재단들의 새로운 통합, 이합, 집산의 폭발적 빅뱅이 일어났다.

 

2015년에 종결된 포럼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노년 세대 복지와 관련된 제안들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노년인구 당사자뿐만 아니라, 고용주, 정부, 분야별 섹터에 정보를 공유하거나 제공했다. 한편 AAA는 500 여개의 전국적/지역적 조직과 단체들을 사회공헌, 세대통합, 창업 및 창직, 연구 등 주제별로 나누어 연결, 지원하고, 파트너쉽의 정보 공유를 돕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아래와  4가지이다.

 

  1. 지역 대표자들과 유관 기관 및 단체가 서로 협력하도록 격려

  2. 국가적 차원의 이유가 되는 공통의 주제 발굴

  3. 노년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문제의 가이드라인과 지도력 제공

  4. 은퇴자들이 손쉬운 지역 서비스를 통해 각자의 상황에 맞는 사회적 / 경제적 활동

 

정부적 차원에서 새로운 노인복지의 수행과제가 단순히 복지 혜택을 고령인구에게 주는 것에서, 고령노동력을 취업시키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됨에 따라, 2014년에 정부 보고서, Fuller Working Lives : a framework for action가 등장했다. 은퇴 진입 세대가 은퇴를 미루고 좀 더 오랫동안 취업을 함으로써 개인, 사업체, 사회, 경제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 주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같은 해 정부는 사업체 내에 팽배한 노년 노동자에 대한 낡은 개념에 도전하고 그들의 노동력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 로스 알트만 박사를 비즈니스 챔피언으로 임명했다.

 

2015년 알트먼 박사는 ‘노년 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라는 3R 보고서 (A new vision for older workers : retain, retrain, recruit) 를 발간하고 50세 이상 영국 취업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권고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AAA 와 공동으로 ‘노령노동 관리자 메뉴얼 (Employer toolkit: guidance for managers of older workders)’ 을 포함한 ‘노령노동자 고용지침과 50넘어 일하기 (Guidance about employing older workers and working past 50)’를 발간했다. 이것은 나이든 노동자의 채용에서부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부족한 수행능력 문제를 다루는 것에 이르기까지, 노년 노동자 관리의 케이스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입증된 해결책을 담고 있다. 그만큼, 연금 수령 나이 이후에도 원한다면 50세를 넘어 60세 이후까지도 나이든 인구가 취업 전선에 남도록 돕는 일은 개인, 고용주, 사회 전체 경제, 연금 복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문제이면서 연금을 유지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은퇴자를 온라인으로 유도하는 프로그램, 유엔 지정 노년의 날 홍보, 지역대표 연대, 세대통합 재단 제휴, 같은 관심사의 국제 단체 협력 모색 등, 늘어난 인생 후반기의 생활을 개선하는 일에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7년 유럽 사회 못지않게 급속히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한국 사회는 이미 국제적 이슈가 되어 있는 고령사회의 문제에 대해 어떤 액션 플랜을 갖고 있는가? 이슈적인 차원을 넘어선 구체적 보고서와 퀄러티 삶을 지향하는 고령사회의 국가적 보고서들이 넘칠만큼 나와 있는가? 언론이 사회가 늙어가고 있다고 늘상 앵무새처럼 떠드는 수준의 경고에 시선을 어느 정도 고정할 것인가?

 

50플러스의 문제는 인생 이모작이나 앙코르커리어 같은 이름으로 취업과 사회공헌 같은 삶의 질을 지향하는 사안만은 아니다. 청년 실업을 구원하는 문제와 연결될 수도 있고, 미래의 국가경쟁력과도 밀접한 사안일 수도 있으며, 개인과 국가의 행복지수를 결졍하는 사안일 수도 있다. 

 

서울시가 50플러스의 문제에 대답 하나를 주고 있다. 50플러스 재단이 그것이다. 서울시는 50플러스재단을 출범하고, 인생이모작, 앙코르커리어, 백투워크, 후반기삶 등 다양하게 불리우지만, 과거와는 현저히 다른 인식과 태도를 지닌 50플러스 세대의 새로운 삶의 모색을 시작했다. 현재 두 개의 캠퍼스와  자치구 센터를 운영하면서, 50플러스 세대의 사회적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질 높은 고령사회를 위한 모색은 이미 노령 인구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사회구조를 우울한 전망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긍적적이고 낙관적인 궤도로 시선을 바꾸고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시도이다.

 

다음 편에서는 영국 AAA 연대 기관과 지방의회 단체, 기타 사회적 기업 및 50플러스 민간단체의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