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금요일 불광동 서부캠퍼스에서는 커리어모색학부의 작은 책방 탐구과정 강의가 열렸다. 책방 운영에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지역과 문화를 연결하여 활동하고 싶은 50+세대를 대상으로 최영식 서울환경연합 공동의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나의 인생 후반전에 가장 고민되는 질문은 적게 벌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다. 워라밸이니 소확행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하고 있지만 작은 책방의 경우는 돈을 목적으로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무척 힘들어질 것이다. 요즘 생겨나고 있는 작은 책방들이 지금은 지역의 문화 사랑방 플랫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아무래도 돈보다는 가치를 찾는 일의 비중이 크다.
 
옛날에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동네 서점을 생각해 보자. 매대에 잡지와 베스트셀러가 놓여 있고, 사전과 참고서와 아직 정리되지 못한 책들이 좁은 복도 사이 사이에 쌓여 있던 곳. 40-50대 가디건을 입은 남자 분이 조용한 목소리로 웃으며 책 표지까지 싸주던 곳. 다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교보, 영풍, 종로서적, 반디앤루니스…… 대형서점의 확장으로 동네 서점이 설 자리를 잃었지만 다시 인터넷 서점(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의 급성장으로 대형서점도 타격을 입는다. 중대형 중고서점도 출현하고,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 책의 위상 자체가 축소되고, 무엇보다 독서 인구 자체가 감소한다. (2016년 한 달 평균 도서구입비는 4,600원이다. 커피 한잔 값.)
 
그렇다면 최근 생겨나고 있는 작은 서점들은 책을 둘러싼 이런 환경을 알면서도 이 시장에 들어온단 말인가? 내적 요인을 살펴보면 일단 진입장벽이 낮다. (반면 수익율도 낮다) 시설비도 낮다. 자격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책만 파는 게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새롭게 뜨고 있는 서점은 뭐가 다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독립서점들은 이 다섯 가지 핵심 키워드로 충성 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다. 추리소설 전문 서점, 고양이책 전문서점 등 넓게 가지 않고, 깊게 가는 방식을 취한다. 개성있는 컨셉으로 취향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책을 바탕에 둔 수익 모델을 개발한다. 책과 커피, 책과 술, 책과 식물, 책과 팬시문구류.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에 북캉스, 싱글파티, 영화상영과 음식나누기 등의 이벤트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공간 구성에 있어서도 커피 마시는 곳, 혹은 가죽 공예방, 드로잉 등 원데이 클래스도 함께 열어 출판과 디자인을 겸업하고 윈윈하는 방법도 있다. 

 

 

 

 

<북바이북>처럼 치맥에서 책맥으로! 를 주장하는 경우, <Prescent.14>처럼 향기가 있는 책방으로 디퓨저나 향수를 함께 파는 경우, <사적인 책방>처럼 상담책을 처방해주는 경우,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처럼 고양이 전문서적과 관련 소품을 팔면서 지역 캣맘과 연계하는 경우, <숲속 작은책방>처럼 북스테이, <다시 서점>처럼 낮엔 서점, 밤엔 바. 개성 만점 책방들이 많이 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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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들은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 동네 사랑방으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 현안이나 지역 사람들을 강연자로 초청해 휴먼 라이브러리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고 홍대 앞 <여행자서점>처럼 지역 특색을 살려 캐리어를 보관해주는 일과 결합하기도 한다. 문래동 <청색종이>는 지역 공방과의 협업으로 소품 등을 팔거나 문래동 소재 작가들의 놀이터가 된다. 책방이 지역과 결합하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개는 책방 주인의 필살기와 책방이 결합하고 지역 주민들의 호응으로 복합문화 공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처음부터 연계하기는 쉽지 않다. 대개는 작은 책방의 소비자들은 20-30대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고 동네 초등학교 학부모 아줌마들이 많다.

 

 

위에서 얘기한 책방 말고도 <퇴근길 책한잔>, <인공위성>, <좋은 날의 책방> 등과 파리의 <셰익스피어앤 컴퍼니>, 동경의 <모리오카서점>등 외국의 개성 있는 서점들의 경우까지 사례는 많다. 이 사례들을 토대로 뒤집든지 비틀어서 자기 방식의 책방을 만들어야 한다. 책방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임대료 빼고 나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근데 좋아서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협동조합을 권하고 싶다. 리스크를 줄이고 구성원의 전문성을 이용해 큐레이팅, 셀렉팅 등으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다. 생계 형 작은 서점은 결코 쉽지 않으나 취향을 중심으로 한 책방 협동조합은 대형 출판사와의 협상 같은 것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이 사라질 것인가를 두고 갑론을박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긴 하지만 종이책은 아직 살아남아 있다. 달라진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작은 책방은 책과 더불어 문화 콘텐츠와 취향을 파는, 작고 다양한 모임들을 발판으로 다시 부활하려 한다. 동네에 생기를 불어넣는 문화사랑방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작은 책방에 대해 50+세대의 관심을 기대한다. 


글=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