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미국 대통령들의 은퇴 생활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찾아본다.

레이건 전 대통령 : 치매로 은퇴 생활 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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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앓고 있다고 고백한 친필 편지와 레이건 전 대통령>
 

소련과의 냉전 종식에 앞장섰던 레이건 전 대통령은 8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향하였지만, 은퇴 생활은 얼마 가지 못했다.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미국 국민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썼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이 병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이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였다. 아울러 치료법 연구를 위해 아내인 낸시와 국립 알츠하이머병 재단과 함께 ‘로널드 낸시 레이건 연구소(Ronald and Nancy Reagan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하였다. 당시만 해도 이 병이 잘 알려지지 않아 치매에 대한 미국인의 생각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10년간의 투병 끝에 2004년 향년 93세로 눈을 감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결단으로 찬사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 화가로 변신하여 더 많은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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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일으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하여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물러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지내다 화가로 변신했다. 세계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림 실력만큼은 꽤 호평을 받았다. 2017년에 '용기의 초상화(Portraits of Courage)'라는 그림책이 크게 히트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의 참전 용사들을 직접 만나 초상화를 그려, 그중 66명을 골라 초상화와 함께 개개인의 스토리를 넣어 화보로 출간한 것이다. 판매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하였다. 또한 산악자전거 광이기도 한 그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이라크 참전 용사들을 본인의 목장으로 초대하여, 매년 함께 자전거 타기 행사를 한다. 봉사 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재임 당시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 최악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퇴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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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도덕 정치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땅콩 농부 출신,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고 퇴임하였다. 고향으로 내려가 자신의 이름을 딴 카터센터를 세우고 NPO(비영리기구)활동을 하면서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카터센터를 통해 국제분쟁의 해결과 민주주의 신장, 인권 보호와 질병 예방에도 앞장섰다. 특히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운동을 하면서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공사 현장에서 망치를 들고 못을 박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고 불길처럼 이 운동이 확산되었다. 1994년 평양을 방문하여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등 국제평화 증진 활동에 기여하였다. 퇴임 21년만인 2002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며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퇴임 대통령이 되었다.

세 분의 전직 대통령 사례는 다음과 같은 인생 2막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우, 치매를 인정하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찬사는 받았지만 10년이라는 투병 생활은 너무 길어 은퇴 생활은 파경이 되었다. 건강해야만 은퇴 이후 생활이 가능하다.

둘째, 은퇴 이후의 인생 2막이 더욱 중요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최악에서, 최고로 존경받는 퇴임 대통령이 되었다. 부시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인생 2막에서 역전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용기 있는 친필 편지는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며 치매에 대한 연구에 기여하였다.

셋째, 권위의식을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의 재능을 살려 화가에 도전하였으며, 취미를 봉사활동으로 연계하였다. 그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도 90세 생일을 기념하여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다양한 NPO 활동에 도전하였다. 지난해 국제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기조연설 후 진행된 대담에서 "다음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자, "(아내) 미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대답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퇴임 후 자신의 직업이 남편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마지막으로,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일상화한다. 우리 사회도 이런 점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착시키고, 다양한 NPO활동을 활성화하여 명실공히 퇴직한 시니어들의 일자리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