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은 50+를 위한 노래

 

 

가족이야 항상 소중하겠지만

요즘처럼 춥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는 더욱 더 가족이 그리운 시기이다.

 

이럴 때, 찡하면서도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줄 소설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

 

"일이란 다 닥치면 하게 되는 거요.

어떻게 힘의 상징인 피를 팔까 하겠지만

자식들이 곧 내 생명인데,

생명을 위하여 그까짓 피가 아니라

뼈인들 못 팔겠소?"

 

공장에서 누에고치 공급하는 일을 하는 허삼관은

우연히 피를 팔아 6개월 월급만큼의 돈을 받는다.

이 돈으로 결혼하여 일락, 이락, 삼락, 세 아들을 두게 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을 맞이하여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들어진 허삼관은

다시 피를 팔아 가족의 생계를 해결한다.

일락의 간염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3일 연속 매혈을 하여 생명을 잃을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허삼관의 희생으로 가족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아들들도 결혼하여 안정된 가정을 이룬다.

그래도 가족을 위하여 계속 피를 팔고 싶은 허삼관.

그러나 너무 늙은 그는 이젠 매혈을 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중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사람의 희로애락을 보여준 이 작품은

하정우 감독,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피를 팔며 살아야 하는 허삼관을 통하여

피를 나눈 가족을 책임져야만 하는

가장의 눈물을 해학과 풍자로 그려낸 작품이다.

 

피를 팔기 전에 피의 양을 늘리려고 오줌보가 터지도록 강물을 퍼마시고,

간염으로 상하이에 입원한 일락을 만나기 위하여

보름 넘게 배를 타고 또는 걸어가는 허삼관.

지나는 낯선 도시에서조차도 피를 팔고는

너무 추워 따뜻한 돼지를 껴안고 자는 그에게서

절망을 넘어서는 힘을 배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가장이라는 단어에는 의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사소한 듯 보이나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어려움을 경험했을 때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락, 이락, 삼락의 이름에서 표현하고 있듯이 자식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이며 기쁨인 아들을 위하여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피든 생명이든 기꺼이 팔아야 하는 허삼관들.

 

현대의 가장들은 피를 팔아야 하는 세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허삼관을 아버지로 하여 태어난 지금의 가장들은 무엇을 팔 수 있을까?

 

그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시간 일을 한다.

하지만 피땀 흘려 노력한 대가는 항상 바쁘고 쪼들리며

자신을 돌아 볼 여유는 뒤로 밀어 놓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퇴근길의 지하철 유리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는다.

 

“아! 내가 꿈을 팔아 살고 있었구나.

내 꿈이 무엇이었지?”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것은 가족이란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며,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우리도 허삼관이 되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50+가 되어 문득 뒤돌아보는 오늘,

이젠 50+세대가 꿈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며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