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마음탐구자' 박선화 작가와의 만남 

 

8월 23일(목) 오후 즈음에 태풍 솔릭에 대비하라는 행정 안전부 재난문자가 한 시간 간격으로 울려댔다. 없던 울렁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이 와중에 북 콘서트에 올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서부캠퍼스 두루두루강당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100여 명이 넘는다는 신청자들의 모습 대신에 30여 명 남짓

옹기종기 앉아있는 진성 열혈 팬들이 보였다. 

그래도 대단하네~ 태풍도 꺾지 못하는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참여자들 덕분에 오늘 강의를 준비하신 박선화 작가님에게 좀 덜 미안해졌다.

 

 

 

난 5월에 출간된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를 쓰신 박선화 작가님을 모시고 차별과 차단을 넘어 서로 간에 이해의 실마리를 찾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차별 즉, 먼지 차별(눈에 잘 띄지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고 유해하며 늘 치우지 않으면 쌓이는)의 여러 예를 보면서 생각 없이 쉽게 내뱉는 말이 뿌리 깊은 편견 속에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다. 

우리 부장 여잔데일 완전 잘해!”
살 빼니까 인간 됐다완전 보기 좋네.”
우리 회사는 힘쓸 일이 많은데 괜찮겠어요?”

 

 

 

편견을 가진 사람은 대체적으로 폐쇄적이고 우호적이지 않다고 박작가는 말한다. 편견의 장점이랄까…… 빠른 판단을 돕는 장점은 있지만 그것이 남을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쓰일 때는 위험하기 까지 하다. ‘남자에겐 보이지 않아’ 라는 책을 쓴 이유는 편견과 차별에 대한 탐구가 더 나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회사원’이라는 말을 구글링 해보면 90%가 남자사원 사진이 뜨고, 직업과 운동에 대한 이모티콘의경우 거의 남성이라는 점. 카카오 프렌즈의 고양이 네오와 프로도의 일상 모습을

비교해 보면 전통적 성 역할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우리도 모르게 스며든 고정관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남자라서 들어야 했던 말들, 

여자라서 들어야 했던 말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남자와 여자로 길러졌다는 예로 아들은 재능을, 딸은 외모를 중시하며 키우고 문구의 디자인이나 완구의 색깔까지 정해져 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구나 요즘처럼 출산율, 결혼률이 떨어지고 있는 세태를 살펴보면 남성 경제력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하면서 맞벌이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여성 고용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피해의식은 여성 남성이 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상호 혐오와 불신, 두려움의 징표들이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이득이다" 라는 말에 20대의 57%, 30대는 48%가 동의하고 있다. 
가부장 사회의 막이 내리고 있으나 사고의 세대 차이는 너무 크고, 성별, 세대별 갈등에 대한 우려 역시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다. 어쩌면 성 차별과 관련된 문제는 정치의식에 대한

고민보다 더 결이 복잡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강의가 끝난 뒤 질의 응답 시간 초반에 침묵이 감돌았으나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묻는 질문을 시작으로 “여자에겐 보이지 않아”도 써주세요. 또 남자다워야 한다는 교육을 통해

남성 또한 감정적 억압의 폐해가 있다는 점. 포기하지 않고, 과격하지 않고, 서로 싸우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고백까지 다양한 세대의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어려운 문제이고 인류가 생긴 이래 존재했던 문제지만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장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박선화님의 말을 끝으로 북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태풍이 오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바빴지만 각자의 가슴속에 그동안 잘 보이지 않던 먼지 같은 차별의 언어를 하나쯤 잘라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임영라(50+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