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 살어리랏다 쳥산(靑山)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ᄃᆞ래랑 먹고 쳥산(靑山)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로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 고려가요, 청산별곡(靑山別曲) -

 

배움? 보는 게 더 좋아

 

하늘이 높고 푸르다. 구름은 흐르고 사이를 뚫고 내리쬐는 햇살. 여전히 따갑지만 스쳐가는 바람이 어루만져 이마의 땀방울은 구슬이 되어 또르륵 굴러 내린다. 건널목 건너고 건너, 빌딩숲을 헤치고 앞으로 앞으로.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저 언덕, 넘어야만 한다. 학교(캠퍼스) 가는 길. 언덕 막바지에 이르면 숨은 차고 머리도 어지럽다. 그래도 목요일이 좋다. ‘산촌살이 준비과정’ 수업이 있는 날.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10시~13시) 마음도 콩밭에 가 있다, 점심. 그래서 목요일 이 시간이 좋다.

 

오늘은 더 좋은 날. 현장 학(見學∙), 보고 배우기. 동서고금, 남녀노소 그 누가 견학의 學에 의미를 둘까? 견학의 방점은 見에 있다. 見은 보는 것만이 아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그리고 냄새 맡고 맛 본다. 그래 오감 만족, 게 중의 으뜸은 맛 보기. 맑은 양평. 산나물, 용문산 산더덕. 더덕 구이일까, 무침일까, 점심은? 더덕 막걸리?!

 

 

산촌살이 준비과정
일정 ㅣ 2017년 9월7일 - 10월26일 / 목 10시-13시 / 총 7회

귀산촌을 꿈꾸는 분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고, 산지(임야) 작물 재배의 기본개념을
알려 드리는 입문 강의입니다. 임업후계자 지정·귀산촌 창업자금 등 산림분야 정책에
대한 조건 및 절차에서부터 성공적인 귀산촌 전략 및 사례까지! 현장견학을
통해 막연하기만 했던 귀산귀촌의 로드맵을 그려봅니다.
전문기관 ‘한국임업진흥원’과 함께 진행합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불은 감닙 날러 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

 

 

 

 

 오색 단풍, 초록과 빨강. 시작이 좋다. 기대감 ‘UP’. 캠퍼스야 잘 있거라. 널 두고 떠나는 마음, 그 뉘가 알려나?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빨강 차에 올라 보자. 그 뉘 있어 날 기다릴까? 네온사인? 암막 커튼? 대형 텔레비전? ‘묻지마’ 관광인가? 용문산행 산악회?

 

버스에 오른 지 금방인데 어느덧 공덕역. 그래 이거다. 한여름 뙤약에 지치고 한겨울 찬바람에 시달린다. 좋은 학교의 기본은 학생의 복지와 서비스에 있다. 공덕역에서 캠퍼스까지 셔틀버스 운행하면 ‘굿’이겠다. 50플러스, 연세를 고려해 주어야 좋은 학교, 선생님이지... 늦어서 지각할까 뛰어 올라오다 보면 숨도 헐떡 다리는 후덜덜 글자도 흔들 흔들 춤춘다. 더해서 불광동 서부캠퍼스까지 통학 버스도 운영하면 좋겠다. 공부도 더 잘 되겠다. 명색이 복지타운에 자리를 잡았는데...

 

 

 

 

잘 있거라 한강수야, 다시 보자 고층 빌딩. 강변의 고급 주택도 잠시 안녕. 비록 너 있음에 쉬이 떠나지 못한다만 오늘 몸도 비우고 마음도 비운다. 산으로 들로 나를 찾아 떠난다 가득 채울 무엇인가를 찾아서. 채움과 비움, 비움과 채움.

 

도심을 벗어나자 어느덧 들에는 쌀나무가 노랗다. 노랑. 조금 있으면 거두어야 하겠다. 거둘 때의 충만함, 포만감. 저 맑은 물엔 피라미도 다슬기도 있겠다. 천렵 의 즐거움. 푸른 하늘은 맑은 물을 머금고, 냇가의 맑은 물은 하늘의 푸르름을 품었다. 그 맛에 귀농도 산촌살이도 꿈꾸겠다.

 

 

 

 

 

산나물, 야생화도 반기고

 

 

그래도 일단은 견학은 견학. 들뜬 마음도 가라 앉히고 버스에서 풀지(?) 못한  몸을 학생 의자에 잠시 맡겨 본다. 힘차게 보고, 걷기 전의 자박자박 워밍업. 머리도 채워야 또 비울 수 있겠다. ‘두메향기’, 영농법인 지랜드(대표 이관준)가 운영하는 산나물과 야생화가 있는,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을 이해하자는 테마공원. 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가 경험담도 듣고 강의도 경청한다. 증거 남기기는 기본, 단체 사진도 찰칵.

