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가와 노리유키 도쿄대 교수는 최근 비약적인 기술발전에 따라 한국과 일본에서 퇴직 연령이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생애주기에서 최소한 세 번의 직업전환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대기업에서 퇴직하여 창업가, 그리고 다시 대학의 학장으로, 세 번의 직업을 전환한 데구치 하루아키(出口治明, 70세) 씨 사례를 소개한다.

 

퇴직 후 60세에 인터넷 보험사 창업, 69세에 학장에 도전

데구치 씨는 교토대학 졸업 후 일본생명보험에 입사하여 국제업무부장으로 퇴직하였다. 환갑인 60세에 인터넷 보험사 「라이프 넷 생명」을 창업하였다. 2017년 69세에 젊은 세대에게 경영을 물려주고 퇴임한 후, 곧 리츠메이칸(立命館) 아시아 태평양 대학(APU, 오이타 현 벳푸 시)의 학장 선발에 응모하여 선정되었다. 고희(70세)를 맞이하는 2018년 1월 1일 학장에 취임하였다.

 

<APU 2030 VISION을 표시하며 학생을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라는 데구치 학장>

 

그는, 1996년 일본생명보험회사 재직 시, 2020년도 회사의 장기비전을 수립하였다. 당시 국제화가 중요한 과제여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불황이 덮쳐 그의 세계화 장기비전계획은 연기되었다. 그 후, 자회사로 옮겨 갔다. 좌천 인사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이제 본사로 돌아가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생명보험 입문」이라는 책을 썼다. 그때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도쿄대 총장실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으로 대학 개혁에 매진하는 도쿄대학 총장의 비상근 자문역으로 2005년에 스카우트됐다. "대학에서 일하는 것도 좋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스카 자산관리 회장 다니야 마모루 씨를 소개받았다.

"데구치 씨는 생명 보험에 대해 잘 아시네요. 새로운 생명 보험 회사를 만듭시다"라고 제안했다. 다니야 씨는 ‘돈벌이 되는 투자처'보다 '혁신적이고 꿈이 있는 사업’을 지향하는 투자자로, 나중에 후임 사장이 될 이와세 다이스케 씨를 소개해주었다. 그는 도쿄대학, 하버드비즈니스스쿨 출신이지만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30대의 전직 컨설턴트. 이 세 사람은 2008년 일본 최초의 인터넷 생명보험 「라이프 넷 생명」을 창업하고 데구치 씨가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초기엔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반대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침내 회사 매출 규모는 1000억 원대로 되고, 현금 흐름은 400억 원이 되었다. 흑자 전망도 보였다. 인재도 성장했기 때문에, “이제 젊은 사람에게 맡기자"라며 2017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세 번째 직업, APU학장 후보자 공모에 도전

잠시 쉬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왔다. APU가 학장 후보자를 공모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대학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부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해외에서 학생을 모집하려 해도 대학의 국제 평가가 부진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U의 경우에도 학생(6,000명)의 절반은 아시아 등에서 온 유학생이다. 교원(169명)의 절반도 외국 국적이다. 졸업생은 약 1만5천 명으로 국적은 한국,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89개 나라에 이른다.

새로운 학장을 뽑는 주요 조건은 두 가지. 박사학위 또는 이에 상응하는 능력이 있고,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해야 했다. ‘꼭 박사학위 소지자라야 된다’는 것은 아니었다. 선발위원회는 1차로 104명을 선정했다. 이때 데구치 씨는 "나는 박사 학위도 없고, 영어도 유창하지 않아 학장에 임명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종 10명, 다시 5명으로 좁혀졌다. 데구치 씨 외는 모두 학장 경험이 있는 교수 출신이었다. 하지만 APU가 선택한 것은 데구치 씨였다. APU 부학장으로 학장공모 전형위원장인 이마무라 마사하루 씨는 "지금의 대학 경영은 어렵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데구치 씨는 도전적인 사람이고, 경영자이며 재무에도 밝다.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리더가 아니고, 관리 경험도 풍부하여 개성이 강한 교수들을 잘 통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선발 사유를 밝혔다.

금년 초 취임한 데구치 씨는 "내 역할은 APU의 국제적인 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세계 대학 순위에서 조금이라도 위로 올라가고 싶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의 3번째 도전이 시작되었다.

 

시사점

1. 인생2막은 새로운 도전이다.

하던 일을 그만두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데구치 씨는 창업에 도전하였다. 혼자가 아니라 역할분담을 통한 협업을 통하여 기회를 포착하였다. 학장 공모에도 과감히 응시하였다. 그의 도전정신과 경륜이 높게 평가되어 선임될 수 있었다. 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2. 인맥이 가장 큰 자산이다.

근무한 전문분야의 네트워킹도 중요하다. 데구치 씨는 총장 자문역을 계기로 소중한 인연들이 이어져 직업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3. 근황을 수시로 알려라.

세계화 장기비전계획이 연기되어 자회사로 좌천되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생명보험 입문」이라는 책을 출간하며 전문성과 근황을 알렸다. SNS와 책 출간은 자신을 알리는 좋은 홍보수단이다

 

4. 인생2막은 그간 쌓은 연륜의 진가를 펼치는 기회이다.

지금까지 터득한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퇴직 이후의 삶을 이전보다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데구치 씨는 생명보험회사에서 익힌 국제화 장기비전 기획이라는 전문 분야와 경영관리 능력을 십분 활용하여 창업에도 성공하고 학장으로도 선출되었다.

.

참고 사이트: www.nikke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