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조금씩 내리는 날씨.
우리는 그동안 정성껏  만들어온  테이블과 의자를 차에 실었다.
옮겨 싣는 사람들의 눈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거 같다. 50이 넘은 나이에 누군가를 위하여 육체적 노동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책상을 만들기도 실로 오래간만이다. 수작업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은 난생 처음일 수도 있어서 그런지 감회가 남달라하는 것 같았다. 실상 책상이 그리 무게가 무거운 것은 아니지만 거기 담긴 가치는 어느 책상보다도 무겁고 커 보였다.

 


책상을 도자기 다루듯이 조심조심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기대로 걸음은 가볍다. 그러나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들뜨다가도 무겁다. 이들을 만날 생각에 들뜨고 이들이 겪어 온 세월을 어찌 이 책상 한개로 대신하겠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우리의 작은 정성을 받아 주신다면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열심히 책상을 나르고 있다. 쪽방촌 지원단이 있는 사무실로 향하여

 

 

단지 테이블을 전달하는 것을 취재하러 가는 것인데 그냥 마음이 짠하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처음 도착한 곳은 50+일자리 지원실 직원과 교육 사업실 실장의 안내로 쪽방촌 지원단 사무실에 도착했다. 서울역 맞은편에 위치한 이곳은 고불고불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약간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공원도 있는데 이곳은 이미 벤치에 길게 드러누워 자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회갈색의 잠바가 시꺼멓게 바래서 검푸르게 변해있다. 풀어 헤진 머리, 여기저기 색이 변한 옷. 대낮에도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그 옆에는 소주병이 뒹굴고 있다.

 

그리고 한낮인데도 술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빡빡 머리 아저씨. 노래를 부르다 이내 역정을 낸다.
옛날 영화 “꼬방 동네사람들” 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분위기가 비슷하다.
주변 사람들은 어디서 지원 나왔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본다.
그리고 이내 시선을 거둔다.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2평 가량 되는 작은 방에서 사시는 할머니. 
굽은 허리, 낮고 쉰 목소리로 연신 고맙다고 하신다.
고맙다고 하시는 말씀에 듣는 이는 뿌듯하기도 하고 한편 더 많은 것을 돕지 못한 것에 대하여 부끄럽기도 하다.
낮인데도 불을 켜 놓은 집. 그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시며 살고 계시는지.
인터뷰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것 같다. 다른 방은 불이 꺼져 있거나, TV를 보고 계신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약간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TV만 보신다. 흰머리를 통해서 그동안 겪은 인고의 세월을 말해주는 것 같아 뒷모습을 보는 내내 마음이 짠하다.
방문단 7-8명이 좁은 쪽방촌에 와 있어도 미동도 없으시다.
TV는 가수의 노래 가락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오늘 책상은 남자 4명 여자 4명으로 구성된 목공방 회원들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금년 4월에 50+중부캠퍼스에서 교육을 받고 8월말 경에 교육 수료후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목공품을 만들게 되었고 완성해서 전달하게 된 것이다. 1인당 2만 5천원 가량의 자비를 부담하여 재료를 구입한 후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선반 등을 만들었다. 

 

 


목공 커뮤니티 회원들의 정성을 가득 모아

 


책상과 의자를 쪽방지원단 직원에게 전달하고 있다.

 

 

쪽방촌 사람들은 촬영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아 전달식만으로 대처하였다.
그들 입장에서는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그것을 사진에 담아 놓고 보겠다는 것은 자존심상 허락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은 기대와 설렘 그리고 정과 회한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냈다.

 


“할머니 더 필요한 것 있으세요”라는 질문에  “수납장이 더 필요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