 

 

 

 

 

1차산업 x 2차산업 x 3차산업 = 6차산업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가져오자는 신개념

 

 

6차산업을 주창하는 이관준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귀농이나 산촌 관련 일에 부정적으로 말한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를 지었어요. 아들은 ‘탱자탱자’ 놀고 아버지는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농사를 지었지만 소득은 아들이 월등하게 많았지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한 아버지와 현대적 방식을 도입한아들의 차이. 교훈, 하나만 배우자. 오전 수업 끝.

 

 

 

 

짧은 강의실 수업이 끝난 뒤 본격적인 눈요기에 나선다. ‘아침고요 수목원’ 등에 비한다면 턱 없이 작다지만 그래도 4만 여 평. 산이라기보다는 자그만 언덕배기여서인지 살랑이는 바람이 가을볕을 막기엔 간지럽다. 아담하게 펼쳐진 아기자기한 시설물들. 주요 수입원이 아이들 관광 및 견학. ‘산촌살이’랑 ‘매칭’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로즈마리를 비롯해 허브향이 바위 주위를 맴돌다 위로 치솟아 코로 스며 든다. 가슴 속 파고든 허브향에 취해 가슴 속 하트를 꺼내어 들고 프러포즈. 빨강 장미에 비할 순 없겠지만 나름 하양 들꽃도 버금 정도 되겠다. 하늘에선 하양 별이 떨어지고, 가슴엔 핑크빛 별이 새겨진다.

 

 

 

 

 

다소곳 기다리는 하양 강아지, 모양새가 푸들인가? 프러포즈의 끝은 새하얀 철망. 철망이면 어떠하고 거미줄인들 어떠하리. 사랑하는 이에게 갇히어, 얽혀서 살지라도 ‘천년의 사랑’으로만 이어진다면야. 음 푸들 강아지가 아니라 하양 말이었나 보다, 마차를 끄는 것을 보니.

 

 

 

 

산촌살이의 꿈을 안고서

 

어느덧 꽤 오래 걸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오르락 내리락 길에 곳곳에 들러서 사진도 찍고 꽃도 보고 생각도 해본다.
장독대, 조경, 잔디밭. 봉숭아. 영락없는 전원 주택.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고 정원 딸린 집에서 화초를 키우는 산촌살이는 전원생활이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기업형만 산촌살이인가? 6차산업을 하기 위한 산촌살이만 필요한가? 먹고 살 정도의 수입만 올리며 한적한 생활을 꿈꾸는 이들은?

 

 

 

 

 

 

  얼핏 현장 견학의 취지에 맞지 않을 것 같은 일원이 있다. 젊은 학생(25세), “부모님이 산촌살이나 귀농을 생각하고 계세요. 저도 시골생활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려 오신다면 같이 올 생각이에요. 물론 서울서 취업한 뒤이겠지요.” 그래서 부모님과 이모 넷이서 이 자리에 참석했단다. 여느 젊은이와 다른 생각인 듯도 하다. 과연 부모님도 같은 생각일까?
어머니(60세), “아이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다만 취업을 하고 사회에서 좀더 경험을 쌓고 조직 문화도 겪어 본 뒤에 함께 했으면 한다.” 잠시의 일탈이 아닌 산촌살이. 젊은 청년으로서는 큰 모험일 터. 산촌생활이나 귀농에 대해서 부모와 자식의 생각이 같다니 귀한 인연인 듯하다. 성공은 ‘떼어 논 당상.’

 

 

   

 

 

 

   
“계속해서 60여 년을 서울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산, 특히 나무나 숲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여행 등을 통해 접했는데 이제 산촌살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어머니. 우선은 작게 작게 시작할 생각이란다. “경제적 육체적으로 생각할 때 처음부터 크게보다는 남편하고 둘이서 일단 아기자기하게 나만의 공간을 꾸며 가며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수련처럼 귀하고 잘 어울리는 아내와 남편, 그리고 아들. 이미 살뜰한 산촌살이가 보이는 듯하다.
그래 사실 50+로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다. 처음부터 큰 돈을 들여 사업하기가 아니라 오붓하게 순수한(?) 산촌살이에서 시작해 사업으로까지도 갈 수 있는.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도 타당한 계획인 듯하다.

