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행한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더함플러스협동조합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공동체주거 '쫌 앞서가는 가족'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 간 협력과 공존의 공간으로

김수동

 

내 집 없으면 도시난민, 빚내서 집 사면 집값의 노예. 내 집은 커녕 온전한 방 하나를 구하는 것도 여의치 않아, 지옥고를 떠도는 청년들과 그 월세에 노후를 의존하는 부모세대. 공공주택 또한 어르신 주택과 청년주택, 대학생 주택 등 세대를 철저히 갈라놓는다. 내 가족 그리고 이웃과 어울려 살던 쉼터이자 삶터인 집은 사라지고, 어느덧 우리는 터무니 없는 집 때문에 터무늬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세대 갈등의 진원지인 집을 세대 간 협력과 공존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어떻게 터무니 있는 집과 삶을 되살릴 수 있을까?
 

집을 바라보는 세대 간 엇갈린 시선

2015년 전국의 1인 가구가 500만 가구(27.1%)를 넘어섰으며, 2035년에는 3분의 1이상(34.3%)의 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는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70% 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된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모델은 사실상 완전히 해체되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1인 가구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오늘, 세대별 주거현실은 어떤가? 터무니없는 집값에 청년들은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으며, 온전한 방 하나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아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를 떠돌고 있다. 반면 가진 게 ‘집’ 밖에 없는 부모세대는 집값과 세가 올라야 노후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집값과 임대소득 창출에 집착한다. 그 사이 어르신들은 자식들 떠난 빈 둥지 또는 도시의 협소주택에서 서서히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최근 청년임대주택 도입을 두고 인근 지역주민들이 ‘빈민 아파트’라고 폄하하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청년 세대에게 최소한의 주거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설립에, 지역주민들이 “아파트가격 하락”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주거문제로 인한 첨예한 세대갈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다.

 

세대 간 협력과 공존의 공간, 공동체주택

집을 둘러싼 이 기막힌 세대전쟁을 세대연합으로 전환시킬 방법은 없을까?

있다 !!! 그것은 바로 세대가 협력하여 주거를 공유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하나는 서울시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한지붕 세대공감’ 사업이다. 이 사업은 유럽, 일본의 주거공유 정책 사례를 본보기로 노인과 청년층의 세대별 문제해결을 위해, 대학가 인근의 60세 이상 장노년이 빈 방을 대학생에게 저렴한 값에 세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하고, 어르신들은 고립감을 해소하고, 작은 소득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는 혹시 모를 사고도 대비하고, 복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주택’이다. 공동체주택은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여 물건, 공간, 함께 사는 사람들의 시간도 ‘공유’ 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주택으로, 획일화된 아파트가 아닌 수요자 맞춤형 주택이자 공동체가 살아있는 새로운 주거유형이다.

공동체주택은 각자도생에 내몰린 도시 중장년세대에게 더욱 의미 있는 주거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은퇴 이후를 대비한 마땅한 주거이전 및 노후주거를 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거주 공간과 사회적가족을 통한 관계망 형성은 물론 자산재구성을 통한 여유자금 조성, 주거비 절감 등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공동체주택 여백’에는 30대에서 60대, 1인가구와 부부가구, 3대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10세대가 모인 공동체주택이다. 세대 구성원까지 확대하면 미취학아동, 초등학생, 2~30대 청년들, 4~50대 직장인, 60대 은퇴자,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가 조그만 마을을 이루어 살고 있 다. 여백은 힘들고 불안한 도시의 주거문제로부터 벗어나 협력적으로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원했던 사람들이 모인 연령통합형 주거공동체이다.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집을 상상하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www.thehamplus.kr)은 ‘50+세대를 위한 주거전환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거전환은 재무 설계 중심의 생애설계가 아닌 머물러 사는 집, 어울려 사는 집을 중심으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 대안 탐색부터 실제 주거이전까지 상세히 안내하여, 50+세대의 주거안정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원한다. 지난 학기 강좌 수강생들이 과제로 기획했던 모델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대통합형 공동체주택 모델로 50+세대를 위한 작은 집과 청년들을 위한 셰어하우스, 청장년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결합한 형태이다. ‘캥거루족’, ‘리터루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성인이 되어서도 주거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이런 불편한 공생을 해결하기 위한 주택이다. 청장년세대가 ‘따로 또 같이’의 삶이 가능한 주택이다.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세대 간 다양한 활동은 물론 일자리창출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코하우징co-housing 형태의 공동체주거는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주거대안으로 197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되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일본 등으로 확산되었다. 초기에는 50+를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코하우징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고령자주택으로 공동체의 활력이 저하되는 문제로 인하여, 최근에는 영유아부터 노인세대까지 연령에 제한 없이 다양한 세대가 어울려 사는 연령통합형 코하우징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대 간 주거공유 사업이 본질적으로 확대되고, 지속가능 하기 위해서는 세대 공감의 기회를 제공하고 세대통합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대통합이란 살아온 시대와 경험이 다른 세대들이 사회 구성원임을 인지하고, 선의의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수행협력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욕구충족과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세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시작점은 서로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하는데, 여기서 ‘세대 공감’은 세대 간 서로 다른 경험과 특성을 존중하고, 동시대인으로서 공감하는 것을 뜻한다.

세대공감을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교류와 활동이 있어야 한다. 누구를 돕기 위한 특정한 활동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가사를 분담하는 일상의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이다. 세대 간 협력형 주거공유의 확산은 집을 둘러싼 세대전쟁을 세대연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어르신주택, 청년주택, 대학생주택 등 세대를 철저히 분리하는 공공주택 또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연령통합형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세대 간 협력과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형성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제 단순한 주택의 양적공급을 넘어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한 예로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소개한다. 청년주거 문제. 과연 그들만의 문제인가? 아니면 정부가 알아서 할 문제인가? 장년세대는 청년주거 문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걸까? 청장년세대가 힘을 합하여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터무니있는 집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선배세대들의 시민출자로 청년공동체주택 전세보증금을 조성하여, 지역활동과 공동체주거를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보증금없이 시세의 50%선에서 주거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세대협력형 시민출자 청년 공동체주택 ‘터무늬있는 집’ https://themuni.co.kr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세대 간 협력형 주거공유 확산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_50+세대에게 노후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가족의 형성

_청장년 세대가 서로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여 주거문제를 해결

_소유와 자산 관점의 주거문화를 거주와 관계 중심의 협력적 주거문화로 전환
지금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앞으로 맞이해야할 미래는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청년실업 등 지금까지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거공유’는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청년과 50+ 세대가 적응해야 할 하나의 사회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자립심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왔다.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50+와 청년,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이제는 서로 협력하고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바로 혈연중심의 전통적 가족 이후 새로이 등장하는 다양한 사회적 가족, 바로 ‘쫌 앞서가는 가족’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김수동

고령사회 주거 문제에 주목. 이에 대안으로 '소그룹 공동체에 의한 협력적 주거'라는 공동체주거모델을 개발하고,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자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재직 중. 협동조합활동가, 50+활동가, 사회혁신가로 후기청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