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매입·보수하고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보존·운영하고 있는 공공한옥 두 곳이 시민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된 배렴 가옥과 홍건익 가옥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삶에 지친 도심 속 사람들에게 전시 및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북촌에 위치한 배렴 가옥과 서촌에 위치한 홍건익 한옥 모두 1930년대 지어진 한옥으로, 당시의 건축기법과 구조, 생활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재이다. 그렇다면 도시한옥은 무엇일까?

 

<도시한옥>

도시한옥이란 1930년대, 가회동과 북촌을 중심으로 지어진 근대 한옥이다. 도시한옥은 주택경영회사가 판매를 위해 상품의 가치성을 높여서 지은 집으로, 근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추어 규모를 축소하기도 하고 대청에 유리문을 달거나 처마에 함석 챙을 다는 등 전통 한옥에 신식 재료를 이용해 변화를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 한옥의 모습에 신식 재료를 사용하여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1922년부터는 불연재를 쓰도록 한 규제가 생기면서 한옥의 지붕이 모두 기와지붕으로 바뀌기도 하였으며, 과거 사대부가에서나 할 수 있었던 장식적 요소를 많이 적용하기도 했다.

 

<배렴 가옥, 북촌>

배렴 가옥의 주인은 1911년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난 동양화가 배렴으로, 호는 제당(霽堂)이다. 17살이던 1928년 서울로 올라와 외조부 댁에 머물며 청전 이상범(1897~1972)에게 그림을 사사했다. 스승인 이상범은 겸재 정선과 오원 장승업으로부터 이어내려온 전통산수화의 맥을 이은 화가였고, 배렴은 그로부터 서예와 사군자를 배우며 산수화의 전통 화법을 공부했다. 이후 배렴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는 전통적인 실경화법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제당풍 산수화’를 형성해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 도시한옥 특유의 ㅁ자 구조를 이루고 있는 배렴 가옥

 

1968년 작고하기까지 이 집에서 말년을 보낸 배렴은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배렴 가옥은 소유주가 몇 번 이전되었다가 2001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매입하여 2016년까지 한옥 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었다.

 

현재는 역사 가옥으로서 보전·활용을 위하여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안채는 전시실로, 바깥채는 사무공간과 세미나실로 사용하고 있다. 안채 건넌방에는 배렴의 작업실을 재현해 그의 취미였던 수석과 분재도 함께 전시하고 있으며 보료, 사방탁자와 같은 한옥 가구와 함께 화구, 문방용품이 연출되어 1950년대 근대한옥의 작업실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가옥 내에 전시되어 있는 배렴의 작품

 

<홍건익 가옥, 서촌>

서촌에 위치한 홍건익 가옥은 건축과 도시, 인물과 지역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역사가옥으로 집을 짓고 거주한 주인의 이름을 따 홍건익 가옥이라 불린다. 배렴 가옥과 마찬가지로 1930년대에 지어진 근대한옥으로, 당시의 건축기법과 구조, 일각문과 우물과 같은 시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홍건익 가옥이 위치한 경복궁 서측 지역, 필운동은 조선시대 때부터 왕족과 중인,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필운대(인왕산 아래 기슭)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당시 필운대는 도시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와 함께 살구꽃이 아름다워 한양의 5대 명소로 손꼽히기도 했다고 한다.

 

▲ 필운동에 위치한 홍건익 가옥

 

당시 도시가옥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 기능에 따라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독립된 건축물로 지었던 전통가옥과는 달리 한정된 공간을 이용해야 했으므로 대부분 ㅁ자 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홍건익 가옥의 집 구조는 언덕을 그대로 살려 5개 동이 단차를 두고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전통가옥의 조형미를 계승하고 있다.

 

▲ 방문자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홍건익 가옥 안채

 

그렇다면 홍건익 가옥을 도시가옥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유리문, 화장실 및 부엌의 위치 등과 같은 부분 때문이다. 홍건익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는 각각의 안방과 사랑방으로서 대청마루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으며, 화장실과 부엌 역시 실내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툇간에 설치된 유리문까지 더해져 도시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홍건익 가옥은 최근까지 사람이 거주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으나 서울시가 지역의 역사박물관이자 주민과 시민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한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 보수하여 2017년부터 민간에 개방하고 있다.

 

▲ 홍건익 가옥의 별채에는 작은 한옥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다.

 

현재는 역사가옥과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과 보존가치를 알리기 위해 매월 둘째 주 화요일 12시마다 정오의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4인에서 10인 이내의 소모임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젝터 사용이 가능한 세미나룸 무료대관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한옥 이용을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두 도시가옥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관으로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무일이다. 이용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15인 이상 단체관람을 원하거나 대관을 원하는 경우 전화 02-765-1375(배렴 가옥), 02-735-1374(홍건익 가옥) 또는 00hanok88@gmail.com으로 문의할 수 있다.

 

배렴 가옥과 홍건익 가옥은 한옥의 특성 상 엄격한 관람 매너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배렴 가옥은 등록문화재로, 홍건익 가옥은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문부터 시작하여 마당, 나무, 석물, 안채 등 집 전체가 보전해야 할 소장품인만큼 방문 전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 관람객 주의사항

- 다른 관람객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용하게 구경해주세요.

-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옛집에서 음식물을 드실 수 없습니다.

- 가옥 안에서는 담배를 절대 피우지 말아주세요.

- 바퀴달린 신발, 운동기구, 애완동물 등과 함께 입장하실 수 없으니 양해바랍니다.

- 인솔자의 안내에 잘 따라주세요.

- 안채 관람이나 설명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사무실에 문의해주세요.

- 전시물은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해주세요.

- 화단이나 안채 전시 공간 중 출입이 되지 않는 장소에 들어가지 마세요.

- 가옥 뒷마당의 꽃과 나무를 소중하게 생각해주세요.

- 어린이와 함께 오실 때는 뛰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지도해주세요. 야외에 전시된 소장품이 파손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 관람 시 최대 수용 인원은 40명 이내입니다.

- 단체 관람(15명 이상)은 1주일 전까지 전화로 예약해주세요.

- 단체 관람객은 시설물 보호를 위해 내부 관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간단한 외국어 안내문(영어, 일어, 중국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말씀해주세요.

  * 외국어해설: 서울시해설사 http://dobo.visitseoul.net 또는 ☏120 사전 예약(무료)

 

휴가철을 맞이하여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북촌과 서촌의 공공한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선대들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은 사랑방에서 휴식의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상설전시를 관람하면서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의 보전 가치를 되새기고 미래세대에 알려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