 

 

 

 

 

짠, 오늘의 점심. 예상은 빗나갔지만, 산나물비빔밥. 사실 여는 산채비빔밥하고 특별히 다른 맛이나 느낌은 아니다. 곤드레 참취 당귀 비름 당근 애호박 상추 팽이버섯. 당귀가 좀 다른가? 또한 여러 가지 마른 산나물로 국물을 내었다는 국도 특별히 다르다는 느낌은 없다. 담백한 맛이야 흔하다. 특색이라면 열무보리밥처럼 고추장이 아니라 강된장을 넣고 비빈다는 정도. 담백하지만 매운 비빔에 익숙하다면 딱히 별미도 아니다.
단체 활동인지라 통일 메뉴. 근데 참 착한 학생들이다. 다른 메뉴를 추가할 수도 있을 터인데 열심히 학교에서 준 비빔밥만 비벼댄다. 범생이들,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지. 난, 교육생이 아니다. 메뉴 추가요~~.

 

정말 이런 공식적인 자리는 별로다. 특히나 학교에서 선생이랑 같이 오는 자리는... 이런 좋은 자리에 어울리는 음식이 있지 않은가? 막걸리와 산나물 부침. 일탈이 아니라 융통성. 나이 지긋한 팀장님이 슬쩍 먹자 하면 묻어 갈 텐데 기미가 안 보인다. 마음은 정말 굴뚝이었지만 후환이 두렵다. 그런데 솔직히 산나물비빔밥만 갖고는 그림이 안 나온다. 그래서 주문했다, 학생들이 다 드시고 자리를 뜬 뒤에...

 

 

 

산나물 핫도그를. 그런데 산나물 핫도그라는 것을 알고 먹었지만 모르겠다, 산나물 맛이 나는지를. 소시지랑 케첩 맛밖에는. 매운맛인지 순한맛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셔’ 먹는 것처럼 담당자랑 동행한 임업진흥원 연구원분이랑 하나씩 골랐는데 누가 매운맛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아쉽지만 막걸리 사진은 옆자리에 계신, 교육생이 아닌 어느 부부가 주문한 것을 양해를 구하고 사진만 찍었다. 쩝쩝, 한잔 맛보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냥 핫도그만 문득문득 베어 물었다.

 

 

 
노랑 점박이 파랑 고양이와 노랑 머리끈 장식이 어울리는 초록색 돌고래를 뒤로하고 첫 번째 견학장을 떠나 용문산 산더덕 현장으로 출발했다. 오색 단풍 완성이다.

 

 

농사지을 땅이냐, 길이냐

 

 

 

딱히 높지는 않았지만 입구에서 대략 1000미터는 올라서 자리잡고 있다. 걸어서 오르기에는 날도 덥고 비포장이라 힘에 겨운 학생도 있었을 터. 목을 축일 새도 없이 바로 교육 투입. 늘어진 칡덩굴과 맨땅 위에 새워진 비닐 하우스 교육장이 산이라는 걸 말해 준다.
30여 년의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오늘의 용문산 산더덕을 일군 조남상 대표. 방송 등 언론에 많이 소개된 유명인이다. 무려 100만 평의 산더덕 농원. 여기 역시 수십억 원 규모의 대규모 기업이다. 게다가 이루기까지 30여 년. 50+에게는 역시나 자금이나 시간상 여건이 맞지 않는 체험장이라고 한다면 또 ‘삐딱이’라고 욕 들을까?

 

그래도 교훈을 찾자. 오늘의 교훈, “처음 산더덕 재배를 시작할 때 일단 길부터 냈어요. 주변 어르신들이 욕하더라고요. 농사지을 땅도 부족한데 넓게 길부터 낸다고.” 물류의 중요성을 몰랐을 당시의 농촌 생각으로는 일견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 결실. 교훈, 50플러스여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보자.’ 오후 수업도 끝.

 

 

 

 

산더덕 밭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덥다, 시간은 째각째각. 더 이상 오르기는 체력적으로도 무리라는 판단. 중간에 포기했다. 하지만 학구열로 똘똘 뭉친 학생들. 짬을 내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외로이 떨구어져 피어난 더덕을 보기 위해 비탈진 산기슭에 옹기종기 모였다. 해가 비춘다. 햇살이 퍼진다ㅡ간달프, 우리는 오크가 아니라오ㅡ

 

“세미나에 참석했었어요. 서울대 박사 출신 교수들이 현실도 모르고 이론 타령만 하더라고요. 덤빌라고 했더니 주최 측에서 말리더라고요. 난 대학 1년 중퇴거든요.” 예전 일화를 말하며 이론이 아닌 현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조 대표. 어느 한 쪽의 중요성을 편들기는 힘들다. 이론과 현장, 둘 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현장 생활을 하기 전에 충분히 이론 공부를 해두는 것이 상책일 터.
 

