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영화관 앞. 영화표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기다리다 바로 앞에서 매진되는 일도 있었다. 인기가 있거나 작품성이 있는 영화는 일찌감치 암표상들이 표를 선점하고 나와 “암표 있어요”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색다른 영화를 보기 위해 상영관을 찾아가는 꿀 재미도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은 어떤가. 한 장소에 상영관은 많지만 볼 영화가 없다. 치고, 박고, 잔인한 장면이 화면 가득이다. 극장 문턱은 높기만 하다. 어디 없을까? 편안하고 온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상영관 내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오라!

한눈판 사이에 보고 싶었던 영화가 내려갔다거나 도무지 볼 수 없는 시간에 상영되고 있다면 이곳의 문을 두드려보라. 인천 남구 주안동, 메인플라자 7층에 ‘영화공간 주안’(이하 주안)이 있다.

극장으로 이어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눈 앞에는 할리우드 키드의 시네마천국이 펼쳐진다. 작품성이 뛰어난 크고 작은 영화부터, 대형 영화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세계 각국 영화가 상영된다. 대형 영화 홍수에 밀려 보이지 않았던 작품들이 선명하게 보이니 영화 볼 맛난다. 상영관 중 3관과 4관, 컬처팩토리는 저렴한 가격에 대관이 가능하다고. 대관을 원하면 ‘주안’ 사이트에서 신청을 하면 된다.

 

<탁자와 의자가 놓여져 있는 로비>

 

시니어 시네마 키드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취재 당일은 특별히 올봄 취임한 이안 신임 관장이 주안 내부 안내를 도왔다. 이주민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을 두루 섭렵한 영화제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평론가인 이안 관장의 깜짝 인사에 놀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취임 한 달 반 남짓 신임 관장이지만 지금까지 영화계에서 쌓아온 관록을 총동원해 ‘주안’을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화공간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기운을 쏟는 중이었다.

주안은 자금이 생기면 가능한 한 시설 투자에 집중한다.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된 극장은 여러 가지 여건을 지켜 상영하면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데 이 자금은 극장 내부시설비용으로 쓴다고 했다. 보고 듣는 시청각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이다 보니 정작 11년 전 인수했던 극장의 로고가 찍힌 좌석을 사용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청소업체를 불러 공기를 정화시키고 세척까지 해서 그런지 여전히 새것 같아 바꿀 수도 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아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단다.

취재를 갔던 화요일 오후에는 ‘시네마차이나 인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후 2시 주한중국문화원에서 제공한 중국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데 이 또한 공익 프로그램이다.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 지역 영화관과 꽤 잘 어울리는 상영회. 낮 시간대에 영화 상영이다 보니 시니어의 이용이 눈에 띄게 많다. 주안도 다른 영화관처럼 멤버십 제도가 있다. 회원수만 1만50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중 17% 정도가 50대 이상 시니어 회원이다. 멤버십 회원이면 살 수 있는 10회 상영권은 장당 5000원인데 커피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시니어층 이용이 두드러지는 이유다.

젊은 시절 영화 관람이 최고의 문화생활이었던 시니어에게 극장은 그 어느 곳보다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안 관장은 말했다.

“지금 어른들은 제일 좋은 게 영화인 거예요. 주안에 꾸준히 오시는 관객분들은 그 정서를 아신다는 거죠.”

이안 관장이 주안 이용에 있어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접근성이라고 했다.

“요즘은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특급하고 급행이 있는데 특급 전철을 타면 한 30분 정도, 급행선을 타면 40분 정도면 주안에 도착합니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이 생겨서 인천 안에서도 접근성이 굉장히 좋아졌더라고요. 그러니 멀다 생각하지 마시고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사실 내부>

 

권지현 기자 9090ji@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bravo_logo