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고 싶었는데 일이 많아져 두 번을 빠졌어요. 그래도 꼭 듣고 싶었어요.
강좌 제목에서 ‘지켜낸 사람들’ 에 꽂혀서요. ” (50세 수강생)

 

“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사생대회를 나가 여러 번 입상했어요.
22살 무렵엔 전공자의 야외 스케치를 따라다니면서 재미를 붙였죠.
그런데 고미술은 봐도 잘 모르지만 관심을 계속 갖게 되는 것이 정말 좋아요. ” (정선자 씨)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옛 그림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찾아가보는 『50+ 미술과 인문학』 강좌는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2017년 여름학기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저녁 시간대(19~21시)에 참여할 수 있는 강좌다.

7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이광표 문화유산학 박사와 함께

옛 그림을 통해 역사와 인문학을 논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첫번째 수업에서는 단원 김홍도에 관하여,

둘째주에는 겸제 정선 산수화를 다루었다.

이어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함께

우리 고미술을 지켜낸 수집가 손재형에 대한 이야기와

컬렉션(수집)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ㅣ옛 그림을 만나는 법

 

『50+ 미술과 인문학』 강좌의 첫번째 수업은

<조선의 일상, 금기를 넘어 미술이 되다> 로 김홍도에 관해 수업이 진행되었고

둘째주에는 <치욕을 견디는 법> 이라는 제목으로 겸제 정선 산수화를 다루었다.

그리고 이번에 참석한 수업은 세번째 시간으로 <옛 그림을 만나는 법> 이란 제목으로 시작되었다.

 

그림을 읽고 그림에 대한 역사를 알아보는 이 날 수업의 첫번째 작품으로는

다산 정약용의 「매조도」가 소개되었다.

 

정약용은 마흔 살에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18년을 살면서 딸을 낳는다.

그런 과정에서 나이 많은 아비가 딸을 제대로 책임질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그림 속 가지가 나이 많은 자신을, 새 한 마리는 홍임이라는 딸을 표현하여 내놓은 글과 그림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미술 갤러리에 또 다른 <매조도> 그림이 전시되었다.

이 매조도가 다산이 강진에서 다시 그린 그림이라는 논란이 벌어졌는데

한양대 정민 교수는 진품으로 보고 미술 사학계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옛날 미술은 소장 경위가 대단히 중요한데 학계에서는 소장경위가 불분명한 것은 가짜이거나 장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이다.

추사 김정희는 1840년 아버지 김노경이 연루된 사건으로 23차례 고문 후 제주도로 유배를 간다.

사건이 개선될 여지 없는 절망 속에 유배지에서 마음을 다스리던 중

중국을 자주 오가는 중인 출신의 역관 이상적이 추사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계속 부쳐주었고

그렇게 자신을 돕는 이상적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1844년 그린 그림이 바로 세한도이다.

 

이 세한도는 가장 추운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을 그린 작품으로 절망이 가득한 자신의 마음과 처지를 담았다.

유독 그림이 메말라 보이고 차가워 보이는 이유다.

추사의 '세한도'는 정적이며 아련한 이미지를 주는 다산의 '매조도'와 비교되는데

실은 둘 다 유배지에서 치욕을 견디며 인내를 담아서 남긴 작품인 것이다.

 

 

ㅣ서예가 손재형, 그리고 수집

추사 김정희에 대한 연구로 박사논문을 쓴 일본인 후지쓰카는 추사의 그림과 글씨 1만점을 구입한 인물이다.

그가 1943년 세한도를 가지고 일본에 간 사실을 안 서예가 손재형은

1944년에 곧바로 후지쓰카의 집을 2개월간 매일 찾아갔고 그 정성으로 결국은 세한도를 우리나라로 찾아온다. 

그런데 1945년 3월, 후지스카의 동경연구소가 화재가 난다. 이 얼마나 극적이며 절묘한 타이밍인가.

 

손재형 [孫在馨 ] 1903년-1981년

8·15광복 후 한국 서예발전을 위해 힘썼으며 서예라는 용어를 도입한 우리나라 대표 서예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서예를 가르치고, 수덕사 일주문 현판부터 영빈관·화랑대·애국청년기념비 등의 현판을 썼으며

1960~1980년대 교과서 제목까지 쓴 서단의 원로이다.

 

이 사건을 설명하며 이광표 박사는

“서예가 손재형이 그림을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현재 추사의 세한도를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추사 김정희에 의해 세한도가 탄생한 후 170년 역사와 함께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손재형과 같은 컬렉터(수집가)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위대한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작품에 스토리가 축적되어 신비로운 감정과 함께 그 가치를 더해져 더더욱 명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한 유명한 수집가들이 없으면 고대 유물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없다" 며

이렇게 수많은 작품을 수집하는 수집가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돈이 많아야 한다’ 고 생각하지만

"다수의 수집가는 미적인 쾌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고맙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고도 설명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현재 그림만 받아들여지고 수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작품들에 대한 컬렉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홀대하는 상황이다.

수많은 작품이 어떻게 수백 년 동안 수용되었는지 유럽 등에서는 이미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새로운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보아야 한다” 며

고미술에 관심을 갖고 강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도 작품 컬렉션에 관심을 기울여주길 당부했다.

 

 

「50+ 미술과 인문학」의 4주차 마무리 수업은 국립중앙박물관 현장답사로 진행된다.

화면으로 한 발 떨어져 바라보기만 하던 그림도 물론 좋지만

박물관 탐험을 통해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경천사 10층 석탑 등

수많은 작품의 생생한 이야기를 새롭게 들어볼 수 있다.

“마지막 수업에도 꼭 참석할거예요. 다음 주 박물관에도 오세요. 함께 해요!” 라며

수업 시작 전 만난 그녀가 작별인사를 한다.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