 

 


저 그늘막 아래서는 산양삼이 자라고 있다. 자연산 산삼보다는 약효도 가격도 많이 떨어지지만 농부의 정성 아래 오랜 시간 자라야 효능도 자란다.

 

 

산촌살이 역시 일순간에 효과를 볼 수 없는 생활이다.
꾸준하고도 오랜 준비와 생활, 또한 오랜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결실을 볼 터이다.
산양삼과 산더덕처럼
오래될수록 효과가 좋은 생산물이 나온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길게 생각해야만이
50플러스에게 산촌살이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다가올 터이다.

 

 

임업진흥원 연구원의 말을 새겨 들어 본다. “귀산촌을 희망하는 분들이 많은 것에 비례해서 실패도 많다. 마을 분들하고 갈등도 있고... 충분히 사전에 경험하고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하는 것이 좋다. 텃밭을 가꾸며 살면 되지가 아니라 무엇을 가꿀지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라는 말을.

 

 

용문산 산더덕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중미산로 49
대표: 조남상

1993년 문중산 39만6,000㎡ 임차 산더덕 재배 시작
1995년 영농조합법인 결성
1999년 농림부 ‘신지식 농업인’ 선정
2017년 양평·횡성 일대 100만평 산더덕 산양삼 재배

 

 

네온사인은 쉽게 빛나지 않는다

 

다시 버스에 오른다. 귀경길. 다소 아쉬움이 그리고 섭섭함도 남기고 떠난다. 어느 정도의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다소 느지막이 시작하려는 50플러스의 산촌살이. 모험일 수 있다. 도시를 떠나 다소 한가로운 전원생활을 생각한다면 감수할 수도 있다지만 사업으로의 산촌살이는 버거울 수 있다. 자금과 시간 모두에서.

 

하지만 오늘 견학한 두 곳은 수십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십 억의 자금이 투입된 전형적인 대기업형 체험장이었다.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배움이 아니다. 이미 이루어진 성공담에서 배워보라는 취지였겠지만 50플러스가 준비하려고, 생각하는 산촌살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떨어지는 해와 산, 그리고 강을 등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서울이다. 저 높은 최고층 빌딩이 자리잡고 있는 서울을 쉽게 떠날 수 있을까? 현재의 자리를 던지고 산촌에 묻힐 수 있을까? 은퇴 이후의, 사업을 겸하는 산촌살이 생활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과감히 현재를 버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는 모험을 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단지 결단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대기업에서 30여 년을 일한 뒤 그만 두고 산촌살이를 준비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의 말이 가장 가까운 정답인 것 같기도 하지만 모법 답안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서 이런 학교의 이런 수업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을 했다면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제 장수시대인데, 단순히 몇 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2년 여 정도 산촌살이 공부를 할 생각으로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나무나 농원에 관심이 있고, 그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경험도 하고 싶고 관련 네트워크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돈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유실수나 산야초 등과 관련된, 사업화하는 방향으로 산촌생활을 생각하고 있다.”

 

캠퍼스에 도착할 때까지 결국 네온사인은 번쩍이지 않았다. 대형 화면엔 노래방 가사 대신 만화영화가 상영되었다. 역시 ‘묻지마’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성공은 준비한 만큼 가까이 다가올 터이다. 네온사인을 번쩍이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으리. 그렇다고 단지 도전에 의미를 두기엔 50플러스에겐 기회가 시간이 많지는 않다. 산촌살이, ‘묻지마’ 관광이나 똑 같을 터이다. 귀거래가 쉽지 않듯이.

 

 

 

「 세상에 몸을 의탁해 사는 것이 또한 얼마나 된다고,
어찌 마음에 맡겨, 가고 머묾을 임의대로 하지 않겠으며,
무엇 때문에 허둥대며 어디를 가려고 하겠는가. 부귀(富貴)는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고 신선 세계는 기약할 수 없다.
좋은 시절을 생각해 두고 있다가 홀로 나서고 혹은 지팡이를
세워 놓고 김매고 북돋워줄 것이며, 동쪽 언덕에 올라 시를
읊조리고 맑은 물에 이르러 시를 지으리라.
- 도연명, 귀거래사(歸去來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